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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930 vote 0 2003.02.07 (19:53:45)

장신기님은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를 논해서 안된다고 말씀하셨지만 역사는 언제나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를 본다. 진시황은 노예를 해방했다. 그는 물에 빠진 민중을 건져주었다. 그러나 보따리를 찾아주지 않은 죄로 진 왕조는 몰락했다.

파리지앵들이 처음부터 루이 16세와 귀족들을 싸그리 죽일 작정은 아니었다. 문제는 쏜 화살이 중간에 멈추는 법은 없다는 데 있다. 역사는 자체의 관성을 가지고 있다. 그 화살에 내재한 에네르기가 완전히 소진될 때 까지 투쟁은 계속된다.

결국 역사는 부단한 보따리 찾기 투쟁이다. 당연히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준 다음에는 잃어버린 보따리도 찾아주어야 한다. 군주가 아무리 시혜를 베풀어도 국민은 그것을 은혜로 생각하지 않는다. 쏜 화살은 나를수록 가속도를 더한다. 개혁을 하면 할수록 민중은 더 많은 개혁을 요구한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를 보아야 한다. 아니 미래의 기준으로 과거를 보아야 한다. 이상(理想)의 기준으로 보아야 하고, 진리의 잣대를 들이대어야 한다. 김대중은 잘못했다. 그 잘못의 상당부분은 물론 답방 약속을 지키지 않은 김정일에게 있다.

진짜 나쁜 사람은 김정일이 아닌가?

노무현상병은 김대중일병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의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 이 시대의 가치기준으로 박정희를 보아야 한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박정희는 반역자다. 생각하면 중일전쟁이 진행 중일 때는 친일파도 애국자였다. 그들은 미래를 예측하지 못했다. 미당 서정주는 일본이 망할줄 몰랐다. 당연히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김대중은 당연히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예측했어야 했다.

김대중이 김정일의 배신을 예측했어야 했듯이, 한나라당은 조만간 김정일이 답방 약속을 지키고, 푸틴의 권고를 받아들여 북한 투자를 활성화할지도 모른다는 점을 바로 예측해야 한다. 지금은 김대중의 예측이 틀려서 깨지고 있지만, 머잖아 한나라당의 예측이 빗나가서 톡톡히 깨질 상황을 한나라당은 각오해야한다.

푸틴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사할린의 천연가스를 팔아먹을 시장을 확보하는 길이다. 그 시장은 한국과 일본 밖에 없다. 푸틴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김정일의 마음을 돌려놓을 것이다. 동북아 중심국의 비전은 여전히 유효하다.

역사학은 바로 그러한 미래예측의 기술을 배우는 학문이다. 역사를 모르면 누구나 오판하게 된다. 김대중은 과거에 오판했고 김정일과 부시와 한나라당은 지금 오판하고 있다.

지금 이 시대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고, 미래를 기준으로 판단하자. 미래의 윤리기준은 더욱 엄격하다. 김대중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특검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노무현당선자는 우리보다 더 강하다.

노무현당선자는 우리들보다 더 강고한 원칙가이다. 살을 내주고 뼈를 베는 승부사이다. 최근 청와대 인사에서도 당선자의 그런 면모가 나타나고 있다. 집권 5년간 끊임없는 싸움이 있을 것이다. 하루도 조용하지 않을 것이다. 팽팽한 긴장이 우리를 항상 깨어있게 할 것이다. 그러한 스트레스에 겁먹고 주저해서 안된다.

그 싸움들에서 노무현당선자는 거듭 패배할 것이다. 패배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도전할 것이다. 맨 앞에서 싸우다가 피투성이가 되고 말 것이다. 왜 패배할 수 밖에 없는지를 국민에게 드러내어 보이는 방법으로, 차기 총선에서, 당선자를 거듭 패배시킨 그 방해자들을 모조리 떨어뜨리는 임무를 우리 국민에게 부여할 것이다.

노무현 당선자는 스스로 사지에 뛰어드는 방법으로, 우리가 벌떼처럼 일어나서 위기에 처한 노무현당선자를 구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러한 극한 상황으로 우리를 몰아갈 것이다. 노무현당선자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가 노무현당선자를 위하여 무엇을 할것인가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해 보일 것이다.

당선자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 보다 더 고통스러운 싸움이 되겠지만, 당선자는 그 고통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혀갈 것이다. 진짜 승부는 내년 총선으로 가름된다. 당선자가 선의를 가지고 한나라당의 협조를 구했음에도, 악질 한나라당의 방해 때문에 좌절하는 모습을 세번만 보여주면 총선에서 압승할 수 있을 것이다.

당선자는 그러한 길을 갈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사람을 지도자로 선택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당선자는 우리를 향해 저 높은 알프스를 함께 넘자고 한다. 비록 고통이 따를지라도 씩씩하게 넘어야 한다. 당선자는 당당하게 특검을 받는 고통스러운 길을 택할 것이다.

덧글..

지난번 글에서 『강남에 사는 경상도 출신의 5060』으로 표현한 부분이 많은 독자님들을 불편하게 한데 대해 사과드립니다. 그러나 저는 『강남에 사는 것을 부끄러워 하는 나라』가 될 때 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생각입니다. 사실 그거 부끄러운 일입니다. 알만한 사람이 어떻게 강남에 살 수 있다는 말입니까?

마찬가지로 저는 제가 경상도 출신인 것을 부끄러워 합니다. 경상도는 광주를 배신했습니다. 광주에서 일어났으면 당연히 대구에서도 호응했어야 합니다. 대구는 침묵했고 이는 배신입니다. 저는 배신자입니다. 저의 원죄는 죽을 때 까지 씻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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