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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790 vote 0 2023.01.13 (10:59:49)

    나무를 짜맞춰 집을 지을 때 마지막 귀퉁이는 맞출 수 없다. 약간 헐겁게 해서 억지로 끼워넣어야 한다. 조립식 장난감이라도 마찬가지다. 최소 부품 한 개는 본드로 붙이거나 나사를 조여야 하는 일이 생긴다. 완벽하지 않다.


    실내에 좌석을 꽉 채우면 안 되고 최소 한 칸은 비워놔야 한다. 중간에 화장실 간다는 사람 나온다. 어떤 구조물이든 통로문제 때문에 완전효율을 달성할 수 없다. 항상 여유분이 있어야 하고 약간의 손실은 감수해야 한다.


    게는 속으로 살이 찐다. 살이 꽉 차면 곤란해진다. 게는 허물을 벗을 때가 취약하다. 식물의 성장도 모순이 있다. 나무의 속은 생물학적으로 죽어 있다. 껍질도 해마다 갈라져서 땅에 떨어진다. 일부의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생물의 진화는 원핵과 진핵, 단세포와 다세포, 겉씨식물과 속씨식물, 단성생식과 양성생식, 체외수정과 체내수정을 거치며 단계적으로 일어난다. 대개 구조문제를 해결하려고 껍데기를 씌웠다가 덧나서 일이 커진 것이다.


    컴퓨터에서 나는 열을 완벽하게 잡는 방법은 원리적으로 없다. 에너지는 안으로 들어갈 수는 있어도 되돌아나가는 일이 없다. 들어간 에너지는 다른 에너지로 밀어내야 하는데 밀어내려고 들어간 에너지가 또 남아 있다.


    일을 하다보면 마지막 한 개가 남아서 말끔하게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빗자루로 바닥을 쓸어도 그렇다. 마지막에 남은 먼지는 걸레로 닦아야 한다. 반드시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것이 우주의 근본문제다.


    세상 모든 문제가 이 하나의 모순에 의해 일어난다. 방향충돌이다. 생물의 생장은 안에서 밖으로 커지는 방향인데 에너지는 밖에서 안으로 좁혀지는 방향이다. 건물을 지어도 밖으로 커지는데 자재는 안으로 들어온다.


    무언가 하려면 반드시 이 문제에 부딪힌다. 구조문제는 원리적으로 해결이 안 되지만 문제를 완화시켜서 적당히 넘어가는 방법은 있다. 그것은 진보다. 진보와 진화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지만 잠시 시간을 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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