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325 vote 0 2023.03.07 (11:01:51)

    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진작 실망해 두었기 때문에 더 이상 타격받지 않는다. 환멸과 구토. 어처구니없음. 도무지 견적이 나오지 않음. 대화가 안 통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언어가 없음. 미개인과의 대화. 손짓발짓 해봤자 허무할 뿐. 무슨 수를 쓰던 반드시 오해할 것.


    이 바닥을 탈출하여 더 높은 세계로 올라갈밖에. 그런데 아뿔싸. 위로 올라갈수록 더 가관임. 밑에서는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이건 뭐 답이 없음. 그래. 첨부터 그랬어. 인간들은 이런 개판 세상을 바랬던 거야. 너절한게 좋다면 할 말이 없지. 그렇게 살다가 죽게 내버려 둘밖에.


    모든 종교가 다 똑같지 다른게 뭐 있나? 지속가능한 사이비와 교주의 사망과 동시에 망하는 사이비가 있을 뿐. 사이비의 특징은 새끼를 치는 건데 분파가 수십 개로 나눠져서 지들끼리 지지고 볶다가 자멸하는게 보통이지만 망할 듯 살아남아 집요하게 말썽부리는 독초도 있지.


    더 웃긴건 모르몬교지. 초딩도 안 속아 넘어갈 유치한 교리를 가지고도 살아남았어. 심지어 미국에서. 미국이 그렇게 허술한 나라였나? 문선명과 라즈니쉬가 미국을 접수하겠다고 설레발이 칠만도 해. 인도는 명상의 나라. 미국인들 꺼벅 죽잖아. 거기다 탄드라 섹스교로 밀면?


    섹스교가 있다면 반대편에 금욕교도 있어야지. 문선명. 원래 김백문 후계자는 다 피갈음하는 섹스교 계통인데 미국에서 틈새시장을 발굴하려면 그 반대로 가야지. 문선명이 금욕교로 갔다고? 그렇다면 그 빈 공간을 접수해야지. 문선명 교리를 베껴서 반대로 간 사람이 정명석.


    인간들이 그걸 원해. 내 입에 맞는 거짓말을 해줘. 거짓말 해달라면 해드려야지. 거짓말이 당장은 달콤한데 그게 독약이지. 괴력난신, 초능력, 음모론, 신토불이, 유기농, 환빠, 캣맘, 비건, 허무주의, 쾌락주의, 불로장수, 무속, 사주관상, 결벽증, 강박증, 공포증, 혐오증, 차별증,


    응석받이, 마마보이, 반지성주의, 일베충, 이념충, 중도충, 똥파리, 이 중에 하나도 해당 없는 사람 있나? 더 한심한 것은 그나마 종교가 있는 사람이 아기라도 낳는다는 거. 무종교는 그냥 집단자살 중. 인류는 희망이 없음. 인간은 자극에 반응하는 동물. 그냥 그러고 싶은 거지. 


   다섯 살 조카가 삼촌에게 질문을 해. '이거 뭐야?' 대답해줘봤자 안 듣고 있어. 또다른 '이거 뭐야?' 무한 반복. 애초에 대화가 아니고 놀이였던 거지. 질서를 혐오하는 거지. 정답이 있다는 사실을 싫어해. 그냥 서로 자극하고 반응하고 부대끼며 시시덕거리고 살고 싶은 거지.


    왜 전쟁을 하느냐고? 그 시대에 전쟁이 가장 수지맞는 장사라서 전쟁을 하는거. 그게 망조가 든 거지. 인간들이 똑똑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때는 분위기를 탄 거지. 물이 들어와서 노를 저었을 뿐 물이 나가면 인간은 금방 본래의 꼴통을 회복해버려. 인간들이 원래 그래. 


    분위기 맞춰주면 제법 사람 행색을 하지만 오래는 못가. 진리가 없는게 아냐. 인간이 진리를 보려고 하지 않을 뿐. 하긴 진리가 친절하지는 않지. 진리도 성격이 까칠해. 지구를 버려도 탈출할 곳이 없어. 인공지능이 뜬다는데 다시 한번 분위기를 만들어 줄지는 알 수가 없어. 


    다시 물이 돌아온다고 가정하고 대비하는 수밖에. 그 외에는 답이 없어. 이 길이 좋아서가 아니라 우리가 이리로 몰려 있는 거지. 다들 극한에 몰려 있어. 물이 목구멍까지 차올라서 물 위로는 코만 내놓고 콧구멍을 벌름벌름하고 있는 거라구. 나는 좋은 사람을 믿지 않는다. 


    훌륭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들은 사회적 기술이 발달해서 연극을 열심히 한다. 그것도 호르몬이 나와줘서 되는 것이다. 행복도, 사랑도, 쾌락도, 허무도 나는 믿지 않는다. 집단과 상호작용을 늘리는 호르몬 반응일 뿐이다. 진짜는 명령이 떨어지면 총을 쏠 수 있는 병사다. 


    끝내 명령이 떨어지지 않으면? 상관없다. 그 경우는 명령권자 책임이다. 나는 언제든 총을 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평소에 훈련을 해 두어야 하고 패스가 오면 내 몫을 하면 된다. 나머지는 확률의 영역이다. 지휘관을 주시하고 있어야 하고 동료의 움직임을 살펴야 한다.


    승패는 상관없다. 어차피 상호작용 과정에 다 용해되고 만다. 사피엔스의 역사 30만 년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물거품일 뿐. 집단과 문명과 전체와 연결되어 있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원래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고장 난 것은 어쩔 수 없고 멀쩡한 것은 필요한 반응을 한다.


    궁극적으로 우주 안에 연결과 단절이 있을 뿐이다. 육체는 단절되고 영혼은 연결된다. 영혼이라는 물질이 있는게 아니라 연결을 의미하는 단어가 필요했던 것이다. 신 개념도 마찬가지다. 문명은 연결이고 야만은 단절이다. 연결과 단절 중에서 연결을 선택하며 계속 가면 된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209 세상을 이해하자 김동렬 2022-05-26 2275
6208 제주도사람과 호남사람 김동렬 2023-02-26 2275
6207 비수술 트랜스젠더 문제 김동렬 2023-03-20 2275
6206 위기의 본질 김동렬 2022-05-15 2278
6205 벤투축구의 수수께끼 김동렬 2022-11-29 2278
6204 계 체 각 선 점 김동렬 2020-12-16 2281
6203 책상물림 지식인의 환상 김동렬 2022-03-27 2284
6202 신유물론 김동렬 2022-10-25 2287
6201 부름과 응답 김동렬 2023-07-13 2288
6200 열쇠와 자물쇠 김동렬 2022-06-16 2290
6199 인류원리 7 김동렬 2023-09-29 2292
6198 협살에 걸렸다 김동렬 2023-09-11 2293
6197 구조와 자연 3 김동렬 2019-11-07 2294
6196 양향자의 배신 1 김동렬 2022-04-27 2295
6195 윤석열의 망언 김동렬 2022-12-05 2295
6194 노동의 슬픔 김동렬 2023-05-02 2295
6193 도구가 있어야 한다. 2 김동렬 2020-08-27 2296
6192 구조론의 차원개념 김동렬 2020-12-10 2296
6191 구조론 3분 스피치 김동렬 2023-03-25 2296
6190 자연에 차원은 없다. 1 김동렬 2020-03-01 2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