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37 vote 0 2021.10.06 (22:20:24)

    사건의 흐름에 올라타는 방법으로 인간은 타인에게 말을 건다. 비트코인이 뜨거나, 주식이 오르거나, 영화가 개봉하거나, 유행상품이 깔리거나, 신간이 나왔거나, 한류가 흥하거나, 벌어진 어떤 사건의 기세에 휩쓸리게 하는 방법으로 인간은 타인에게 말을 걸 수 있다. 


    사람 사이에도 기세가 있다. 그것이 의리다. 의리에 태워야 타인에게 말을 걸 수 있다. 유비가 먼저 말을 건다. 도원결의다. 유비 네가 따꺼 먹어. 관우와 장비가 호응한다. 의리를 배우지 못한 일본인들은 츤데레로 말을 건다. 어색하다. 서양인은 백신거부로 말을 건다. 


    이상하다.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거는 말에 화를 내고 받아치는 말대꾸로만 말을 한다. 뭔가 겉돌고 있다. 사람들이 반대하고, 안티하고, 거절하고, 조롱하고, 화를 내는 이유는 기세가 죽어서 허무할 때 타인에게 말을 거는 방법이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기술을 가르쳐 주라고 했다. 물고기는 종류가 많아도 낚시대는 하나다. 여러 종류의 물고기는 플러스로 도달하고 하나의 낚시대는 마이너스로 도달한다. 마이너스가 답이다. 우리는 타인에게 말을 걸려고 다양한 관념어를 투척한다. 


    자유, 민주, 정의, 평화, 평등, 사랑, 선행 따위 플러스다. 하나의 의미를 던져주느니 못하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소외를 싫어하고 소속을 좋아한다. 자유, 민주, 정의, 평화, 평등은 소외된 인간을 소속으로 유인하는 미끼다. 자유를 물어. 사랑을 물어. 미끼를 물어. 


    인간을 낚아보려고 다양한 미끼를 동원하지만 실패다. 낚시대를 주는게 낫다. 인간은 허무에 질리고 의미에 낚인다. 옳고 그름이란 것은 없다. 자유, 평등, 평화, 행복, 정의, 평등 좋아하네. 의미있는게 옳은 것이다. 사건을 연결시켜 각자에게 역할을 주는게 의미있다.

 
    자연과 인류가 문명이라는 상호작용의 게임을 진행함에 있어서 집단의 진보와 개인의 의리를 통해 각자에게 역할을 부여하는게 의미다. 왜 자유, 민주, 정의, 선행, 평등은 옳은가? 그것이 개인에게 역할을 주고 문명의 게임에 끼워주기 때문에 옳은 것이다. 과연 그런가? 


    적들은 억압과 독재와 불의와 악행과 증오와 차별로 역할을 나누고 게임에 가담한다. 관념어는 설득력이 없다. 악당에게는 악행이 솔깃하다. 악당은 잠시 승리하지만 결국 패배한다. 의리가 없기 때문이다. 과연 정의가 승리하는가? 이기려면 사건을 합쳐야 한다. 


    의리는 사건을 합치는 것이다. 유비사건, 관우사건, 장비사건이 하나로 합쳐진다. 그것이 의리다. 모두 합쳐서 문명이라는 커다란 하나의 사건에 이르면 정의가 이기고 차별이 진다. 사물화, 대상화, 타자화 하면 안 된다. 그 경우는 사건이 잘게 쪼개지기 때문이다. 


    관측자가 바라보는 대상이 되면 안 된다. 주체의 맞은 편에 선 객체가 되면 안 된다. 사물화, 대상화, 타자화는 사건을 쪼개서 인간을 소외시킨다. 커다란 흐름에 올라타지 않고 자기가 주도권을 잡으려고 변방에서 따로 점방을 여는 짓이다. 흐름을 끊고 기세를 죽인다. 


    의리를 저버려서 허무의 바다에 빠진다. 관념은 개소리고 의미가 진짜다. 사건의 연결이 진짜다. 적들은 억압과 독재와 불의와 악행과 증오와 차별로 더 쉽게 역할을 나누지만 압도적인 허무에 질식된다. 쪼개기 수법을 쓰면 사건이 종결되고 다음 단계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안티하고, 거절하고, 조롱하고, 비토하며 반사놀이로 잠시 기세를 올리지만, 다음 단계가 없어서 망한다. 자연과 인간의 상호장용 속에 문명의 진보라는 방향이 있고 거기에 끼어드는게 의리다. 의리가 역할을 준다. 의리가 사건을 합치면 승리하니까. 


    의리가 진짜이며 자유, 민주, 정의, 선행, 사랑, 평등, 평화는 의리를 실천하는 방법에 불과하다. 의리 없는 자유, 민주, 정의, 선행, 사랑은 가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타인에게 말을 걸어갈 것인가다. 흥하는 사건의 흐름에 태우는 방법으로 인간은 말을 걸어갈 수 있다. 


    사람 사이에서는 의리가 흥한다. 의리에 태우는 방법으로 우리는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건다. 말을 걸 줄 모르므로 시비를 걸고 행패를 부린다. 꼬맹이는 여자아이의 고무줄을 끊어서 방해한다. 일본인은 츤데레 행동을 한다. 헐리우드 영화의 악당은 폭력으로 말을 건다. 


    악당이 먼저 말을 걸어가므로 빌런이 히어로를 이겨서 이야기의 밸런스가 무너진다. 단조로워지므로 패턴을 읽힌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739 개구리소년 얼어죽은 것이 확실한 듯 김동렬 2002-09-28 20241
6738 베르누이 효과 image 4 김동렬 2010-07-28 20181
6737 인생의 성공 11 김동렬 2011-08-30 20056
6736 유시민/노무현 김동렬 2003-05-22 19999
6735 8등신은 미녀 6등신은 ? image 김동렬 2003-06-11 19977
6734 박근혜는 미국의 간첩인가? 김동렬 2005-10-20 19947
6733 일의 원리 image 김동렬 2011-10-03 19908
6732 차원의 정의 image 김동렬 2011-09-28 19821
6731 “인간쓰레기 박근혜” image 김동렬 2004-12-30 19800
6730 800만원으로 박항서 등쳐먹으려 드는 정몽준 김동렬 2002-09-10 19762
6729 이현세라는 인간에 대한 환멸 김동렬 2002-12-06 19727
6728 해방 50년사를 돌아보며 김동렬 2003-05-15 19708
6727 왜 사는가? 7 김동렬 2009-07-31 19679
6726 탑 포지션을 차지하라. image 2 김동렬 2011-08-10 19668
6725 눈치보기 image 김동렬 2003-05-25 19632
6724 오자병법과 손자병법 김동렬 2011-10-24 19624
6723 된장녀와 한류녀 그리고 왜색녀 김동렬 2006-08-07 19578
6722 휘발유통에 라이터를 켜대는 난폭자의 등장 image 김동렬 2003-02-19 19513
6721 손호철, 임지현, 문부식, 진중권들과 변절의 공식 김동렬 2003-06-08 19510
6720 Re..위 사진에서 손의 높이는 몇미터쯤? image 김동렬 2002-09-15 194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