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694 vote 0 2023.04.10 (19:45:37)

    영국에 여왕이 많은 이유는 왕을 해봤자 얻는게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에카테리나 여제나 당나라의 무측천처럼 권력투쟁을 통해 여왕이 된 경우는 드물다. 미국에 여자 대통령이 없는 것과 같다. 대통령 권력이 막강하고 다툼이 치열해서 여성 정치인에게 불리하다.


    신라에 여왕이 여럿 있는 이유는 왕을 해봤자 얻는게 없었기 때문이다. 신라는 박석김이 돌아가면서 왕을 하는가 하면 왕을 양보하기도 한다. 유리왕과 석탈해가 그랬다. 서로 양보하다가 나이순으로 해먹었다. 반란이 있었지만 백제와 고구려에 비해서는 내란이 적었다.


    남해 차차웅은 사위 석탈해를 대보로 임명하여 군사와 국정을 맡겼다. 그럼 왕은 무엇을 하지? 놀았다. 제사를 지내는 일 외에 할 것이 없다. 이때부터 사실상 매금왕과 갈문왕의 역할분담이 시작된 것이다. 신라가 흥한 이유는 지정학적 구조와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다.


    지정학적으로는 항구와 가까우면서도 낙동강 상류를 차지하고 있다. 상류가 하류보다 유리하다. 하류로 가면 저절로 모이지만 상류로 가면 흩어진다. 평양과 개성과 서울과 부여는 모두 강의 하류다. 세곡을 운반하기는 쉽지만 방어하기는 어렵다. 산골이라도 좋지는 않다.


    경북지역은 말갈족이 침략해 오면 도망갈 곳이 없다. 신라는 낙동강 상류와 한강 상류를 차지하는 바람에 유리해진 것이다. 중국 역대 왕조가 황하의 상류에 자리 잡은 것과 같다. 양자강 하류에 자리 잡은 오나라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촉나라 성도는 너무 궁벽한 상류다.


    의사결정구조 역시 중요하다. 골품제도 초반에는 기여했다. 삼국통일 후에는 당나라에 인재를 뺏기는 원인이 되었지만. 다이묘가 권력을 세습하는 일본보다는 낫다. 당시 고구려와 백제는 귀족이 독점했다. 중세 유럽도 농노가 갑자기 재상이 되는 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결론적으로 흉노의 영향을 받아 유목민의 관습을 보존한 신라의 의사결정구조가 더 우수했던 것이다. 당시는 유목민이 농경민보다 많은 부분에서 앞서 있었다. 인구가 적어서 곧 역전되었지만. 중앙집권과 전제왕권이 우수한 제도라는 생각은 중국의 영향으로 왜곡된 것이다.


    북한도 미국과 대결하다가 망가진 것이다. 중국의 침략 위협에 노출된 고구려와 백제가 불리했던 것은 사실이다. 인간은 환경이 나쁘면 더 나쁜 결정을 내린다. 내시균형에 잡혀 차악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차악이 조금씩 축적되어 최악 된다. 최선의 결정을 하려면?


    환경이 최선이라야 한다. 미국이 그러하다. 유럽도 비슷하다. 그런데도 신라가 결국 망한 이유는? 적절한 시점에 수도를 옮겼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강과 낙동강으로 좁혀서 보면 신라가 유리하지만 한반도 전체로 보면 경주는 궁벽한 오지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6749 이종섭이 무얼 잘못했지? 김동렬 2024-03-31 1439
6748 지성과 권력 김동렬 2024-03-31 849
6747 직관 논리 믿음 김동렬 2024-03-29 1251
6746 윤석열 심판이냐 이재명 심판이냐 김동렬 2024-03-28 1451
6745 한동훈 최후의 발악 1 김동렬 2024-03-28 1400
6744 지구촌의 빡대가리들 김동렬 2024-03-28 1122
6743 윤석열 잘 들어라. 2 김동렬 2024-03-27 2036
6742 한동훈의 늙은 침팬지 행동 김동렬 2024-03-26 1505
6741 박근혜에게 매달리는 한동훈 2 김동렬 2024-03-26 1511
6740 조국돌풍의 이유 1 김동렬 2024-03-25 2057
6739 직관의 힘 김동렬 2024-03-25 977
6738 말 한마디로 판세가 바뀐다고? 1 김동렬 2024-03-25 1120
6737 김씨 흉노설 image 김동렬 2024-03-24 1130
6736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김동렬 2024-03-24 1377
6735 신의 직관 김동렬 2024-03-23 1125
6734 바보를 바보라고 불러야 한다 김동렬 2024-03-22 1292
6733 인류문명 김동렬 2024-03-22 900
6732 조국인싸 동훈아싸 image 김동렬 2024-03-22 1438
6731 과학자의 조국 image 1 김동렬 2024-03-21 1316
6730 조국이냐 한동훈이냐 김동렬 2024-03-21 1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