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여교사가 차를 따라주지 않았다. 자존심 상했다. 그래서 자살했다.』

이런 이야기는 아니지 않은가? 문제는 전교조의 개입이다. 전교조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교장이 자살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천만에.

아닌 것이 아니고, 정확하게 『여교사가 차를 따라주지 않았다. 자존심 상했다. 그래서 자살했다.』가 맞다. 교장은 순전히 자존심 때문에 자살한거다. 그 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가? 없다. 전교조든 뭐든 이 사건의 본질은 『한 인간의 자존심』이다.

여교사의 자존심 대 교장의 자존심
전교조는 인간의 자존심을 상징한다. 교장단은 그 위에 군림하는 권위주의를 상징한다. 전교조와 교장단의 싸움은 자존심과 권위주의의 대결이다. 인간의 역사는 자존심이 권위주의를 꺾어온 기록이다.

이라크전은 자존심의 패배를 의미한다. 인간의 존엄은 늘 권력에 패배해 왔다. 그 패배는 잘 기록되지 않는다. 기록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세계는 여전히 약육강식의 정글이다. 당연히 권위가 자존심을 이긴다. 인간은 존엄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거듭 확인된다. 그건 기록하지 않는다.

아주 드물게 인간의 존엄이 승리하기도 한다. 그때 역사는 그 승리를 기념하여 굵은 활자로 기록한다. 그것이 역사다. 역사는 결코 공정하지 않다. 인간의 자존심이 승리했을 때만 유의미하게 평가한다. 왜? 그 순간 『게임의 룰이 바뀌기 때문』이다.

룰이 바뀌면 룰이 바뀌어졌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 그래서 역사는 기록한다. 역사는 공동체의 룰이 변화해온 과정의 기록이다. 백번 싸워서 99번 패배하고 한번쯤 승리하면 역사는 그 하나의 승리만을 기록한다.

단지 자살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상식대로라면 당연히 자존심 상하게 차 심부름을 강요당한 여교사가 자살해야한다. 여교사를 죽음으로 몰고간 교장이 비난받아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되었다. 지금 여교사는 단지 자살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고 있다.

자살 권하는 사회이다. 처녀가 정절을 지켜 자살하지 않았다고 비난을 퍼붓는 조선시대의 야만이 이런 형태로 잔존하고 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나라에서 백성노릇도 힘들다. 이렇게 우리는 또 패배했다. 자존심 찢어지고 묵사발이 되었다.

우리는 늘 패배해왔다. 세계가 부시의 공갈에 굴복하고 있듯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패배했다. 그러나 잘 찾아보면 99번 패배 뒤에 1프로의 승리가 숨어있다. 그 1프로의 승리를 발굴하여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 그 숨은 1프로가 무엇인가이다.

적어도 이 시간 이후로 여교사의 접대가 우리의 상식이 아니어야 한다. 그렇게 공동체의 룰을 바꾸어야 한다. 그만큼 우리는 더 나은 사회로 간다. 조중동의 난동으로 전교조는 일시적인 정치적 패배를 감수하게 되겠지만, 전교조가 희생당하는 만큼 대한민국은 1프로 전진한다.  더 이상 여교사의 접대는 없는 것으로 게임의 룰을 바꾸고 굵은 활자로 역사에 기록해야 한다.   

여교사의 자존심이 더 중요하다
두가지 종류의 인간이 있다. 하나는 접대를 요구하면 접대를 하는, 고분고분 말을 잘듣는 인간이다. 그들이 순순히 접대를 하는 이유는 자존심이 없기 때문이다. 또다른 형태의 신인류가 있다. 그들은 접대를 하지 않는다. 왜? 자존심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진보는 자존심의 진보 뿐이다. 우리가 더 좋은 옷과, 더 좋은 집과, 더 좋은 친구를 필요로 하는 것도 결국은 자존심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 외에 무슨 가치가 더 필요하다는 말인가? 사회가 발전한다는 것은 본질에서 예의와 염치를 안다는 것이며,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장은 한 사람이고 교사는 여러명이다. 둘 중 하나가 자존심 상해야 한다면 누가 자존심 상하는 길을 택하겠는가? 여러사람이 자존심 상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 조폭집단이다. 한국은 여전히 조폭사회다. 여러 교사가 자존심 상하는 쪽을 택해왔다. 지금까지는.

바뀌어야 한다. 교장은 한 사람이다. 이 경우 숫자가 적은 쪽이 참아야 한다. 둘 중 하나가 자존심을 상해야 한다면 교장의 자존심이 상해야 한다. 열 사람이 스트레스 받는 것 보다 한 사람이 스트레스 받는 쪽을 선택해야 한다. 그게 도(道)다.

여교사를 자살하게 만들지 못하여 안달하고 있는 악귀같은 조중동, 가문에 열녀문 하나 세우기 위해 청상과부에게 자살을 강요하는 조선시대의 유림들과도 같은.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사악한 짓인지 깨달을 사람이 이 땅에 몇이나 되겠는가?

서프라이즈 굶어죽을 판입니다. 걍 내비둡시다. 내 일도 아닌데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5878 노무현은 언제나 옳은가? 김동렬 2002-11-11 15097
5877 세 가지 전쟁 7 김동렬 2010-05-05 15094
5876 서프라이즈가 개혁을 견인할 수 있을꽈? image 김동렬 2003-07-09 15094
5875 블랙스완 2 김동렬 2010-07-05 15093
5874 조선일보 김대중편집인 아직 안죽었구나? 김동렬 2003-01-14 15091
5873 예술의 발전단계 김동렬 2009-04-06 15090
5872 왜 인간은 로봇을 만들지 못할까? image 3 김동렬 2012-01-15 15088
5871 신과 나 김동렬 2008-10-05 15088
» 단지 자살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김동렬 2003-04-15 15085
5869 김동민 진중권논쟁 아직도 안끝났나? 김동렬 2002-10-04 15086
5868 현대성 - 핵심요약 김동렬 2007-08-12 15085
5867 누가 DJ를 계승하는가? 김동렬 2005-11-08 15079
5866 보라! 지금 우리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 김동렬 2002-12-20 15079
5865 구조적으로 생각하기 김동렬 2009-03-25 15072
5864 총리 후보로 이참씨를 아다리 2002-10-28 15070
5863 진짜배기가 필요해 5 김동렬 2009-12-23 15069
5862 이회창 리로디드 대 최병렬 레볼루션 image 김동렬 2003-10-30 15069
5861 정대철이 제꺽 물러나기 바란다. image 김동렬 2003-07-10 15067
5860 정신적 대통령 이회창 만쉐이~ image 김동렬 2003-06-29 15066
5859 한나라당 사이버 알바의 고백!(펌) 김동렬 2002-11-28 150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