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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714 vote 0 2004.03.22 (21:22:10)

● PGA를 주름잡는 유명 프로골퍼가 있다. 한 부자가 내기를 제안한다. 홀컵 20센티 앞에서 퍼팅을 하되 성공시키면 100억원을 주겠다는 거다. 단 넣지 못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그 프로골퍼는 내기를 거절했다고 한다.

20센티 앞에서 퍼팅하기.. 너무나 쉽다. 그러나 목숨이 걸린 일이라면 타이거 우즈도 하지 않으려 한다. 왜? 또한 이유가 있다. (냉정하게 그 퍼팅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노무현이다.  )

어떻게 생각하는가? 쉬울 거 같은가? 당신이라면? 100억이 생긴다는데.. 그 정도야 쉽게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천만에! 필자의 경험칙으로 말하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특히 지식인들이 이 상황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았다.

왜 그 유명 프로골퍼는 거절했을까? 겁쟁이라서가 아니다. 내기를 싫어해서도 아니다. 목숨이 아까워서도 아니다.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쉬운 일도 목숨이 걸리면 실제로 잘 안되더라는 해본 경험!(이거 농담이 아니라 과학이다)

『 가만 있어도 중간은 갈 것인데 기를 쓰고 오판하고, 기를 쓰고 유탄을 맞는 애들이 있다. (알고보면 정신적으로 취약한 애들이다.. 도를 닦아야 된다 ^^;;) 』

● 인간은 진화했다. 과연 진화만 했는가? 천만에! 별로 유익하지 않은 진화(역진화)도 있다. 예컨대 고소공포증이 그렇다. 이거 도움이 안된다. 인간을 약하게 만든다. 그런데 왜?

생각하라! 고소공포증이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기에 진화를 통해 고소공포증을 얻어낸 것이 아니라, 인간이 원숭이였던 시절 고소공포증의 유전인자를 가지지 않은 조상은 까불다가 나무에서 떨어져서 죄다 죽었기 때문에.. 고소공포증을 가진 원숭이의 후손들만 남아있는 것이다.

예의 프로골퍼가 내기를 거부한 이유는?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쉬운 일이라도 목숨이 걸리면 냉정을 잃고 실제로 흔들렸던 경험. 고소공포증과 같다. 고소공포증이 반드시 고공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평지에다 폭 10센티, 길이 10미터의 일직선을 긋고 그 선을 밟으며 걸어가라고 해 보자. 백명이든 천명이든 모두 그 길을 걸어내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한걸음이라도 그 선을 벗어나면 죽는다고 하면 어떨까?

다리가 덜덜 떨린다. 걸을 수 없다.

노무현? 100만명 중에 하나로 그러한 고소공포증(?)이 전혀 없는 인간이 있다. 노무현이 그런 사람이다.

무엇인가? 많은 지식인들이 오판하는 이유는? 일종의 고소공포증과 같다. 그건 심리의 문제이면서 심리 이상의 문제이다. 그들은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은 것이다. 진화 혹은 자연선택의 결과다. 그들이 오판하는 이유?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생존본능에 따른 방어기제가 작동해서 오판을 유도한 결과다.

 

●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홍사덕이 그 씨앗을 심었다. 이대로 가면 우리당이 250석을 얻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무 생각이 없이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해버린 것이다.(솔직히 250석은 과하지만 200석은 가능하다)

맞다. 많은 논객들이, 또 네티즌들이 우리당의 예상의석을 낮게 잡는 이유는? 평지에 10미터의 직선을 그어놓고 그 선을 따라 걷되 단 한발이라도 벗어나면 죽는다고 위협했을 때, 그 선을 따라 걷지 못하는 것과 같다. 생존본능이 작용하여 심리적으로 위축시킨 것이다.

이런 때는 아무 생각없는 사람이, 순수한 사람이 상황을 잘 보는 법이다. 몇몇 민노당 지지자들이 그렇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우리당이 총선에서 압승할 것이므로 안심하고 민노당을 찍어도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왜?

그들은 순수한 것이다. 그들은 우리당의 승패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상황을 객관적으로 본다. 어쩌면 그들의 말이 맞다.

 

● '삼인성호'라고 한다. 서울시내 한 복판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면 믿겠는가? 아마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결국은 믿는다. 인간은 그런 존재이다. 약하다.

한민당의 그들..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지만, 자신이 옳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지만.. 193명이 같은 말을 하면 믿는다. 넘어간다. 그들은 분위기에 넘어가는 약하디 약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가미가제.. 폭탄을 지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왜넘들처럼.. 혼자가 아니므로 두렵지 않다. 자살도 혼자가 아니라면 거뜬히 해낸다.

이 심리 또한 일종의 생존본능에 따른 방어기제가 작동하여 오판을 유도한 결과다. 인간들은 보통 사소한 문제에는 이런 식의 오판을 잘 하지 않는다. 그러나 목숨이 걸린 중대한 문제에는 이런 식의 오판을 잘하는 법이다.

 

● 예컨대.. 판단하기가 매우 쉬운 문제가 있다. '1+1=2'처럼 너무나 쉬운 문제를 낸다. 정답은 2다.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주위에 둘러선 193명이 모두 3이라고 말한다면.. 그대는 그 경우에도 꿋꿋하게 2를 지킬 수 있겠는가?

쉬울 거 같지? 천만에! 그거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집단무의식.. 광기.. 2차대전 때 독일과 일본의 무모한 도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답이 안보이는 전쟁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무엇엔가 홀린듯이 승산없는 전쟁을 감행했던 것이다.

왜? 삼인성호의 심리와 같다. 혼자가 아니므로 두렵지 않다. 러시아군이 베를린 시내에 입성한 그날에도 독일의 전쟁국채는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그걸 파는 넘이나 그걸 돈주고 사는 넘이나.. 인간은 그런 존재이다. 오! 약해 빠진 인간이여!

 

● 필자의 비유가 적절하지 못해서 .. 혹 필자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가 있을까 우려된다. 필자가 말하려는 것은 이런 거다.

○ 지난 대선 때 노무현의 승리가 뻔한 상황이었는데도 많은 지식인들이, 또 언론사들이, 또 논객들이 기를 쓰고 오판을 한 이유는?(최고의 엘리트인 신문기자의 75프로가 이회창의 승리를 예언했다)

○ 탄핵의 역풍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는데도 조중동이, 한민합방당이 또 알만한 논객들이 오판하는 이유는? 진중권, 김규항, 강준만이 줄줄이 오판하는 이유는?

냉정하게 이성으로 판단했는데도 문제가 어려워서 오판한 것은 결단코 아니다. 눈감고 찍어도 50프로 맞는다. 이걸 단순히 집단의 광기로 치부해서도 안된다. 실은 인간의 진화과정 중에 얻은 동물적인 방어기제가 작동하여, 오판하게 만들었다.

이걸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다. 우리당의 예상의석을 낮추어 잡는 서프 논객들의 심리도, 역풍을 염려하는 임종석의원의 심리도, 실은 이성적 판단이 아니라 예의 동물적인 방어기제의 작동에 의한 오판일 수 있다.(물론 필자의 판단이 오판이고 임종석의원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 승부사는 무엇이 다른가? 노무현은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그러한 생존본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다. 1만명이 주위를 에워싸고 '1+1=3'이라고 외쳐도 흔들리지 않고, 단호하게 정답은 '2'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물론 필자의 이러한 예상이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193명의 집단적 오판에 비하면 필자의.. 이 정도의 오판(?)은 약과가 아니겠는가?

냉정하게 생각해 보라. 지금 당신의 판단은 순수한 이성의 판단인가 아니면 인간이 진화과정에서 얻은 동물적 방어기제가 작동하여 심리적 영향을 미친 결과인가?

진중권과 강준만들.. 많은 사람들이 '논리학'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 보면 '생물학'인 경우가 너무나 많다.

폭은 10센티다. 길이는 100미터이다. 그 직선 위를 걷는다. 단 한걸음이라도 그 선에서 벗어나면 죽는다. 노무현은 태연하게 그 길을 걸어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호흡 한번 흐트러지지 않고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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