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088 vote 0 2019.06.29 (19:26:16)

  

    판타지 만화라면 세계관부터 설명하고 들어가는 게 보통이다. 게임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세계관을 모르면 작품에 몰입할 수 없다. 어벤져스를 보더라도 1편부터 봐야 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계관을 모르면 영화를 즐길 수 없다. 영화라면 장르라 하겠다. 판타지 영화를 사실주의 영화를 보는 관점으로 논하면 안 된다.


    코미디 영화를 두고 고증이 틀렸다고 시비하면 안 된다. 통째로 거짓말인 서부영화를 두고 역사적 사실과 안맞다고 따지면 넌센스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지점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장르의 차이를 포착할 수 있다. 어떤 사람에겐 세상이 스릴러고 어떤 사람에겐 세상이 멜로다. 좋아하는 장르가 다르면 대화는 거기서 막힌다. 


    진보와 보수는 세계관이 다르다. 장르가 다르다. 인생의 방향이 다르다. 무대가 다르고 게임이 다르다. 많은 경우 세계관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는 의미없다. 나는 민화투를 치고 있는데 상대방은 고스톱을 치고 있다면 파토나고 만다. 먼저 세계관을 맞추어야 한다. 남을 이겨먹으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과의 대화는 피하는 게 맞다. 


    나를 적대하는 사람과 대화할 이유는 없다. 대화는 아이디어를 공유하자는 것인데 이익을 독점하려는 자와 대화를 왜 하지? 사람을 의심하고 적대하고 어떻게든 약점을 찾아 이용하려는 사람과는 대화하지 않는 게 맞다. 나를 공격하는 사람인데 내가 왜 공격을 받아주지? 세계관을 일치시켜 한편이 되어야 대화자리가 세팅된다. 


    공유의 세계관이냐, 대결의 세계관이냐다. 세상을 보편성으로 보고 연속적으로 보는가 아니면 세상을 특수성으로 보고 불연속으로 보느냐다. 세상이라는 큰 무대로 나아가려고 하는가, 아니면 자기방어에 골몰하는가다. 세상의 중심으로 전진하기 위해 공부하고 무기를 획득하지만 어느새 그것을 자기방어에 쓰는 현실을 보게 된다. 


    지식을 쌓든, 친구를 사귀든, 기술을 배우든, 돈을 벌든, 명성을 얻든 그것은 변방에서 일어선 그대가 세상의 중심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수단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대개 도중에 주저앉아 좌판을 벌이고 장사하는 추태를 부린다. 지식도 동료도 기술도 돈도 명성도 시골에서 틈새시장 열고 권력을 오로지 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대는 세상의 어디까지 가보았는가? 진리의 기슭까지 가보기는 했는가? 노다지를 찾아 금광으로 간다고 기세 좋게 길을 나섰다가 어느새 지나가는 광부들에게 청바지를 팔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대화할 수 있는지다. 세상의 중심으로 쳐들어갈 의사가 없는 사람과는 의미 있는 대화가 불가능이다. 애초에 장르가 다른 것이다.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그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놓아야 한다. 세상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그 이미지를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판단을 할 때마다 그 근본적인 이미지에서 아이디어를 빼서 쓰는 것이다. 사건의 메커니즘을 복제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점검하는 것이다. 세계관은 거기서 조직되는 것이다.


    모든 아이디어의 자궁이 되는 무한복제의 원본 이미지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갖추어졌다면 진지한 대화의 상대로 인정할 수 있다. 그 이미지가 없다면 어른들의 대화에 끼워줄 수 없다. 처음 시작점이 다르면 간격은 터무니없이 벌어진다. 다시 화해할 수 없다. 세계관이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가던 길을 계속 갈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흡수할 수 있고 동료의 임무를 대신할 수 있다. 동료와 기쁨을 나눌 수 있다.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다. 먼 길을 함께 갈 수 있다. 장개석이 모택동에게 패하고 남베트남 정권이 공산군에게 패한 것은 세계관이 다른 자가 억지로 동맹했기 때문이다. 방어할 수 있을 뿐 공격할 수 없다. 한순간에 무너진다. 


    구조론연구소를 방문한 사람은 먼저 구조론의 세계관을 배워야 한다. 동료가 되어야 한다. 임무를 맞춰야 한다. 자신의 그릇된 세계관을 유지한 채로 아이디어만 빼가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 그들은 적이다. 배척되어야 한다. 생각이 다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방향이 다르다면 적대행동이 된다. 




[레벨:1]지소장

2019.06.29 (20:21:23)

"모택동이 장개석에게 패하고"
오타 아닌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9.06.29 (21:30:01)

감솨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수원나그네

2019.06.30 (04:32:27)

공유의 세계관이냐, 대결의 세계관이냐다. 세상을 보편성으로 보고 연속적으로 보는가 아니면 세상을 특수성으로 보고 불연속으로 보느냐다. 세상이라는 큰 무대로 나아가려고 하는가, 아니면 자기방어에 골몰하는가다. 세상의 중심으로 전진하기 위해 공부하고 무기를 획득하지만 어느새 그것을 자기방어에 쓰는 현실을 보게 된다.

지식을 쌓든, 친구를 사귀든, 기술을 배우든, 돈을 벌든, 명성을 얻든 그것은 변방에서 일어선 그대가 세상의 중심으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수단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대개 도중에 주저앉아 좌판을 벌리고 장사하는 추태를 부린다. 지식도 동료도 기술도 돈도 명성도 시골에서 틈새시장 열고 권력을 오로지 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대는 세상의 어디까지 가보았는가? 진리의 기슭까지 가보기는 했는가? 노다지를 찾아 금광으로 간다고 기세좋게 길을 나섰다가 어느새 지나가는 광부들에게 청바지를 팔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대화할 수 있는지다. 세상의 중심으로 쳐들어갈 의사가 없는 사람과는 의미있는 대화가 불가능이다. 애초에 장르가 다른 것이다.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그 이미지를 머리 속에 그려놓아야 한다. 세상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그 이미지를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판단을 할때마다 그 근본적인 이미지에서 아이디어를 빼서 쓰는 것이다. 사건의 메커니즘을 복제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점검하는 것이다. 세계관은 거기서 조직되는 것이다.

모든 아이디어의 자궁이 되는 무한복제의 원본 이미지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갖추어졌다면 진지한 대화의 상대로 인정할 수 있다. 그 이미지가 없다면 어른들의 대화에 끼워줄 수 없다. 처음 시작점이 다르면 간격은 터무니없이 벌어진다. 다시 화해할 수 없다. 세계관이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가던 길을 계속 갈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흡수할 수 있고 동료의 임무를 대신할 수 있다. 동료와 기쁨을 나눌 수 있다.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다. 먼 길을 함께 갈 수 있다. 장개석이 모택동에게 패하고 남베트남 정권이 공산군에게 패한 것은 세계관이 다른 자가 억지로 동맹했기 때문이다. 방어할 수 있을 뿐 공격할 수 없다. 한 순간에 무너진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6.30 (08:52:10)

"생각이 다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방향이 다르다면 적대행동이 된다."

http://gujoron.com/xe/1101984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171 구조차원 개념 image 3 김동렬 2009-09-29 15800
6170 Re.. 굿 아이디어 김동렬 2002-11-22 15797
6169 <도올 김용옥기자의 현장속으로>감흥없는 `허무개그` 김동렬 2002-12-04 15796
6168 여론흐름 펌 깜씨 2002-12-04 15796
6167 노무현 대승의 패러다임 skynomad 2002-10-17 15794
6166 구조론으로 생각하기 김동렬 2009-08-06 15789
6165 인터넷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논객들! 김동렬 2002-12-23 15788
6164 창은 혼자 다 먹고 무현과 몽준은 나눠먹고 황인채 2002-12-17 15787
6163 각 포지션들 image 2 김동렬 2011-06-09 15783
6162 드라마 주몽의 아쉬움 김동렬 2006-07-18 15782
6161 정동영 솜씨 좀 보자. 김동렬 2006-02-18 15779
6160 민주당은 식객정당에서 논객정당으로 확 바꾸라! 김동렬 2002-12-24 15779
6159 최홍만이 귀엽다? image 6 김동렬 2011-10-13 15771
6158 공룡의 멸종원인 2 김동렬 2008-09-01 15771
6157 서프 논객들이 증발한 이유 김동렬 2007-09-20 15771
6156 엽기캐럴임돠. 김동렬 2002-11-26 15769
6155 진승의 실패 김동렬 2010-09-20 15766
6154 정씨와 김씨는 누군가? 과자 2002-11-30 15763
6153 부질없는 노력 image 김동렬 2003-07-23 15760
6152 부시 너를 인간적으로 싫어한다. 김동렬 2003-10-20 15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