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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려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승리한 직후에는 적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또한 병법이 된다. 노무현대통령도 당선 직후에는 그랬다. 대선 직후 ‘상생의 정치’니 해서 한나라당을 헤롱헤롱하게 만든 바 있다.
 
실용주의? 지도력이 시험에 든 정동영 입장에선 무난히 수습한 셈이다. 그래서 얻은게 뭐지? 체면을 의식하고 있다. 어깨에 힘 들어갔다. 대권은 아직 4년이나 남았다. 지금이라면 망가지기를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당의 정체성 논쟁을 권력투쟁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면 문제있다. 처음 토론은 순수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지도부가 체면을 의식하고 방어를 시작하면 진짜 권력투쟁으로 변질되어 버리는 수가 있다.
 
방어하려는 생각을 포기해야 한다. 지도부의 의중을 감추어야 한다. 가능한 한 새내기들에게 발언기회를 주어야 한다. ‘백화제방 백가쟁명’으로 가야한다. 색깔이 다른 이와의 공존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
 
지도부는 입 다물고 그냥 듣기만 해야한다.
 
지금은 튀고 싶은 자에게 튈 기회를 주고, 목청 높이고 싶은 사람에게 목청 높일 기회를 주는 방법으로 새내기들의 얼굴을 익혀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데도 지도부가 마이크를 독점하려 한다면?
 
지도부가 자기 의중을 먼저 드러내는 것.. 아마추어다. 하여간 이 문제는 우리당이 걱정할 문제이고. 그래도 우리가 뽑은 선량들이 얼치기 짓 좀 하지말고 제대로 된 프로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오디세우스의 귀환
주인이 집 비운 사이에 손님이 떼로 몰려와서 지들 멋대로 부엌을 뒤져 한상 늘어지게 차려놓고 퍼마시며 별소리를 다 늘어놓는다는 기분이다. 정신차려라 이것들아! 오디세우스는 아직 귀환하지 못하고 있다.

 
본질을 보자. DJ가 설계한 집이다. 노무현이 터를 파고 기초공사를 한다. 차기 대통령이 그 주어진 기초 위에 건물을 올릴 것이다. 중간에 약간의 설계변경도 있겠지만 큰 흐름에서는 DJ의 청사진 대로 간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업은 무엇인가? 이 흐름을 이어가며 노무현정치를 계승할 새로운 구심점을 만드는 방법으로 우리당의 계속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4년 후가 아니라 20년 앞을 내다보고 말이다.
 
김구와 장준하가 뿌린 씨앗이다. 닫힌 사회에서 열린 사회로 간다. 이념은 문화국가의 비전을 공유하므로써 우리당의 계속성을 보장하는 종(縱)의 끈이다. 개혁은 우리당이 내부에서 서로 소통하게 하는 횡(橫)의 코드다.
 
이념과 개혁은 쌍두마차다. 둘 중 하나도 버릴 수 없다.
 
이념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공동체의 정신이다. 한국인이 한국인답게 살아보자는 뜻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정신이요, 우리민족은 다 한 가족이니 한 솥의 밥을 나눠먹어야 한다는 것이 민족공동체의 정신이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좌와 우의 노선차이를 떠나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휴머니즘에 그 이념의 뿌리가 있다. 단군의 홍익인간과 같고, 맹자의 성선설과 같다. 인간의 선한 본성에서 그 본래면목이 찾아져야 한다.  
 
개혁은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인터넷 직접민주주의’의 문을 활짝 열어제치는 것이다. 사회의 온갖 기득권을 타파하고, 계층간, 지역간, 세대간, 성별간에 문턱을 낮추고 진입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당은 본래 이념을 따라가는 것이 맞고, 개혁은 행정부의 몫으로 된다. 그러므로 설사 우리가 행정부를 장악하지 못한다 해도 이념은 그대로 간다. 당의 목적이 반드시 집권에 있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설사 우리가 집권을 못한다 해도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우리의 노력은 경주되어야 한다. 당은 국민을 상대로 이념교육을 담당해야 하고, 개혁은 청와대와 내각의 몫으로 넘겨야 한다.
 
거꾸로 되어도 유분수지 엉뚱하게 당이 실용을 주장하고 있으니 이거 하품 나오는 일 아닌가? 실용주의? 좋다. 그러나 마땅히 대통령의 입에서 나와야 할 소리다. 언제부터 대통령이 당사에서 집무하게 되었단 말인가?
 
노무현은 침묵하고 있다. 여전히 의중을 감추고 있다. 그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 그 침묵 속에 숨은 뜻을 헤아려야 한다. 심지어 측근조차도 노무현의 의중을 헤아리지 못하고 헛발질 한 예가 많았다.
 
몇가지 하고 싶은 말 ..
● 당은 미래를 대비하여 인재를 기르고 행정부는 그 인재를 뽑아쓴다. 당은 이념을 계승하고, 행정부는 개혁을 실천한다.

 
● 등소평이 실용주의를 해도 환경의 변화에 부응하여 정책을 바꾸는 거지 이념을 바꾼 것이 아니다. 중국에서 모택동은 조금도 격하되지 않았다.

 
● 외국의 예를 본받아 투표복권을 발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2, 30대의 투표율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 중앙일간지들은 KBS처럼 100대 기업에 한해서 언론사가 개별적으로 광고를 수주하는 일을 금지시키고, 광고는 추첨해서 나눠게재하는 대신, 유가지 판매부수에 따라 광고수익을 나눠가지도록 해야한다.
 
● 개혁은 전광석화처럼 해치워야 한다. 개혁한다고 겁줘서 근육이 경직되면 주사바늘이 안들어간다. 유능한 간호사가 그러하듯이 조중동의 궁뎅이를 손바닥으로 사정없이 때린 다음, 인정사정없이 주사바늘을 찔러넣고 주사액을 남김없이 밀어넣은 다음, 바늘에 찔린 자리를 엄지손가락으로 꽉 눌러줘야 한다.(이때 엄지손가락을 360도로 회전시키는 것이 주사약이 고루 퍼지게 하는 요령) 환자가 눈물을 찔끔 흘리도록 말이다.
 
● 결국 노무현의 작품이고 노무현이 해낼 것이다. 우리 네티즌들은 우리당과 거리를 벌리고 독립세력으로 가야 한다. 우리당은 4년 후를 보겠지만 우리는 30년 후를 내다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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