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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802 vote 0 2004.03.24 (14:41:31)

박근혜대표.. 최병렬의 마지막 작품이 된다. 한나라당의 본질가치는 중후하고 안정감있는 보수주의 이미지였다. 유교주의 관습에 어필하는 종가집 이미지, 모범생 이미지.. 이것이 이회창이 물려준 한나라당의 본질가치다.

최병렬.. 착실히 말아먹었다. 본인부터 본래의 최틀러 이미지는 간곳이 없고, 코메디언에 가까운 초랭이 이미지, 춘향전의 방자이미지로 변신하였다. 거기에 원래부터 방정맞은 홍사덕, 얼뜨기 이문열, 푼수 전여옥을 가세시키니 개그콘서트가 이루어졌다.

그 절정에 박근혜가 있다. 비록 모양은 최병렬이 쫓겨나고 박근혜가 입성하는 형식이지만 본질에서 최병렬 2기 체제다. 박근혜는 얼굴마담에 불과하다. 탄핵정국을 성공적으로 이끈 최병렬이 이회창계의 반격을 물리치고 박근혜를 앞세워 수성에 성공한 것이다.

최병렬 2기체제의 출범.. 이것이 오늘 전당대회의 본질이다. 그렇다. 최병렬이 이겼다. 최병렬의 한나라당 환골탈태작업이 드디어 완성된 것이다. 이회창이 가꾸어온 한나라당의 본질가치를 완전히 잠식한 것이다. 치명적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노무현, 정동영의 눈부신 성공.. 그는 이를 이미지정치의 성공으로 파악한 것이다. 노무현의 막말(?)과 정동영의 쇼쇼쇼.. “그래 바로 저거야!”

“노무현의 막말(?)은 푼수 전여옥의 수다로 해결하라. 정동영의 쇼쇼쇼는 맹추 박근혜의 개그쇼로 응수하라!”

천만에! 착각에 불과하다. 노무현은 막말로 성공하지 않았다. 그는 ‘진정성’으로 성공한 것이다. 정동영은 이미지로 성공하지 않았다. 현장을 발로 뛰는 활발한 ‘동선’으로 성공한 것이다.

또한 비교하라.

● 노무현의 말.. 서민계급에 어필하는 진정성이 있다.
● 전여옥의 말.. 수다쟁이의 푼수개그다.

● 정동영의 현장정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동선이 넓다.
● 박근혜의 이미지쇼.. 안방에서 뭉기적댄다.

무엇인가? 그들은 착각한 나머지 상대가치의 획득에 주력하다 본질가치를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집안을 말아먹되 장롱 속의 패물을 전당포에 맡긴 것과 같다. 화장빨을 앞세우다 다이어트에 소홀한 것과 같다.

본질로 승부하지 않고 이미지로 승부한 것이다.

착각이다. 정동영의 번개행보를 이미지로 본다면 진짜 착각이다. 정동영.. 그는 서프에 아이디어가 뜨면 하루만에 채택한다. 그는 빠르다. 영등포 당사이전 결정에 단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몽골기병의 속도전이다.

이걸 단순히 이미지로 보고, 정동영의 잘생긴 얼굴에는 박근혜의 제법 봐줄만한 얼굴로 응수한다?

웃기고 있네. 자슥들.. 그렇게도 머리가 안돌아가나?

최병렬.. 진짜 대단하다. 하여간 오늘 전당대회의 성공으로 우리의 호프 최병렬은 죽지 않았음이 입증되었다. 그는 홍싸데기를 내세워 한나라당을 수렴청정하고 있다. 그는 다시 살아난 것이다. 잃었던 힘을 탄핵가결로 단숨에 되찾았다.

역시 최틀러.. 당이야 망하던 말든 그는 오늘 전당대회의 승자이다.

그러나 그는 원래 정치에는 맞지 않는 인물이다. 후흑학의 관점에서 볼 때, 그는 너무나 속이 뻔히 보이는 얼굴이 얇은 인물이다. 깊은 뜻을 숨기고 원대한 계획을 추진할 사람이 아니다. 탄핵.. 요런 못된 일에나 최틀러일뿐.. 역사의 큰 틀을 잡아나가는 인물이 아니다. 멍바기처럼 사업이나 할 사람, 지자체장이나 할 사람이다.

지난번에도 말한바 있지만 한나라당이 살려면 중도보수의 이미지로 가야한다. 그것은 연부역강한 40대 장년층의 중후한 이미지..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 종가집 어른의 이미지.. 엄한 교장선생님 같은 이미지.. 청렴결백한 이미지로 가는 것이다.

문제는 한나라당지도부에 이 이미지에 걸맞는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이명박에 손학규, 박근혜에 홍사덕.. 그 누구도 이회창이 쌓아올린 중도보수(사실은 수구에 극우지만 겉으로 표방하려 한 즉)의 한나라당 이미지에 걸맞지 않다.

최악이다. 최병렬은 한나라당을 초랭이방정당으로 환골탈태시키는데 성공하고 만 것이다. 이제 그들의 개그콘서트를 구경하는 일만 남았다. 어쩌겠는가. 웃을 수 밖에.

한나라당 이름이 아깝다. '신경북당이라 불러다오.' 박근혜를 대표로 선출하므로서 대구경북은 어떻게 수성이 되겠지만 수도권은 전멸이라 보아야 한다.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중달을 이겼다고 한다. 전세가 불리하여 퇴각할 때의 병법이 있다. 도리어 외연을 확대하는 전략을 채택하므로서 허장성세를 하여 시간을 버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본가인 대구경북을 당 대표로 한 것은 이 전략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최악의 결정이다.

이는 겁먹은 개가 개집으로 숨듯이.. 엉덩이를 보인 것이다. 제갈량의 질서있는 후퇴가 아니라 최악의 무질서한 도주가 된다.

무엇보다 본질가치의 잠식.. 한나라당 이념에 충실한 유림세력을 등돌리게 만든 점이 참으로 크다. 이건 진짜 죽음이다. 한나라당이 살려면 어떻게든 유림을 안고가야 한다. 완고한 노인 이미지를 버린답시고 젊은 초랭이들을 끌어들여 유림들을 화나게 했다는 거..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쳐도 유분수지.. 미친 짓이다.

이런 때 우리당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그 역으로 가야한다. 그들이 ‘향단이와 방자’ 컨셉으로 방정맞게 나올 때 우리는 집권여당의 안정감으로 승부해야한다. 연부역강한 40대의 이미지, '강한 우리당, 힘있는 우리당' 컨셉으로 가야 한다.

필자가 최근 김근태의 민주행보에 점수를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놓쳐버린 집토끼를 착실하게 잡아들이고 있다. 우리당 의원들은 옷 단정하게 입고 목에 힘좀 줘도 된다. 국민들은 지금 불안해 한다.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무게감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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