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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876 vote 0 2023.02.02 (21:21:12)

    이항대립을 극복하는 삼단사고를 하려면 동사 중심의 사유를 익혀야 한다. 바람이 부는게 아니라 '부는 그것'이 바람이다. 동사가 앞에 와야 한다. 정확히는 동사의 메커니즘이다. 그것은 동사의 변화다. 물이 흐르는게 아니라 흐르는 그것이 물이다.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는게 아니라 이기는 그것이 거북이다. 어순만 바꿔도 창의가 된다.


    물 한 컵 더하기 한 컵은 큰 한 컵이잖아. 1+1=1이라고 우기는 꼬마가 있다. 동사 중심으로 가자. 물을 더하는게 아니라 더하는 그것이 물이다. 꼬마의 관심을 물이 아니라 더하기로 옮겨야 한다. 물이 둘이 아니라 더하기가 둘인 것을 2라고 한다.


    동사는 크고 명사는 작다. 동사는 움직이고 움직이는 것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보다 크다. 그런데 우리는 큰 명사에 작은 동사가 깃든다고 생각한다. 육체에 정신이 깃들고,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가 깃들고, 물질에 성질이 깃들고, 명사에 동사가 깃든다고 생각한다. 명사는 크고 동사는 스며드는 작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사를 명사의 부속품이라고 생각한다. 틀렸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당연히 움직이는 것이 크다. 움직임+명사=동사다. 움직이는 팽이는 멈춰 있는 팽이보다 크다. 에너지+명사=동사다. 동사를 동작만으로 좁혀서 보지 말고 상호작용의 메커니즘으로 넓혀서 봐야 한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Cogito. ergo sum.'


    데카르트의 코기토 논증이다. 원시인이 숫자 2를 알고 있다면 그전에 1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나는 지금부터 2를 안다. 고로 1은 어제부터 알고 있었다. 존재는 1번이고 생각은 2번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숫자 2에 해당하므로 숫자 1에 해당하는 존재는 이미 증명된 것이다. 2는 1보다 크고 동사 생각은 명사 존재보다 크다.


    동전의 앞면을 본 사람은 뒷면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백 퍼센트 확신이 든다. 앞면만으로는 존재가 불성립이기 때문이다. 존재는 완결되어야 하며 앞면과 뒷면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생각한다'는 동사다. 동사만으로 문장이 안 된다. 동사가 동전의 앞면이라면 뒷면은 명사다. 앞면의 생각한다를 보고 뒷면에 숨겨진 명사 존재를 알 수 있다.


    태초에 동사가 있었다. 대부분의 명사는 동사를 살짝 비틀어 놓은 것이다. '밀다'라는 동사가 있으면 밀대도 나오고 밀개도 나온다. 원시인은 회전식 맷돌이 없었고 밀돌로 곡식을 밀었다. 밀가루, 밀은 동사 '밀다'에서 파생된 명사다.


    데카르트가 존재를 사유했다. 사유의 첫 단추를 꿰려고 한 것이다. 우주의 근본은 상호작용이다. 진정한 코기토 논증은 '나는 상호작용한다.'로 시작되어야 한다. 생각은 상호작용의 일종이다. 존재는 상호작용의 주체다.


    사유의 첫 번째 퍼즐 조각은 동사의 메커니즘이다. 단, 그 동사는 명사의 부속품이 아니다. 명사에 깃드는 작은 동사가 아니다. 그 동사는 상호작용을 반영한다. 거기에 조절장치가 있다. 바람이 불면 기압이 걸려 있고, 물이 흐르면 수압이 걸려 있고, 열이 전달되면 열압이 걸려 있다. 그 압이 내부에서 밸런스를 조절한다. 이때 한 방향으로 조절한다. 시계바늘은 뒤로 가지 않는다. 물도, 바람도, 열도, 시계도 언제나 한 방향으로 조절된다. 키다리의 긴 다리를 자르지 않고 숏다리에게 키높이 구두를 선물한다. 강자를 끌어내리지 않고 약자를 돕는다.  


    내부에 조절장치를 갖추고, 기능을 갖추고, 밸런스를 갖춘 동사가 형님이고 명사는 동사 메커니즘의 부속품이다. 이것이 사유의 첫 단추다. 이후 일사천리로 복제된다. 모든 생각을 복제하는 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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