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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이 당선되어 이 자리에 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합니다. 저런 식으로 막가는 발언을 할 수 있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본질은 속일 수 없는 겁니다. 여성과 상고로 대변되는  이 정권의 출신성분이 문제이고, 거기에 맞상대로 되는 검찰조직의 기득권이 문제입니다.

권력과 권력이 충돌한 것입니다. 그들은 개인으로서 검사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 아니라 조직인으로서 검찰조직의 입장을 대변했던 것입니다. 오늘 나온 검사들 발언 중 상당부분은 정치발언이었습니다. 평검사가 나온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의원이 나온거 같았습니다.

정치에 오염되지 않은 젊은 평검사가 대통령에게 인신공격을 왜 합니까? 흠집내기, 약점 들추기 이게 무슨 짓입니까? 여성장관, 비검사출신의 발탁, 뼛속깊이 스며든 우월감, 오만과 편견, 속속들이 오염된 권위주의이고 특권의식입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오만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선출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어떤 형태로든 존재해서 안됩니다. 선출되지 않은 하나회가 권력을 가져서 안되고,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조중동이 권력을 휘둘러서 안되고, 국민에 의해 선출되지 않은 검찰이 권력을 가져서 안됩니다.

이것이 다 권위주의를 하나하나 해체해가는 과정입니다. 새 내각의 컨셉을 보면 노대통령이 점찍은 전공분야는 법조인 출신이라서 잘 아는 법무분야와, 지방자치를 연구한데서 얻은 경험을 반영할 행정분야인듯 합니다. 앞으로 5년간 이 두군데만 갈아엎어도 대한민국 많이 변하겠습니다.

민변과 시민단체로 인사위원회를 구성하자

세상에 자기 손으로 자기들 인사를 하겠다는 미친 놈들이 어디에 있습니까? 검찰총장이 국민에 의해 투표로 선출되었습니까? 선출되지 않는 검찰이 무슨 인사권을 가지겠다는 겁니까? 그래 좋습니다. 인사위원회 만듭시다. 위원은 민변과 시민단체로 구성해서 한번 해봅시다.

검찰이 잘하든 잘못하든, 표 떨어지는건 여당이고, 정치적 책임을 뒤집어 쓰는건 집권당이고, 그 표 얻어온 사람은 노무현인데, 사고는 선출되지 않은 저들이 치고, 정치적 책임은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집권당이 지고 그런 얼빠진 짓이 어디에 있습니까?

세상 모든 것에는 감시가 따라야 합니다. 그 감시를 하는 집단이 바로 검찰조직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누가 감시하는 겁니까? 검사가 검사를 인사하면 그 검찰은 누가 통제합니가? 민주국가에서 궁극적으로 모든 것은 국민의 표로 연결됩니다. 표가 권력이고 표가 인사권입니다. 그 표를 누가 찍었습니까? 내가 찍은 내 표입니다. 내가 내 권리를 내 대통령에게 위임한 것입니다.

예정된 결론은 권위주의 청산이다.

분통이 터져서 방송을 끝까지 마저 보지도 못했습니다. 특권의식, 집단이기주의, 갈 때 까지 간 인간들이 아닙니까? 나이도 젊은 사람들이 자기들이 휘두르는 권력의 출처가 어디인지, 자기들이 도무지 누구한테 위임받아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입니다.

그냥 내가 공부 많이 했으니까 권력을 휘둘러도 된다는 생각밖에 없는 자들입니다. 등록금 곱절로 비싼 대학 6년씩이나 다녔으니 일년에 30억씩 벌면서 세금은 쥐꼬리만큼 내도 된다는 의사들이나, 남들 못들어가는 시험 통과했으니, 토론 한번 안해봐서 말도 버벅거리는 자가 대통령을 모욕하고, 그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을 모욕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빌어먹을 일제시대 그 검사에서 1센티도 안벗어난 자들이 아닙니까? 조중동이나 검찰조직이나 말투에서 느껴지는건 친일잔재가 청산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왜놈들이 조선놈들을 깔보는 그 표정, 그 말투, 그 권의의식, 그대로 물려받은 것입니다. 선배 잘 섬기는 그들이 왜놈들에게 전수받은게 뭐겠습니까? 어리버리한 조선놈들 기죽이는 노하우나 배워서 그거 써먹는 짓거리입니다.

인사문제는 구실일 뿐 본질은 권력과 권력의 충돌

인사문제는 트집잡은 구실일 뿐 본질은 다른데 있습니다. 권력과 권력의 충돌입니다. 핵심은 노무현이 전화하지 않았다는 거죠. 전화하지 않으니 누가 줄을 잡았는지 알 수 없고, 줄을 잡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니, 후배들 다독거려줄 선배가 없는 겁니다. 그러니 무마가 안되는거죠.

기존의 상식대로라면 대통령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합니다. 전화받은 선배가 후배들 다독거립니다. 그런 식으로 새로운 줄이 만들어지고, 우르르 몰려가서 줄서기가 일어나는 겁니다. 그게 질서죠. 근데 지금은 다들 누구에게 줄을 서야할지 모르는 거에요.

분명히 말하죠. 오늘 사태의 발단은 밀실인사에 대한 불만이 아니고, 도무지 누구 밑으로 줄을 서야할지 알려주지 않은데 대한 막연한 불안감입니다. 이게 본질이에요. 결국 검사들과 정치권 사이에서 무마해줄 중재자가 없다는 겁니다.

문화충격입니다. 이쪽에서 센제공격으로 갈구기 들어갑니다. 기득권들의 짜고치는 고스톱의 룰을 어겨버리는 거죠. 짜고치는 룰이 아니라 법대로의 룰을 만들자는 거죠. 그러고는 반격 당합니다. 상대방의 오바질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여당이고 야당이고 건드리지 않기로 정해놓은 위험수위를 가볍게 넘어가서 무제한의 난타전으로 가는 겁니다. 쌍방이 무제한으로 상대방의 약점을 폭로하고 나서면 어떻게 될까요? 기득권층 모두가 유탄을 맞게 됩니다.

이렇게 막나가기로 하면 민주당도, 한나라당도, 조중동도, 검찰도 모든 기득권층이 깨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으로 최종적으로 얻는 것은 권위주의 타파입니다. 이 작업 5년간 계속됩니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세상 바뀌었다는거 모르는 인간들 다 깨우칠 때 까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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