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273 vote 0 2019.06.09 (10:10:51)


    에너지의 통제가능성


    에너지는 스스로 움직이지만 대칭에 막힌다. 대칭으로 막힌 것은 호응으로 풀린다. 에너지의 대칭과 호응이 만유의 씨줄 날줄이 된다. 돌은 구르다가 다른 돌에 막히고 자갈은 구르다가 다른 자갈에 막힌다. 돌은 돌끼리 모여 있고 흙은 흙끼리 모여 있고 물은 물끼리 모여 있고 풀은 풀끼리 모여 있다. 그러므로 통제할 수 있다. 


    돌은 돌에 막혀서 돌끼리 모이고 흙은 흙에 막혀서 흙끼리 모이고 모래는 모래에 막혀 모래밭을 이룬다. 그러므로 퍼담으면 된다. 물은 물끼리 모여 있으므로 두레박으로 퍼 올릴 수 있고 흙은 흙끼리 모여 있으므로 삽으로 퍼담으면 된다. 통제하기 쉽게 정렬해 있는 것이다. 섞여 있으면 에너지를 투입하여 흔들어주면 분리된다.


    자연의 원심분리기 효과다. 다만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곧 호응이다. 물은 흘려보내면 풀린다. 돌은 굴려 보내면 풀린다. 흙은 무너뜨리면 풀린다. 대칭이 풀린다. 대칭을 조직하여 멈출 수 있고 호응을 조직하여 다시 움직일 수 있다. 공간에서는 두 다리를 벌려서 멈출 수 있고 시간에서는 두 다리를 움직여서 전진할 수 있다. 


    단 순서가 있어서 역주행은 안 된다. 역류할 수 없다. 항명할 수 없다. 멈춘 다음 움직이고 움직인 다음 멈춘다. 멈춤이 먼저고 움직임이 나중이다. 수비가 먼저고 공격이 나중이다. 선공을 해도 멈춘 상태에서 선공하는 것이다. 키스를 하더라도 멈추어야 한다. 달리면서 키스할 수 없다. 멈춤을 통해서 세상은 널리 통제된다. 


    에너지는 원래 움직인다. 겉보기로 멈추어 있다면 내부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움직이면 충돌하고 충돌하면 이기거나 진다. 지는 것은 사라지고 이기는 것만 남아 있다. 대칭과 호응만 남아 있다. 효율적인 것만 남아 있다. 통제가능한 것만 남아 있다. 균일해져 있다. 사물 고유한 속성은 없고 구조의 통제가능성이 유일하다. 


    멈출 수도 있고 동시에 그 멈춤이 풀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일할 수 있다. 우리는 풀과 나무와 돌과 흙과 쇠붙이의 개별적인 성질을 파악하고 일일이 대응하려고 하지만 계의 통제가능성 위주로 파악해야 한다. 몰아서 한 방향으로 줄세워놓고 하나의 기준으로 파악해야 한다. 쇠붙이는 비중대로 줄 세우면 거의 드러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6.09 (10:22:11)

"멈춘 다음 움직이고 움직인 다음 멈춘다. 멈춤이 먼저고 움직임이 나중이다."

http://gujoron.com/xe/1095896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014 이야기의 단초 2 김동렬 2020-03-08 2491
6013 차원의 해석 image 1 김동렬 2020-04-02 2492
6012 조중동의 진실 김동렬 2022-07-09 2492
6011 연역의 재현과 귀납의 관측 1 김동렬 2020-03-10 2493
6010 왜 사는가? 김동렬 2024-01-06 2493
6009 자유는 에너지의 방향성이다 1 김동렬 2021-01-13 2495
6008 진화론의 진화 김동렬 2021-03-27 2496
6007 지구는 둥글다 김동렬 2022-02-05 2496
6006 바문회동에 유탄 맞은 기시다 김동렬 2022-05-04 2496
6005 선비가 본 기독교 image 1 김동렬 2022-12-25 2498
6004 대칭은 비대칭이다 김동렬 2021-11-17 2499
6003 과학과 주술 김동렬 2022-01-31 2499
6002 구조론을 배우자 1 김동렬 2019-08-05 2500
6001 아킬레스와 거북이 1 김동렬 2019-12-25 2500
6000 모든 존재는 사면체다 image 김동렬 2020-04-08 2501
5999 방향성의 판단 5 김동렬 2020-02-23 2505
5998 에너지의 합기원리 김동렬 2021-05-05 2505
5997 게임이론과 등가원리 김동렬 2023-05-09 2505
5996 방향전환 1 김동렬 2020-03-26 2506
5995 어리석은 마르크스 김동렬 2022-09-20 2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