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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804 vote 1 2019.01.07 (16:07:48)

    죽음과 삶


    20대에 나의 목표는 20대에 죽는 것이었다. 30대에 나의 목표는 30대에 죽는 것이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꽥 소리 하나는 내지르고 죽어야 할 텐데 소리지를 찬스를 잡지 못하고 어영부영 살아버렸다. 이상은 20대에 요절했고 모짜르트는 30대에 죽었다. 죽어도 할 말은 떠억하니 하고 죽었다. 그렇게 살고 그렇게 죽어야 한다.


    유쾌하게 살고 통쾌하게 죽어야 한다. 옴팡지게 살고 야무지게 죽어야 하는데 대개는 그러지 못한다. 어영부영 살다가 어물쩡 죽기 다반사다. 어어 하고 살다가 허허 하고 끝나는게 인생이다. 일본의 어느 20대 철학도는 천재는 20살에 죽어야 한다며 폭포에 뛰어들어 떨어지는 꽃잎처럼 아름답게 죽었다. 고딩 때 선생님께 들었다. 


    죽음을 사유할수록 삶은 치밀해진다. 삶은 죽음으로 완성된다. 삶은 곧 사건이다. 사건은 기승전결로 간다. 죽음의 사유는 기승전결의 완성에 대한 사유다. 기起에 성공해야 승承으로 흐름을 이어갈 텐데 기로 일어서지 못한다. 그만 자빠지고 만다. 깨끗한 도화지에 선 하나를 바르게 긋지 못한다. 선을 그었는데 삑사리 난다.


    비뚤어졌다. 찢어버린다. 또 긋다가 찢어버리기를 반복한다. 찢어진 도화지만 쌓여간다. 산다는건 그런 거다. 수치에 수치를 더할 뿐이다. 기승전결로 바통을 넘겨주지 못하고 기의 문턱에 걸려 자빠지기를 반복한다. 운명적 만남을 이루지 못한다. 만나야 일어선다. 20대에, 30대에 일어서지 못하니 40대 50대로 이어가지 못한다. 


    뒤늦게 무언가를 시도해본들 유치할 뿐이다. 가리늦게 앉아서 죽겠다는 서옹스님 좌탈입망 우습다. 물구나무서서 죽었다는 당나라 스님이 웃겼다. 일어서지도 못한 중이 자빠지기를 경쟁하니 우습다. 소유도 못 해본 중이 무소유를 주장하니 우습다. 제대로 살아내지도 못한 자들이 내세다 열반이다 하며 저승가기를 경쟁한다.


    자기 동네에서도 쪽을 팔았는데 남의 동네는 왜 간다고 난리란 말인가? 저승을 가봤자 이승망신, 천국을 가봤자 인류망신이다. 자기 집에서 구린 똥이 남의 집에 악취를 퍼뜨려 봤자다. 이어령, 김동길, 이문열 한국의 삼추는 일찍부터 명성을 얻었다.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가 퇴행에 퇴행을 거듭하더니 생전에 살아서 똥이 되었다. 


    빼앗긴 들에 하루를 살아봤자 어차피 치욕이다. 부처가 못 되면 똥이라도 되어보자는 식인가? 이왕 망가진 몸이라 폭주를 일삼으니 똥밭에서 탭댄스다. 사건을 일으키지도 못했는데 이승을 살던 저승을 가든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똥탕 튀기기를 멈추지 못한다. 인간은 이상주의가 있어야 한다. 내 안에 천상의 빛을 품어야 산다.  


    이어령, 김동길, 이문열, 김훈들에게 없는 것은 그 이상이다. 그들의 눈은 썩은 동태눈이다. 그들은 애초에 눈을 뜨지도 못한 것이다. 기起도 못하고 자빠진 것이다. 눈을 떠서 세상을 바라보지는 않고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눈치를 보고 있다. 남들로 하여금 기대를 품게 한 것이 잘못이다. 세상이 쳐다볼수록 관종의 추태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 자기 춤을 추지 못하고 자기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 남의 원하는 말을 대변하다가 큰 변이 된다. 이상주의는 불과 같다. 불을 품어야 한다. 천하에 큰 불을 질러야 한다. 불이 스스로 번져가기는 날씨에 달려 있으니 그것은 세상의 몫이다. 만나야 불이 옮겨붙는다. 만난 자가 미션을 얻는다. 마주쳐야 만난다.


    돌아다녀야 마주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수피아

2019.01.07 (23:37:44)

"인간은 이상주의가 있어야 한다. 내 안에 천상의 빛을 품어야 산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19.01.08 (05:28:05)

"만나야 불이 옮겨붙는다. 만난 자가 미션을 얻는다. 마주쳐야 만난다. 돌아다녀야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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