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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502 vote 0 2006.08.04 (21:27:50)



“쓰지도 않을 값비싼 찻잔은 뭣하러 자꾸만 사들이는 거야?”

남자가 여자를 다그친다. 영화에서 본 한 장면이다. 남자는 찻잔은 사용되어야 하며, 찻잔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 찻잔에 차를 따라 마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자는 찻잔을 찬장에 모셔놓을 뿐 사용하려 들지 않는다. 그게 남자의 불만이다. 그런데 오해다. 여자의 목적은 그 찻잔을 가지는 것이며, 찻잔을 가지는 것이 그 여자가 찻잔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찻잔이 차를 따라 마시는데 사용하는 물건인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다른 방식의 사용법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다.

여자가 보석을 몸에 지니거나 보석함에 보관하는 것은 어느 쪽이든 그 보석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파티에 갈 때 몸을 치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석을 소유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보석이 10년 동안 햇볕을 보지 못하고 보석함에 숨어있더라도 그녀의 두뇌는 자신에게 보석이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으며 그러한 의식 자체가 가치이고 소비인 것이다.

보석으로 인해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고 그녀의 존재감은 뚜렷해진다. 보험에 들어놓은 것과 같은 마음든든함이 있다. 교통사고에 대비하여 자동차보험에 드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대응하여 보험에 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험가입자는 사고가 나지 않아도 충분히 본전을 뽑는다.

(그런데 많은 남자들은 사고가 안나면 보험금을 못타서 손해라고 여긴다. 사고가 안나는 것이 훨씬 이익이다.)

여자가 아기를 원하는 것은 그 아기로 인해 어떤 물질적 이득을 얻자는 것이 아니라 그 아기의 존재 자체가 그 여자 자신의 존재감을 강화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남편을 원하는 것이나 돈을 원하는 것이나 같다.

돈을 소비하여 향락을 추구한다거나 혹은 혹은 남자를 사귀어 어떤 물질적 이득을 취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주위의 사물들과 적절히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위한 토대를 확보하고 자기존재를 고양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자들은 대개 물건은 소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꾸만 사용하여 닳아 없어져야 한다고 여긴다. 때문에 남자들은 물질 자체에 대한 욕심이 적다. 대신 물질을 자신의 지위를 향상시키거나 사회적 권력을 취하는 수단으로 여긴다.

남자는 승리와 지배를 원하며 물질은 그 승리와 지배의 수단으로 여긴다. 그렇지 않을 때 남자에게 물질은 소비되어 없어져야 하는 것이며, 남자들이 도박이나 술로 재산을 거덜내 버리는 것도 그가 그 재산을 소비하는 방식이다.

남자에게 있어 승리와 지배를 가져다 주지 못하는 물질은 부담스러운 것이다. 어떻게든 탕진해서 그걸 없애버려야 한다고 여긴다. 가족과 친구와 부하가 없다면 남자는 대략 3년만에 전 재산을 없애버리는데 성공한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된장녀니 고추장남이니 하는 말들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건 오해다. 여자와 남자는 확실히 소비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

여자들이 스타벅스를 찾는 이유는 단지 커피맛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곳에서는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고 자신의 존재가 존중받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른다는데 있다.

건설사들은 화장실을 설계할 때 남자를 위한 소변기를 더 많이 설치한다. 화장실이 여성들에게 화장을 고치거나 휴식을 하거나 아기를 돌볼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이는 확실히 무지의 결과다.

남자들이 다방을 찾는 목적은 차를 마시거나 혹은 다방 종업원과 농담을 하거나 혹은 친구들과 대화를 하기 위함이다. 즉 분명한 목적이 있으며 그 목적을 달성해야만 한다.

그러나 생각하라! 존재는 존재 그 자체로 가치있는 것이다. 소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친구를 만나거나 차를 마시거나 아니면 종업원과 농담이라도 해야만 한다고.. 어떻게든 뭐라도 해야한다고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 잘못이다.

안전하고 방해받지 않으며 존중받는 공간 그 자체가 필요한 것이다. 소비하거나 전쟁하거나 화폐와의 교환조건으로 어떤 목적을 달성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여자에게 스타벅스는 자기 집 밖에 집이 하나 더 있는 것이다.

자신의 집에서는 그 집의 주인으로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다. 그 존재의 연장선 상에서 집 바깥에도 그러한 공간의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존재와 그 존재를 담보할 공간의 존재 그 자체가 목적이다.

까마득한 옛날 여성은 채집을 했고 남자는 수렵을 했다. 남자에게 집은 단지 잠을 자기 위한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남자는 항상 경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야를 가리는 집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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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무지라는 장벽이 있다. 그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자와 남자 사이에는 명백히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많은 학자들은 남자와 여자의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가르쳤다.

평등을 강조하기 위해서 진실이 아닌 것을 가르친 것이다. 이는 성평등과 별개의 문제다. 분명히 여자와 남자는 다르다. 취향이 다르고 목적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기는 확실히 쉽지 않다. 어쨌든 나는 술값으로 허공에 날려버리는 데 10만원을 쓰는 남자보다는 스타벅스에서 1만원을 쓰는 여자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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