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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103 vote 0 2005.05.12 (13:29:36)

최근 한나라당이 당 사이트에 정치인 칼럼을 싣는 등 일련의 인터넷 공세를 펴고 있다. 소기의 성과는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뭔가 아귀가 맞지 않고 반드시 있어야 할 두어가지가 빠져 있다는 점은 누구라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따따따를 안쳐도 접속되게 하는건 작년에 필자가 가르쳐 준 거고.. 다 알려주면 재미없으니.. 딱 하나만 지도해주기로 하면, 한나라당은 아직 사이트에 이름도 없다.

우리당은 ‘이파티’로 부른다. 한나라당은 ‘한나라당 인터넷 공식 사이트’라는 긴 설명으로 불러야 한다. 한겨레를 하니로, 조선일보를 조선닷컴으로 불러 종이신문과 구분하듯이, 여의도 당사와 구분하기 위해서 이름을 붙여주는게 상식인데 딴나라 인간들 얼마나 머리가 나쁘면 아직 이름도 안지었을까?)

알바정치 그만두는게 어뗘?

네티즌들에게 어필해 보겠다는 것이 나쁜 건 아니지만 도를 넘은 알바정치는 문제가 있다. 네티즌을 바보로 알고 설레발이 치는 박근혜의 알바정치는 한나라당의 자충수로 기록될 것이다.

알바의 역사부터 풀어보자. 97년 경 천리안 워드방에 점수제가 도입되었을 때다. 낮에는 한나라당(당시 신한국당) 지지글에 점수가 높고 밤에는 민주당 지지글에 점수가 높았던 기묘한 현상이 있었다.

정확히는 저녁 7시를 기해서 대세가 역전되었다. 7시만 되면 한나라당의 지지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버렸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후 7시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글을 올리게 되었다.

왜 그들은 정확히 7시만 되면 일제히 사라졌을까?(이 문제는 당시 한겨레 신문등에도 보도 되었음.)

낮동안 무성의하게 쓴 지저분한 글을 반복적으로 올리는 일군의 무리가 있었는데 우리는 그들을 ‘무개념 알바’로 불렀다. 그래봤자 한나라당 얼굴에 먹칠하는 짓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바 일당을 너무 적게 줘서 그러지 않았나 하는 해석도 있었다.

실제로 동원된 알바도 일부 있었음이 네티즌의 양심고백으로 나중 확인되었지만, 다수는 당직자와 보좌관 및 그 주변인들이었다. 말하자면 알바의 정체는 한나라당판 난닝구들이었던 것이다. 자봉알바도 많았음은 물론이다.

최근 박근혜가 알바를 집중적으로 풀고 있는데 그게 다 뻘짓하는 거다. 알바 풀어서 네티즌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면 이회창 때 성공을 했어야지 왜 실패했는지를 돌이켜 보아야 한다.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무엇인가? TO를 맞출 수 없다는 거다. TO가 안맞으면? 자기들이 잘하는 한쪽으로 너무 편중되게 되고 균형을 상실한 그러한 편중이 네티즌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 박사모.. 논객이 없다. TO가 맞지 않다. 쓰는 사람은 많은데 읽는 사람이 없다. 배설은 있는데 건설적 대안은 없다.

● 남프.. 논객이 없다. TO가 없다. 쓰는 사람만 많고 읽는 사람은 적다. 대부분은 배설에 불과하다.

● 서프+노사모+데일리서프+오마이뉴스.. 편제가 맞다. 논객이 있다. 읽는 사람이 많다. 집단학습을 통한 코드조율이 있다.

● 노하우21, 대자보, 진보누리 등.. 눈팅은 없고 논객만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없고 생활인이 없다. 특히 진보누리는 시간강사만 버글.

각 분야의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최근 폴앙의 활약과 같이 이슈가 떴을 때 그 분야의 전문가가 맥을 짚어주고 생활인이 체험으로 풀어내줘야 한다. 논객의 역할은 방향제시 정도에 한정된다.

예컨대 교육문제는 아무래도 선생님이 현장의 경험으로 말해야 먹혀드는 것이다.

이러한 본질의 차이를 깨닫지 못하는 한, 한나라당의 인터넷 전략은 성공할 수 없다. 한나라당이 해봤자 조선일보의 것을 빼먹는 제로섬 게임 밖에 안된다. 윈윈게임이 되려면 반드시 TO가 맞아야 한다.

TO가 안맞는 상태에서 무리한 세확장은 역풍을 불러 일으킨다.

예컨대 박사모는 꼬리는 있는데 머리가 없다. 머리의 부재는 길지도 않은 박사모의 꼬리를 더욱 길어보이게 한다. 즉 박수부대가 많다는 그들의 장점이 결정적인 시기에는 도리어 단점으로 작용하게 하는 것이다.

전투상황으로 비유해보자. 오합지졸이면 병사가 많을수록 더 불리한 경우가 많다. 1만명의 병사라면 유리할 때 북을 울려 나아가고, 불리할 때 금고를 울려 후퇴할 수 있다.

그러나 10만명의 오합지졸이면? 명령이 전달되지 않는다. 유리할 때 진격할 기회를 놓치게 되고 불리할 때 후퇴가 불가능하다. 한곳에 우르르 몰려서 자기편이 자기편의 등을 밟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 전략은 철저하게 TO를 따라가는 것이어야 한다. 지휘관이 하나면 비장은 10명이고 군관은 100이고 병졸은 1000이어야 한다. 이러한 편제가 맞지 않으면 우왕좌왕 해서 병사들을 통제할 수 없다.

TO가 안맞는 상태에서는 병력자원이 있더라도 세확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한나라당이 없는 논객의 빈자리를 정치인을 동원하는 방법으로 메꾸려 한 것은 안맞는 TO를 맞춰보려고 애를 쓴 셈이 되니 약간의 진전은 된다. 그러나 그 정도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 죽이기의 일등공신 조갑제, 한나라당 죽이기의 2등공식 지만원, 한나라당 죽이기의 3등공신 신혜식들을 처리하지 못하는 한 한나라당은 제 집안 식솔들도 단식 못하는 집단으로 낙인이 찍힐 뿐이다.

칼럼 쓴다는 전여옥, 이계진, 한선교의 방송파들.. 개그쇼에 불과하다. 그걸로 구경꾼을 모을 수는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긴장감을 던져주지 못한다. 미션을 부여하려면 반드시 정치적 긴장을 불어넣는 역할이 있어야 한다.

대장이 북을 울렸는데 병사들이 웃어버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쪽 세력의 진짜배기는 조선일보의 김대중구라, 조갑제구라들인데 이들의 가부장적인 권위주의 이미지와 전여옥, 이계진, 한선교의 연예인 이미지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이다.

물론 TO가 맞으려면 연예인들도 몇은 있어줘야 한다. 요는 그 중간에서 양자(조갑제 인상파와 이계진 꼴값파)의 간극을 메꿔줄 중간허리 역할이 없다는 거다. TO가 안맞는 상태에서 앞길에 걸치적 거리는 병사는 많을수록 손해라는 진실을 그들이 깨우치려면 매우 먼 길을 돌아와야 할 것이다. drki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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