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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737 vote 0 2004.03.25 (16:46:09)

4년전 고어가 부시와 대결할 때입니다. 부시가 맹추격을 했는데 얼추 따라잡았습니다. TV토론이 분수령이 되었지요. TV토론은 해보나마나 고어의 승리입니다. 토론직후 여론조사를 했는데 과연 고어의 지지율이 5프로 상승했지요.

그래서 고어가 이겼나요? 천만에! TV토론을 고비로 부시에게 추월당하고 말았습니다. 이상하지요. 토론은 분명 고어가 승리했는데 왜 졌을까요?

고어가 토론은 잘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겁니다. 시청자들은 누가 토론을 잘하나 보다는, 부시가 함량미달이라는 결정적 증거를 원했고, 고어는 그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거에요. 고어의 패배입니다.

박근혜효과 3프로? 고어의 토론효과 5프로를 연상시키는군요. 그거 딱 3일 가더군요. 주식시장을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반등이 예상된 상황에서 기세좋게 반등하는데 실패하면 도로 폭락합니다. 실망매물 쏟아질 시점이지요.

박근혜, 정치를 소꿉장난으로 아는가?
공희준님이 의외로 박근혜를 높이 평가하는군요. 글쎄요. 제가 보기엔 ‘몽2’라고 보는데.. 하긴 몽도 나름대로 귀여운 구석은 있었지요. 근데 머리가 나빴잖아요. 그 돌머리 입증되는데 한달 걸렸습니다. 박근혜? 길어봐야 보름입니다.

정치를 쉽게 생각하지 마세요. 정치는 원래 어려운 겁니다. 고도의 방정식이 필요하지요. 상수 위에 고수 있고, 고수 위에 프로가 있습니다. 물론 정치를 쉽게 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건 권위주의로 가는 겁니다.

문제는 게임의 법칙상 한쪽에서 권위주의를 버리면 다른 쪽도 버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노무현이 이미 버렸으므로 박근혜도 버려야 합니다. 정치를 쉽게 하는 시대는 끝난 거에요. 이젠 정말 머리 나쁜 사람은 정치 못해먹는 시대가 도래한 겁니다.

권위를 버리면 리더십을 잃게 됩니다. 부하의 도전에 직면하는 거죠. 하극상 해결하다 시간 다 보내게 되는데, 지금 추미애의 도전을 받고 있는 조순형이 그 꼴이죠.

조순형? 쉽게가는 코스를 잡은 거에요. 정박후 철밥통 안짜른게 그 때문입니다. 호남물갈이 0프로, 이게 뭡니까? 하극상 안당하고, 부하에게 멱살잡히는 일 없이.. 정치를 쉽게하자 이거에요. 근데 노무현의 판갈이 때문에 쉬운정치시대는 끝났다니깐요.

네가지 코스가 있습니다.

1) 3김식 권위주의로 쉬운 정치(적대적 의존관계라는 판이 깨져 불가능)
2) 철밥통 기득권 존중하고 하극상 피하기(당 개혁 못하므로 지지도 추락)
3) 장기적인 비전을 세워 고도의 항해술을 구사하기(노무현급 프로만 가능)
4) 선진국처럼 잘 짜여진 시스템에 의존하기(정치개혁이 선행되어야 가능)

세상에 꿩먹고 알먹는 길은 없습니다.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하나를 잃어야 합니다. 길은 예의 4개 뿐입니다. 박근혜는 이 4개의 길 중에서 어느 하나를 택해야 합니다.  

1)번의 3김식 권위주의는 지역주의를 통한 적대적 의존관계를 기본구도로 하는데 노무현이 그 판을 깨버렸기 때문에 이제 3김식 권위주의 정치는 영원히 불가능합니다.

2)번은 조순형이 선택한 길인데 민주당의 호남물갈이 0프로에서 보듯이 개혁과 함께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국민으로부터 심판을 당해서 실패합니다.

3)번은 노무현급 프로들만 갈 수 있는 길입니다. 천재가 아니면 안됩니다. 특히 양당의 지도부간 두뇌싸움이 벌어지면 조금이라도 머리가 나쁜 쪽이 박살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위험천만입니다. 최병렬이 이 길을 선택했다가 노무현에 말려들어 박살이 났지요.

4)번은 당대표의 개인기보다는, 당 내부의 시스템에 의존하는 길인데 김근태가 좋아하는 길입니다. 이는 선진정치라서 우리나라의 후진 시스템으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아요. 박근혜는 아마 이 길을 선택하고 싶을 것입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납니다. 우리당이 4)번을 선택한다면 박근혜도 4)번을 해서 어느 정도 체면치레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당이 4)번을 안한다는 거지요. 노무현과 정동영은 타고난 3)번 체질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4)번의 시대가 옵니다. 최소 20년 걸립니다. 시스템이 정비되면 김근태 같은 사람이 무난히 대표를 할 수 있는 좋은 시대가 옵니다. 그야말로 태평시절이 오는거죠. 그 때가 되면 박근혜도 어느 정도 해낼 겁니다.

문제는 박근혜의 상대가 4)번 체질의 김근태가 아닌 3)번 체질의 노무현과 정동영이란 말입니다. 머리싸움 벌어집니다. 조직력이 아닌 개인기 위주의 시합이 됩니다. 개인기 대결로 가면 100 대 0으로 박근혜가 깨집니다.

축구를 해도 그래요. 아무리 강팀이라도 상대가 수비만 한다면 골을 넣기 어렵죠. 또한 궁합이 있다 말입니다. 박근혜축구는 수비축구입니다. 근데 지금 한나라당은 이미 전반전에 3점을 뺏겨서 수비축구로 해결할 상황이 아니라 말에요.

이제는 정말 골키퍼까지 전원공격을 해서 실점을 만회해야 하는데, 한나라팀 감독이 수비축구 전문의 박근혜? 이건 그야말로 X된 겁니다.

박근혜.. 최악입니다. 우선은 지역주의 카드를 쓸수 없죠. 우당인 민주당을 자극해서 안되니까요. 게다가 본인이 지역주의를 만든 박정희 딸이라서 더욱 지역타령 할 수 없죠. 정부를 공격할 수도 없어요. 고건을 안건드리기로 했으니까.

박근혜의 유일한 카드는 ‘상생의 정치’입니다. 매너있는 정치, 깨끗한 정치, 김근태식 정치를 해야하는 거죠. 근데 이게 다 수비축구거든요. 지금과 같은 너죽고 나죽자판 올인정국에는 맞지 않아요.

제가 요즘 김근태를 긍정평가하는 이유는 전반전에 노무현이 2골 넣고 정동영이 한골 넣어서 3 : 0 으로 앞선 상황이기 때문에, 김근태가 수비만 잘해줘도 무난히 이긴다고 본 때문입니다. 사실이지 지금은 김근태가 제목소리를 내야하는 타이밍입니다.

야당은 천명을 따르고 순리를 따라야 한다
정치는 자기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이 실수를 해줘야 득점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은 실수를 안합니다. 최병렬, 조순형은 수비축구를 채택해서 연착륙을 시도했어야 합니다. 뒤늦게 박근혜의 수비축구로 돌아섰지만 전반전에 3실점한 상황이죠.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이 실수를 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병렬, 조순형이 수비축구를 잘해서 연착륙을 시키면 그 공을 인정안해준다 말입니다.

최병렬의 최선은 '상생의 정치'해서 120석을 얻는 것입니다. 조순형은 우리당과 개혁경쟁을 벌여 20석을 얻는 것입니다. 문제는 최병렬 120석, 조순형 20석이면 엄청나게 선방한 것인데, 이걸 아무도 인정을 안한다는 거죠.

"에게..겨우 120석? 최병렬 니 주글래?"
"뭐야? 고작 20석.. 패장 조순형은 당장 대가리 박아!"

이런 식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극단적인 모험을 할 수 밖에 없고 그 결과는 자멸이죠. 박근혜? 잘하면 80석입니다. 80석이면 많이 한거죠. 요즘 세상에 80석이 어디야? 문제는 박근혜의 80석 선방을 인정안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박근혜는 더욱 꼴값을 떨어야만 하는 상황이고 수비축구 전문인데도 공격축구를 해야하는 상황입니다. 전반전에 3실점한 상황인데 후반전에 3골 넣어라고 압박 들어옵니다. 그 결과는 꽥이죠.

야당은 정신차려야 합니다. 지금은 자유당 말기와 같은 역사적인 대전환의 시기입니다. 지역주의가 깨지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추미애는 민주당 해체를 선언해야 하고 박근혜는 탄핵취소후 자진사퇴하는 것이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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