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87 vote 0 2019.08.06 (14:20:41)


    엔트로피의 결론


    우리가 엔트로피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지루한 논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왜 논쟁은 일어나는가? 왜 논쟁은 끝나지 않는가? 대칭의 상대성 때문이다. 세상은 온통 대칭이다. 대칭은 이원론으로 보인다. 앞이 있으면 뒤가 있고, 좌가 있으면 우가 있다.


    항상 반대편이 있다. 각자의 입장에서는 각자의 주장이 맞다. 대칭은 이쪽에서 저쪽으로 갈 수 있으면 저쪽에서 이쪽으로 올 수도 있다는 거다. 균일하다. 그러므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진보와 보수 사이에, 한국과 일본 사이에, 부자와 빈자 사이에 의견이 팽팽해져 버린다.


    우리는 도처에서 이런 식의 교착상태를 목도한다. 대칭은 바보들에게 희망을 준다. 누가 아무리 타당한 주장을 하더라도 나는 어깃장을 놓고 반대논거를 끌어대서 상대를 엿먹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칭원리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지구평면설도 정당한 학설처럼 된다.


    환빠들이 어깨에 힘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 창조과학회가 학자 행세를 한다. 라면교가 종교로 인정받아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다. 대칭에 의해 전방위로 교착되어 세상은 개판으로 된다. 이 사태를 어이할까? 노자의 무리는 희희낙락하고 공자의 제자들은 치명상을 입는다.


    모든 음모론과 사이비와 이단 종교가 권력을 획득한다. 이쯤 되면 세상은 멸망으로 치닫는 특급열차에 올라탄 셈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왜? 아무리 타당한 주장이라도 반대주장으로 어깃장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보루인 수학도 끝내 두 손 두 발을 들어버렸다.


    이론적으로 무모순이며 완전한 공리계는 없다. 근원적인 허점을 들켜버린 것이다. 그러나 걱정 붙들어 매시라. 엔트로피가 정리한다. 사물로 보면 세상은 허점투성이지만 사건으로 보면 대칭 2는 토대 1로 환원된다. 대칭된 둘은 사라지고 그사이를 잇는 라인 1이 부각된다.


    라인을 끊어버리면 대칭은 소멸된다. 피아구분이 탄생하고 사건의 주도권이 성립하고 방향과 순서가 정립되며 기관차와 객차가 구분되고 머리와 꼬리가 분별된다. 왼발과 오른발은 대칭이지만 머리와 꼬리는 비대칭이다. 이에 정의가 승리하고 선이 악을 제압하게 되는 것이다.


    정통이 이단을 물리치고 공자가 노자를 제압하고 족보와 정통성과 계통이 강조되며 곁가지는 처리된다. 매커니즘이 강조된다. 대칭은 둘이지만 그사이를 잇는 메커니즘은 하나다. 좌우 둘은 횡대 1로 축소되고, 전후 2는 종대 1로 축소되며 동서남북 넷은 종횡으로 압축된다.


    모든 벌여 세워진 2는 소굴 1로 후퇴한다. 거기에 닫힌계를 씌워버리면 깔끔하다. 군더더기는 청소된다. 세상은 깊은 어둠 속에서 건져진다. 죄 많은 인간이 순수한 어린이로 거듭나니 기쁜 소식이다. 세상은 대칭이지만 동시에 비대칭이다. 시작은 상대적이나 끝은 절대적이다.


    망치와 모루 전술이다. 1법칙으로 받쳐놓고 2법칙으로 때린다. 1법칙은 자리를 지키고 2법칙은 한 방향으로 몰아간다. 모든 난삽한 것을 엔트로피의 빗자루로 쓸어 담는다. 세상이라는 집은 1법칙으로 간격을 벌리고 2법칙으로 일으켜 세운다. 모습을 바꾸고 제자리를 정한다.


    바퀴가 축을 얻어야 일할 수 있다. 바퀴는 대칭이지만 축은 비대칭이다. 사물은 대칭이지만 사건은 비대칭이다. 머무르는 것은 대칭이지만 움직이는 것은 비대칭이다. 핸들은 대칭이지만 가속페달은 비대칭이다. 귀는 좌우를 각각 담당하지만 인간의 눈은 한 방향만 바라본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8.10 (15:25:52)

"사물은 대칭이지만 사건은 비대칭이다. 머무르는 것은 대칭이지만 움직이는 것은 비대칭이다."

http://gujoron.com/xe/1112410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6243 김대중의 변명 - 통치권 차원의 결단인가? 김동렬 2003-01-30 14096
6242 조선일보 지령 『노무현과 DJ를 이간질하라』 김동렬 2003-02-02 13662
6241 개혁당 서프당과 일전을 벌이다 image 김동렬 2003-02-05 13430
6240 개혁당을 위한 대안 김동렬 2003-02-05 13627
6239 조선일보는 망하지 않는다 image 김동렬 2003-02-06 15929
6238 무제 김동렬 2003-02-07 16028
6237 개혁당은 인터넷정당이 아니다. 김동렬 2003-02-07 12790
6236 김대통령이 잘못했다 image 김동렬 2003-02-07 14034
6235 정연씨 image 김동렬 2003-02-08 13838
6234 김용옥 연타석 홈런을 치다 image 김동렬 2003-02-11 14011
6233 과대평가된 두 얼치기 정몽준과 김정일 김동렬 2003-02-12 14153
6232 서라면 서고 가라면 가냐? image 김동렬 2003-02-13 15193
6231 김정일의 목을 조르고 부시의 팔을 비틀어라 image 김동렬 2003-02-17 13280
6230 휘발유통에 라이터를 켜대는 난폭자의 등장 image 김동렬 2003-02-19 19552
6229 김대중대통령의 역사적인 취임을 앞두고 image 김동렬 2003-02-20 13577
6228 퍼주기만이 살길이다 김동렬 2003-02-21 14295
6227 노무현의 역습 image 김동렬 2003-02-24 13911
6226 노무현의 생가를 방문하다 image 김동렬 2003-02-26 14778
6225 신기남 의원님 대단히 우려됩니다 김동렬 2003-02-26 13536
6224 노건평씨 벌써 사고치고 이러기 있나? image 김동렬 2003-02-27 154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