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5680 vote 0 2002.10.24 (11:24:09)

물음 -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견해는 어떠하신지?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이 나중에 통일국가의 커다란 국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만... 왜 우리나라 정치인, 언론인 등 소위 여론 주도층은 한결 같이 미국과 똑같이 비핵화를 주장하는지요?


[위 물음에 대한 저의 생각입니다]
핵 문제에 대해 합의하려면 모두가 핵을 가지거나 모두가 핵을 버릴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모두가 핵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이건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그러합니다.

왜 모두가 핵을 가질 수 없는가? 인도나 파키스탄이 보유하고 있는 핵은 가짜입니다. 흉내만 낸 거죠. 몇톤이나 되는 거대한 핵을 점보기로 운반해야 하는데 실전이라면 비현실적이지요.

그러므로 핵을 보유한다는 것은 낮은 수준의 우라늄탄 한두개를 보유한다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핵을 개발한다는 뜻입니다. 후진국에서 이건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모두가 핵을 보유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모두가 핵을 버려야 하는데 이 또한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몰래 핵을 개발하고 있는 나라가 있기 때문에, 그 국가를 억제하기 위하여 누군가는 핵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 누군가는 미국과 러시아입니다.

우리가 핵을 보유해 봤자 낮은 수준의 우라늄탄 한두개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 정도로는 여의도 하나도 파괴되지 않습니다. 더 높은 수준의 핵을 경쟁적으로 개발하여야 하며 탄두의 숫자와 발사장치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 뿐 아니라, 골치아픈 무역제재 문제가 개입합니다. 즉 경쟁국의 핵개발을 차단하기 위해서 광범위한 금수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이거 굉장히 피곤한 문제입니다. 이 물건이 핵개발용도로 쓰일지 안쓰일지 알수가 없거든요.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선수들에게 선물을 주는데 컴퓨터도 386급 이상은 안된답니다. 노트북 하나 주었는데 혹시 이것도 핵개발에 쓰일지 어떻게 아나요? 물론 노트북컴퓨터가 핵개발에 쓰일 가능성은 눈꼽만큼도 없지만 금수조치로 핵개발을 차단하려면 결국 거의 모든 상품에 대해서 무역제재를 가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문제는 일파만파로 확대되어 감당할수 없는 지경까지 갑니다. 한반도에 핵이 존재한다면 한국과 일본, 중국 사이에 광범위한 금수조치가 생겨나서 역내무역은 거의 결단이 나고 말 것입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걸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핵을 개발할 것이며 군사적으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투자가 필요할 것입니다.

군사문제는 일종의 논리게임이라서 하나의 논리가 생기면 이론적으로 그 논리를 차단할 수 있는 수준까지 물리적 대응을 해야합니다. 돈이 들어가는 물리적 대응이라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금강산 댐 하나로도 이 정도로 호들갑을 떠는 현실입니다. 북한에 핵이 있다면 건축법을 고쳐서 집을 지을 때는 지하대피소를 의무화한다든가 이런 골치아픈 문제가 생기는거죠.

한반도와 일본은 비핵화되어야 합니다. 군사문제는 다분히 논리게임이라서 상대방의 창이 별거 아니라는걸 알면서도 이쪽의 방패를 열배로 보강하는 소모적인 경쟁이 발생합니다.

군사문제라면 지만원이나 조갑제 따위 상태가 정상이 아닌 한 두명이 이나라를 쥐었다 놨다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연쇄테러범 한 명이 미국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가는 것과 같습니다.

누구도 이런 미친 짓을 막을 수는 없죠. 이성의 힘이 또라이들의 패악직을 극복하지 못하는 분야가 군사문제입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032 존재와 인간 김동렬 2022-11-02 2473
6031 구조론과 동력원 김동렬 2024-01-01 2473
6030 생각을 하자 김동렬 2022-11-16 2474
6029 인간의 진실 김동렬 2023-10-07 2474
6028 구조론의 가르침 김동렬 2022-02-01 2475
6027 왜 노무현주의가 뜨는가? 김동렬 2020-10-24 2476
6026 세상에 머저리가 많은 이유 김동렬 2021-12-20 2476
6025 과학 하기 싫다? 김동렬 2022-01-05 2476
6024 구조는 만물의 척도다 김동렬 2020-04-11 2477
6023 윤석열의 운명 김동렬 2022-05-03 2477
6022 왜 사는가? 김동렬 2024-01-06 2477
6021 연역의 재현과 귀납의 관측 1 김동렬 2020-03-10 2478
6020 공리주의와 구조론 김동렬 2021-02-03 2480
6019 차원의 해석 image 1 김동렬 2020-04-02 2481
6018 인생의 의미 김동렬 2022-04-01 2482
6017 사건을 보고 사물을 안다 1 김동렬 2019-11-20 2483
6016 이야기의 단초 2 김동렬 2020-03-08 2484
6015 미국이 전쟁에 지는 이유 김동렬 2022-02-17 2484
6014 조중동의 진실 김동렬 2022-07-09 2484
6013 브루투스의 배신공식 김동렬 2022-02-14 2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