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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112 vote 0 2005.10.03 (17:34:03)

(데일리에 칼럼 뜰 때 까지 펌하지 마세요)
박근혜 지고 이명박 득세에 고건도 간당간당

세상 많이 좋아졌다. 대명천지에 야당이 여당의원을 빼가는 세상이 된 거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가는 예는 많았지만 여당에서 야당으로 가는건 처음이지 싶다. 그래서 연정인 것이다. 왜 세상이 변했으니까?

야당이 공작해서 여당의원을 빼갈 정도로 탈권위주의가 진행되었다면 유권자의 정치 마인드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민주당이 배신자를 받은 행위 자체가 공작적이다.)

여당에서 야당 가는 것이 허용되듯이 연정도 허용이 되어야 한다. 발상을 바꾸어야 한다. 그 점을 각별히 언론은 계몽해야 한다. 문제는 반국가집단 조중동이 사이비로 해서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은 무산되었지만 대통령은 의도적으로 그러한 절차를 밟은 것이다. 결정적인 시점에 이길 승부를 이기기 위해 질 승부를 미리 져준 거다. 그 여파에 박근혜는 확실히 갔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

박근혜의 몰락은 이명박의 청계천 돌풍 때문이지만 그 이전에 ‘먹고 사는 문제’ 운운하며 ‘떼쓰기 정치’를 해서 한나라당의 위신을 떨어뜨린 것이 유권자 입장에서 피곤하게 받아들여 진 점이 크다.

그에게는 마음의 여유가 없다. 얼굴 표정만 해도 그렇다. 온통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다. 약하다. 그 이미지로 야당대표는 하겠지만 대통령은 못한다.

이명박의 포지티브한 경부운하 공약(空約)과 박근혜의 네거티브한 먹고사니즘 운운은 확실히 대비가 된다. 이명박 주장이 말은 안되지만 그래도 뭔가 의욕적인데 비해 박근혜 주장은 구질구질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들에게 어필했던 박근혜의 논리는 둘이다. 첫째 거대여당이 된 우리당이 독재를 할지도 모른다는 건데 이 우려는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선전하는 바람에 불식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당이 다수당이다. 맘만 먹으면 대통령이 통과시키지 못할 법은 없다. 민노당 어르고 민주당 겁주면 된다. 그러나 노무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야당의원 빼오지 않았고 도리어 여당의원 빼가게 놔뒀다.

노무현 대통령이 ‘소수라서 못해 먹겠다’며 연정을 하자고 몸을 낮춘 결과로 박근혜의 거대야당이 너무 커보이는 것이다. 즉 대통령의 탈권위주의 정치 때문에 울고 다니는 박근혜의 읍소정치가 효력을 상실한 것이다.(120석 공룡야당 대표가 백주대낮에 울고 다닌대서야 될 말인가?)  

둘째는 ‘경제가 어렵다’는 선동정치인데 국민들이 그리 어리석지 않다. 경제가 어렵기는 하지만 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주가가 1200을 돌파하고 국가 경쟁력이 12단계나 오른 사실이 증명한다.

결론은 국민들이 일정부분 박근혜를 지지했지만, 그건 40석에서 150석으로 뻥튀기한 졸부 우리당에 대한 압박용으로 지지한 거지, 박근혜를 대안으로 보고 지지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 일찍 드러나 버린 것이다.

박근혜가 경제를 맡으면 인위적인 경기부양과 감세로 인한 복지후퇴로 안정성장을 해칠 우려가 크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시장바닥에서 울고 다니며 동정표를 구걸하는 박근혜식 네거티브 정치는 한나라당의 위신을 떨어뜨렸을 뿐 아니라 경기상승으로 인해서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된 것이다.

대통령의 연정제안은 지지도가 떨어지기 시작한 박근혜에게 결정타를 먹인 셈이 되었다.(대통령이 의도했다고는 보지 않으나) 첫째 대통령은 독재정권 때라면 몰라도 지금과 같은 탈권위주의 시대에는 거대야당이 더 부담스럽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잘 전달했고, 둘째 박근혜는 매사에 걱정만 하고 대안은 없는 소극적인 정치인이라는 점을 노출시킨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부수적인 효과이고 대연정 제안은 실패한 것이 맞다. 실패가 확실한 대연정을 노무현 대통령은 왜 제안했을까? 필자는 ‘큰 정치’로 가기 위한 절차를 밟았다고 본다. 연정안은 바람잡이고 진짜는 따로 있다는 말이다.

연정의 상대는 한나라당이 아니라 국민이다. 그 국민 중에는 한나라당 지지자도 있는 것이다. 특히 부산권의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의식한 절차밟기가 아니었을까 하고 짐작한다.

사실이지 연정논의는 수순에서 문제가 있었다. 지식인들이 찬성하지 않은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필자의 견해로 말하면 독일에서 슈뢰더가 진보와 보수를 넘는 대연정을 시도하고 있는 데서 보듯이, 연정이 당연한 상식이기 때문이어야 하지 지역주의를 깨기 위한 수단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지역주의를 깨려면 연정 보다는 오히려 진보 대 보수 구도의 이념정당으로 가는 것이 맞다. 지역주의를 깬다는 잘못된 목표를 들고나옴으로써 연정을 하자는 건지, 개헌을 하자는 건지, 선거구제를 개편하자는 건지 아리송해진 점에서 혼선을 빚은 것이다. 지역주의를 깨는 데는 개헌이나 선거구제 개편이 더 우선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목표가 하나라도 방법은 여럿일 수 있는데 목표보다 방법을 먼저 말하는 바람에 순서가 바뀐 것이다. 대통령이 이 점을 몰랐을 리 없는데 그렇다면 왜? 필자는 노무현 특유의 탈권위주의 정치의 연장선 상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 선거 하나에 올인하는 우리의 정치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대통령이 먼저 권력을 내려놓는 모범을 보였으므로 제왕적 총재도, 야당 대표, 차기 대선주자도 이제는 권력을 내려놓아야 한다.

모두가 권력을 내려놓으면 그 게임에서 누가 이길까? 필자의 의견을 말한다면 첫째 이념에 얽매이지 않은 즉 더 유연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 승리한다. 둘째 네거티브를 자제하고 대안을 내놓는 쪽이 승리한다. 셋째 결정적으로 머리좋고 동작이 빠른 사람이 승리한다. 국민의 마음을 잘 읽는 사람이 승리한다.

결론적으로 대선후보가 5년 전에 미리 정해져 있었던 과거와 달리 마지막 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즉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판도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무엇인가? 이명박이 급속하게 부상하는 바람에 고건도 타격을 받고 있다. 박근혜든 고건이든 이명박이든 정동영이든 모두 3개월 천하에 불과하고 대선은 아직 2년이나 남았다는 말이다.

연정라운드의 후방효과로 야당이나 야당이나 정치적인 경직성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늘 그렇듯이 경직되면 덩치 큰 족이 이기지만 유연해지면 머리 좋은 쪽이 승리한다. 유연한 사고를 하는 쪽이 승리한다.

대연정 제안으로 야당의 대선 주자가 바뀌었고 여당의 대선주자 역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으며 그것이 당장 눈에 뛰는 효과라고 필자는 본다. 연정은 판고르기용 바람잡이에 지나지 않고 진짜 큰 건은 노무현 대통령의 심중에 있다고 보는 이유가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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