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277 vote 0 2018.10.18 (18:21:36)


    이익균형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권력이다. 권력은 통제가능성이다. 내가 상대방을 통제할 수 있다는 혹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확신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집단에 소속감을 느끼고 동료의식을 느끼게 한다. 집단이나 혹은 동료에게 작용했을 때 기대하는 반응이 나와야 한다. 그럴 때 호르몬이 나와준다. 무의식이 영향을 미친다. 그러한 의사결정구조 안에서 호흡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노예는 권력이 없다. 인권이 없다. 노예는 주인을 이길 수 없다. 통제할 수 없다.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반응과 피드백을 기대할 수 없다. 상황을 설계할 수 없다. 노예는 개인이지만 주인은 조직을 갖추고 있다. 상놈은 개인으로 존재하고 양반은 조직의 비호를 받는다. 집단 안에서 역할을 얻었을 때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역할은 대표성을 가진다. 사건은 기승전결이다.


    기승전결로 진행되는 연결고리 안에서 하나의 고리를 맡을 때 대표성을 얻는다. 권력을 가진다. 노예는 대표성을 가질 수 없다. 그러므로 노예는 일하지 않는다. 피라미드는 노예가 아니라 자유민이 쌓은 것으로 밝혀졌다. 노예를 채찍으로 다룰 수 있다고 믿지만 천만에. 면화 수확철에 일시적으로 노예노동력을 동원할 수 있지만 대부분 노예는 소작농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


    소작농은 자영농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 고대사회가 노예노동을 쓰는 이유는 워낙 생산성이 낮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도시가 발달하여 고도의 분업화된 사회가 되면 노예노동은 쓸모가 없다.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수확기에 일시적인 노동력을 필요로 하거나 아니면 잡일을 하는 하녀로 쓰지 않으면 노예노동은 생산성이 낮아 일부 사유재산과 경작권을 가지는 농노로 바뀐다.


    생산성은 의사결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의사결정하면 권력을 가진다. 여기에 균형이 있다. 결혼도 어느 면에서 행복끝 고생시작이니 파트너의 노예가 되는 셈이고 취업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노예가 된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가출로 얻는 이익과 가족에 남아서 얻는 이익 사이에서 균형이 있다. 가족이 유지되는 이유는 각자의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균형점이 있으니 통제된다.


    전혀 통제할 수 없으면 사회는 깨진다. 이익균형이 반드시 물질적 이익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인 이익이 크다. 호르몬과 무의식과 스트레스와 행복감이 결정한다. 회사에 취업하면 백수보다 사회적 지위가 올라간다. 이익이 있다는 말이다. 균형이 완전한 평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인간은 외모로 신체로 피부색으로 지능지수로 능력으로 차별된다. 분명히 차이가 있다.


    이익균형은 팀을 떠날 것인가 팀에 가담할 것인가를 판정하는 어떤 균형점이 있다는 말이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과도 같다. 균형이 무너져도 군대는 가야 한다. 끌려가는 것이다. 한국남자의 군입대는 이익균형과 맞지 않다.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이다. 사회의 많은 측면에서 이익균형이 깨져 있다. 그러므로 사회는 불안정한 것이다. 사회의 범죄가 일어나고 일탈이 일어나는 이유다.


    그러나 완벽하지 않지만 균형점이 있다. CEO가 되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서울대를 가면 더 많은 공부를 요구받는다. 편한 노동자가 될 수도 있고 놀고 지방대를 갈 수도 있다. 거기에 균형이 있는 것이며 그 균형에 의해 인간은 사회에 대해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균형이 무너지면 사회는 깨진다. 노동자는 파업하고 CEO는 배임하고 회사원은 횡령하고 국회의원은 삽질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8.11.01 (13:46:33)

"거기에 균형이 있는 것이며 그 균형에 의해 인간은 사회에 대해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균형이 무너지면 사회는 깨진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187 조선일보는 망하지 않는다 image 김동렬 2003-02-06 15834
6186 중앙일보 인용 김동렬 2002-12-11 15834
6185 영화감독 정지영 - 내가 盧후보를 지지하는 이유 손&발 2002-11-29 15833
6184 그런데... 노원구민 2002-12-11 15831
6183 정대철, 인간이 저렇게 살고 싶을까? image 김동렬 2003-09-01 15827
6182 Re..51번 버스 주차장이 본가에서 500미터에 있는데 아다리 2002-11-01 15825
6181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라 3 김동렬 2010-02-04 15819
6180 몽구잡스 경영 김동렬 2010-09-08 15811
6179 서프는 더 두고봐야겠습니다. 김동렬 2005-10-04 15805
6178 '여자 이재오' 전여옥의 변신. 스피릿. 2004-03-16 15804
6177 후보회담을 앞두고 - 노후보는 정치력을 발휘하라 image 김동렬 2002-11-14 15804
6176 욕망의 극복 image 2 김동렬 2010-10-26 15801
6175 두 가지 에피소드.. (임시 저장 ^^;;) 스피릿 2004-01-16 15800
6174 천기누설 - 단일화게임 노무현이 유리합니다. 김동렬 2002-11-20 15799
6173 [Quiz] 다음 글은 어느 신문 사설일까요??? 2002-10-30 15799
6172 정치는 뜻으로 하는 거지 논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2005-08-01 15797
6171 석유전쟁 김동렬 2003-03-31 15797
6170 훗 ^^ 덜덜이 2002-12-18 15793
6169 구조차원 개념 image 3 김동렬 2009-09-29 15792
6168 이기든 지든 몽은 개새끼다. 영호 2002-12-19 15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