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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873 vote 0 2004.04.22 (18:00:21)

김미화이야기가 나왔길래 생각해본다. 우리나라에서 공동체문화가 가장 발달한 곳은 강남 하고도 타워팰리스다. 윤구병선생의 변산공동체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동마다 2층에 자리잡고 있는 클럽하우스, 헬스장과 독서실, 연회장, 잘 조직된 부녀회, 주부가요교실, 60대 실버모임, 골프모임 등으로 화기애애하다.

삭막한 도시의 아파트문화와 달리 그들은 이웃끼리 오순도순 터놓고 산다. 옛 우리네 시골마을처럼 인심도 좋다. 그래서 사이트에 내건 구호가 ‘라이프 오브 타워팰리스’란다.

왜? 그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강남권력의 본질은 ‘정보접근권’이다. 정보는 해외유학에 대한 정보, 자녀들의 조기교육에 대한 정보, 원정출산에 대한 정보, 상류층 혼맥에 관한 정보, 부동산투기에 대한 정보다.

정보접근권을 얻기 위해 로또신출내기들은 상류층 고관, 재벌, 연예인들에게 열심히 아부하고 손바닥을 비벼야 한다. 정보를 가진 자와, 돈을 가진자의 먹이사슬이 잘도 작동하고 있다.

정보가 권력이고, 정보가 돈이고, 정보가 힘이다. 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네트워크다. 그 폐쇄되고 차단된 다단계 네트워크 안에서 높은 순위의 정보접근권을 획득하기 위해 만면에 거짓 미소를 띄우고 이웃끼리 정이 도탑다.

‘속물’이다. 속물이란 단어의 본래의미에 딱 맞는 포즈다. 로또에 당첨된 자가 원정출산의 정보를 가진 자 앞에서 짓는 비굴한 표정과 태도 말이다. 그 서로를 만족시키는 당당한 거래.

속물이란 무엇인가?
속물문화도 더듬어 보면 뿌리가 있다. 원래는 18세기 지리상의 발견으로 하여 아메리카에서 황금을 가져온 자와, 농노제 폐지로 몰락한 귀족가문의 정략결혼에 하층부르조아들이 가담하면서 생겨났다.

아메리카로 진출하여 황금을 가지고 돌아온 졸부들 있다. 그들은 일로스원정에 나섰다가 20년 만에 돌아온 이타카의 오디세우스처럼 갖은 고생 끝에 금의환향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사이에 집안은 풍지박산 되어 있기 일수다. 개선장군처럼 돌아왔지만 파리떼처럼 달려드는 것은 사기꾼과 허풍선이와 모리배들 뿐이다. 몇해 못가서 황금을 탕진하고 다시 바다로 나가 영국 해적선이나 얻어타야하는 신세가 된다.

그들이 황금을 지키고 가문을 복원하는 방법은?

마침 농노해방으로 몰락한 귀족가문의 처녀와 결혼하는 것이다. 귀족? 귀족은 적어도 다르다. 허영심 많은 하층부르조아 여성들과 달리 귀족은 믿어도 된다. 귀족가문이라면 박근혜처럼 잘 훈련되어 있다.

그들은 코르셋을 조이고, 하이힐을 신으므로써 부르조아들과 차별화하는 방법으로 자기들의 신용을 높이는데 성공하곤 한다. 믿을 만한 집안의 교양있는 여성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런 때 반드시 꼽살이끼는 허풍선이들이 뚜쟁이로 나서서 무도회를 주최한다. 황금을 가진 자와, 신용을 가진 자가 거래하는 것이다. 이 풍속이 차차로 하층부르조아계급에 까지 스며들어 프랑스식 속물문화를 낳은 것이다.

돈을 버는 것이 차라리 쉽고 지키는 것은 더 어렵다. 그들은 상류층 특유의 배타적인 결혼관계를 통하여 획득한 부를 유지하는데 성공한다. 이것이 부동산투기로 돈을 번 한국의 졸부들에게 나타난 것이 강남문화다.

그들은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그들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정답게 인사한다. 안부를 물으면서 재빨리 상대방의 신분서열을 파악하는 한편 고급정보를 입수해내기에 성공한다.

그들은 누가 가르켜 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안다. 단계적인 정보접근권을 설정하는 방법으로  내부에 서열을 정하고, 등급을 매기고 중세의 봉건제도와 같은 피라미드식 착취구조를 갖추어내곤 한다.

상하가 구분되고, 예의와 매너가 갖춰지며 에티켓의 양념을 더한다.

봉건이 달리 봉건이 아니고 이것이 봉건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 이래 이와 유사한 패턴은 존재해 왔다. 조선왕조의 유교주의도 어느 면에서 이와 유사하다. 과거 농촌공동체에도 성격은 다르지만 유사한 성격의 공동체문화가 있었다.

배타적인 소집단 내부에, 단계적인 정보접근권을 설정하는 방법으로 서열과 권위 중심의 조폭식 의사결정구조가 존재했던 것이다. 조중동을 위시한 이나라 기득권층의 작동방식도, TK의 옹고집도 그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냉혹한 조폭시스템에 겁없이 뛰어들었던 훈련되지 않은 신흥부르조아 김미화가 어이없이 희생되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모든 논의는 공동체의 형태에 관한 논의다. 다수가 정보를 공유하는 개방형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내부에 단계적 정보접근권을 두어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피라미드형 봉건공동체를 만들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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