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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146 vote 0 2004.05.26 (20:14:17)

제목 없음
정치는 제휴다. 고총리는 노무현과 대등한 제휴의 파트너다. 끝까지 파트너십을 지켰는지가 중요하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큰 틀에서 볼 때 고총리는 파트너십을 잘 지켜왔다고 볼 수 있다. 마땅히 박수가 있어야 한다.
 
김우식을 비롯하여 고총리에게 무례를 범한 청와대비서진은 고총리가 노무현대통령과 대등한 위치에서 제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은 것이다.(물론 임기 중에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아랫사람이다. 그러나 들어올 때와 나갈 때는 대등한 파트너로 격상된다.)
 
우리당 의원 152명 중에 노무현의 신세를 지지 않은 사람은 없다. 과거 의원들이 양김씨의 신세를 졌듯이 말이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이회창의, 혹은 박근혜의 신세를 지고있다. 그러나 고건은 노무현의 신세를 진 적이 없다.
 
1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고건은 왜 총리직을 수락했을까? 고건은 YS 때 이미 총리를 한 사람이다. 해먹은 총리를 한번 더 해먹어야겠다고 욕심을 낸 것은 아니다. 총리직을 발판으로 해서 차기 대통령후보를 노리겠다는 것도 아니다.
 
‘관료로 출세한 김에 총리라도 한번 해먹고 끝내야지’ 하고 욕심을 냈다거나, 혹은 총리직을 발판으로 대선후보가 되겠다는 꿍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물론 다른 평가가 나와야 한다.
 
고건은 얻는 것도 없는 총리직을 왜 수락했을까?
 
필자의 견해로 말하면, 고건은 노무현 대통령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정치인으로서의 독립선언을 했다고 본다. 즉 사람들은 그동안 고건을 정치가가 아닌 행정가로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거 착각이다.
 
고건은 노무현과 대등한 입장에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그러한 과정 자체가 지극히 정치적인 행위라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즉 그는 그러한 방법으로 정치를 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건을 한 사람의 독립적인 정치인으로 대접해야 한다.
 
고총리가 퇴임 이후 어디에 가서 강연을 하든, 혹은 외국을 방문하든, 혹은 국가원로로서 행사에 참석하든 그는 ‘관료 고건’이 아닌 ‘정치인 고건’으로 대접받고 싶은 것이다.
 
정치인과 관료는 무엇이 다른가? 특정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상징성, 곧 대표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는 그의 배후에 있는 ‘정치자원’의 존재를 의식하면서 그러한 상징성을 획득하기 위해 총리로 나선 것이다.
 
그것이 97년에 총리를 역임한 바 있는 고건의 입장에서 유일한 ‘위로의 상승’이기 때문이다. 즉 그는 한 단계 위로 상승하기 위해 노무현을 도운 것이다. 총리직 해먹고 싶은 욕심 때문이 아니라.  
 
그 결과로 그는 상승했다. 그의 상승을 인정해야 한다. 그의 정치적 대표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의 배후에 있는 거대한 정치자원의 존재를 의식해야 한다. 퇴임 후의 고건을 소홀히 대접하면 많은 사람이 섭섭해한다는 사실을 알아채야 한다.
 
(오해하기 없기.. 이 글은 고건의 ‘정치적 대표성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차기 총리가 대통령에게 대들어도 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총리와 대통령의 관계를 논함이 아니다. 정치인 노무현과 정치인 고건 사이에 인간적으로 맺어진 우의를 논함이다.)    
 
노무현의 정치적 독립선언
참여정부 출범 직후 일부 민주당지지자들은 대북송금특검 등 일련의 정치적 결정과 관련하여 노무현이 독립적인 정치인의 행보를 가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DJ의 꼬붕’ 노릇에나 충실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뜨악한 표정.
 
노빠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그들 남프라이즈들 입장에서는 도무지 말도 안된다는 듯이 입이 딱 벌어지는 표정으로 되는 것이다.
 
비슷하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노무현은 독립 정치인이다. DJ와 대등한 위치에서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협상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고건도 사표를 쓰기로 결심한 순간, 한 사람의 독립적인 정치인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진은 이러한 점에 유의했어야 했다. 대비하지 못했다면 아마추어다. 대통령이 탈권위주의로 소탈하게 간다고 해서 비서들까지 개판을 저지른다면 용납할 수 없다. 대통령이 격의없이 대범하게 갈수록 비서진은 더욱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조중동은 당분간 고건띄우기를 할 것이다. 짜증낼 필요는 없다. 조중동이 고건을 띄운다 해서 반사적으로 고건을 폄한다든가 그래서는 우리 어른이 아니다. 정치는 원래 그런 거다. 그걸 역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꿩먹고 알먹는 수는 없다. 어차피 정치는 팽팽한 긴장의 세계이다. 한치의 빈틈도 보이지 말아야 한다. 노무현의 뛰어난 항해술로 다 극복하고 가는 것이다.

우리당, 정치를 너무 못한다
‘빌어먹을 조중동 때문에..’ 이런 변명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
 
조중동이 언제는 안그랬나? 빌미를 잡히지 말아야 한다. 조중동은 적이다. 적에게 얻어터진 것이 자랑이 아니다. 정동영도 그렇고 김근태도 그렇다. 먼저 빈틈을 보이니까 조중동이 물어뜯는 것이다.
 
왜 다들 이렇게 정치를 못할까? 정치를 몰라서 그렇다. 우리당의 정치인들이 정치를 잘 알았으면 좋겠다.
 
시대정신의 대변자가 있다
정치인들은 보통 막연하게 ‘국민’을 핑계로 삼는다. 무책임한 생각이다. 국민들 중 정치에 관심을 가진 인간은 극소수다.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핵’이 있는 것이다. 그 핵을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막연하게 국민의 이름을 팔거나, 혹은 침묵하는 다수의 이름을 팔아서 안된다. 침묵하는 다수는 계속 침묵하게 놔두어야 한다.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국민은 계속 생업에 종사하게 놔두어야 한다.
 
정치에 관심을 가진 그 ‘핵’의 움직임을 쫓아가야 한다.
 
그 핵은 어디에 있는가?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그 핵은 네티즌세력이다. 아니다. 네티즌도 많다. 일천만 네티즌시대에 네티즌 아닌 사람이 있나?
 
범위를 좁혀보자. 필자의 주관적 견해가 되겠지만.. 정답은 '광주노사모'다. 광주노사모가 지난 2년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주요한 사건들의 향배를 결정해왔다. 왜? 노무현정부가 잘못된다면 가장 잃을 것이 많은 세력이 바로 광주노사모이기 때문이다.
 
왜 한나라당은 패배했는가?
 
그들이 지지기반으로 하는 TK들은 지든 이기든 잃을 것이 없다. 그들은 승패에 무관심하다. 그들은 단지 떼거리로 모여 으샤으샤 하면서, 자기들 세력이 얼마나 되는지.. 힘자랑을 하는데만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왜? 져도 잃을 것이 없으니까.
 
항상 시대정신을 의식하고 정치를 해야한다. 그러나 시대정신이라는 표현도 막연하다. 구체적으로 하나를 찍어보이라면 나는 광주노사모를 말하겠다.
 
노무현대통령을 위시한 우리당의 정치인들이 어떤 결정을 앞두고, ‘광주노사모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보겠는가?’ 하는 관점에서 한번씩 검토해 본다면 더 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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