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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2375 vote 0 2004.06.07 (10:41:15)

참여정부 출범 이후 항상 초반 악재에 시달려왔다.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되어 작은 싸움을 지는 대신 큰 싸움을 이겼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다. 패인을 분석해서 내년의 국회의원 보선에 대비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패배한 이유는 분명하다. 손발은 빌려도 머리는 빌려서 안된다. 정책은 빌려도 논리는 빌려서 안된다. 참패한 이유는 우리당이 개혁의 정책은 고수하면서도 논리(실용주의)는 한나라당의 것을 빌리는 어리석음을 범했기 때문이다.
 
지엽적인 것은 열심히 지키면서 본질을 내주는 어리석음을 다시는 범하지 말자. 정책은 경직되어서 안된다. 좋은 정책이면 민노당의 것도, 한나라당의 것도 가져다 써야 한다. 그러나 논리(이념)는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
 
100만표를 날린 실용주의 소동
정치는 유권자들에게 두 가지를 줄 수 있다. 하나는 명예(名譽)이고 둘은 안심(安心)이다. 그 외엔 아무 것도 줄 수 없다. 진보 아니면 보수다. 진보는 유권자들에게 명예를 줄 수 있고 보수는 유권자들에게 안심을 줄 수 있다.  
 
실용주의 소동은 명예를 원하는 진보세력에게서 그 명예를 앗아갔다. 우리당 지지자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안심을 원하는 유권자들은 당연히 한나라당에 투표한다.
 
안심(安心)은 플러스를 얻자는 것이 아니라 마이너스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은 우리당의 실용주의 덕에 잘 살게 되기를 기대하기 보다는, 한나라당의 건재가 주는 ‘더 나빠질 일은 없다’에 올인하는 것이다.
 
우리당의 보수화가 주는 불확실한 안심(安心)보다는 한나라당의 건재가 주는 확실한 안심을 원한다. 왜? 불안은 논리가 아니라 심리다. 확실하지 않으면 안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까놓고 이야기 하자.. PK들은 에이펙 백개를 가져다줘도 싫다는 입장이다. 그들이 원하는건 더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더 나빠지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아직도 배가 부르다.)
 
대표성이라는 것이 있다. 유권자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우리당은 진보, 한나라당은 보수로 각인되어 있다. 이거 쉽게 안바뀐다. 결론적으로 보수표를 얻으려다 진보표를 놓친 것이이번 보선의 결과다.
 
(실용주의소동은 개혁의 열망을 가지고 우리당을 지지한 많은 호남인들을 고작 몇푼의 돈과 지역개발공약에 홀려서 우리당을 지지한 것처럼 오도하는 방법으로 우리당 지지자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호남은 자존심 밖에 남지 않았다. 호남의 자존심은 대한민국에서 호남이 가장 개혁적이라는 자존심이다. 그 마지막 자산인 한가닥 자존심까지 앗아가려 하는데 응징하지 않을 이유가 있단 말인가?)
 
지역주의 되살린 지역주의 돌파전략
지역주의는 일종의 종교와도 같은 것이다. 지역교를 개혁교로 개종시킬 수 있을 뿐이지.. 그러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서 지역주의 그 자체를 녹여 없앨 수는 없다.
 
애초에 지역주의를 만들어낸 그 밑바닥에서의 감정을 개혁의 열정으로 대체할 수 있을 뿐, 그 바탕에 고여있는 에너지 자체를 소멸시킬 수는 없다. 이것이 열 역할 제 1법칙, 곧 에너지보존의 법칙이다.
 
우리당의 지역주의 돌파전략은 에너지보존의 법칙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잘못된 전략이었다. ‘퍼주기’.. 이런 걸로는 절대로 지역주의가 깨지지 않는다.
 
밑바닥에 고여있는 에너지는 호남의 한과 영남의 비뚤어진 죄의식이다. 호남의 분노는 개혁의 열정으로 대체되었다. 비뚤어진 영남의 죄의식은 인종주의적 우월주의라는 자기기만으로 변형되어 있다.(가해자의 심리는 자기정당화로 치닫는다.)
 
영남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방법으로 지역교를 개혁교로 개종시키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지역교, 개혁교 하는 표현은 비유이므로 양해를~ )
 
선교사들이 원주민을 개종시키는 방법은 그들의 나체생활과 문란한 성도덕을 부끄럽게 여기게 하는 것이다. 선교사가 퍼주기 약속으로 원주민을 개종시킨 예는 없다. 우월주의에 물든 영남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 유일한 전략이며 그 외의 방법은 원래부터 없다.
 
호남의 분노가 개혁의 열정으로 승화되었듯이.. 부단히 노력하면 영남의 지역주의도 개혁의 열망으로 대체될 수 있다. 개혁 드라이브 외에 다른 방법으로는 절대로 지역주의가 없어지지 않는다.
 
(지역개발 공약 등은 도리어 지역주의를 강화할 뿐이다. 에이펙으로 PK를 회유하려 한 발상은 노태우가 새만금 공약으로 전북민심을 얻으려 한 코미디 이후 가장 어리석은 아이디어였다.)
 
추한 정형근, 추한 조선일보의 한나라당 뒷배봐주기, 추한 박정희 향수, 추한 영남의 우월주의를 지적하여 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방법으로만이 지역주의를 깰 수 있다.(이건 장기전이다. 30년 동안 1년에 1프로씩 깨면 된다.)
 
상생 야합은 끝났다
여러 말이 필요하랴! 상생은 야합이다. 배신이요 범죄적이다. 누가 뭐래도 실용주의는 야합의 이데올로기이다. YS를 심판하고 전두환과 노태우를 특별법으로 응징해야 한다. 박정희는 청산되어야 한다. 친일파의 죄상은 조사되어야 한다.
 
냉전시대정치, 구시대정치 총결산의 깃발을 내걸고 가열차게 몰아붙여야 한다. 그래야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들에게 약간의 자부심을 줄 수 있다. 지금 세상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시켜 주지 않으면 안된다.
 
YS가 역사적으로 망한 이유는 전두환과 야합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망한 이유는 한나라당과 야합했기 때문이다. 우리당의 패배 역시 한나라당과 부분적으로 ‘사통’ 했기 때문이다. 그게 본질이다.
 
우리당 지도부 인책은 안된다
우리당이 외면받은 이유는 이번 보선이 우리당의 선거가 아닌 ‘김혁규의 선거’로 비쳐졌기 때문이다.(유권자 일반의 정서로 볼 때 김혁규는 우리당이 아니다. 그는 한나라당이다. 유권자 입장에서 이번 보선은 ‘짝퉁 한나라당’과 ‘진짜 한나라당’의 대결이었다.)
 
박근혜를 우습게 보지 말라
여러 차례 이야기 했지만 박근혜를 잡는 것은 너무나 쉽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특히 우리당이 박근혜 띄워주기에 여념이 없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당의 방식은 한마디로 박근혜의 이념(실용주의)에, 박근혜의 논리(먹고 사는 문제)에, 박근혜의 방식(이미지 쇼)으로, 박근혜 선거운동(상생의 정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당이 박근혜에 올인하면서 이기기를 바란다면 황당하지 않은가?
 
지금의 방식을 고수한다면 내년 보선에서도 질 수 밖에 없다. 지금 강력한 이념드라이브를 걸어서 박통추종자들을 부끄럽게 만들어야 한다. 제발 정신 차리길.(내년에 한번 더 깨지고 확실히 정신 차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덧글.. 나는 정치인들이 왜 이다지도 유권자의 마음을 모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하면 유권자가 등을 돌린다는 사실은, 탄핵 직후 민심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등을 돌린 것처럼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초딩이라도 알 수 있다.)
 
패배는 예견된 것이었다. 나는 우리당 사람들이 죽어보자고 한나라당 지지운동을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심지어 서프 일각에서도 실용주의 타령하며 내놓고 한나라당 선거운동을 했는데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 적의 논리를 사용하는 자가 곧 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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