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2632 vote 1 2004.07.09 (21:25:19)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습니다. 물론 유능한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지요. 서프라이즈는 유능하므로 지금이 기회입니다. 독자들이 서프라이즈의 발전방안을 두고 좋은 의견을 모아주고 있군요.
 
지금은 정치적 환절기입니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해야 합니다.(이하 본문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있었던 유시민의 개혁당 창당을 전후로 하여 올렸던 의견을 정리한 것입니다.)  
 
거사를 앞두고 나타나는 두 종류의 방해자
거사를 도모하고자 하면 반드시 ‘돕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두 종류의 방해자가 나타난다. 마땅히 이들을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나는 원칙가이다. 그들은 태어나지도 않은 옥동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문한다. 원리원칙을 꼼꼼히 따지고 불필요한 일거리를 태산같이 만들어낸다.
 
정주영이 조선소를 짓는다 치자. 땅을 구하고 돈을 빌리고 배를 짓는다. 그는 건물을 지어본 경험을 살려 바다 위에 쇠로 된 커다란 건물을 짓는다. 70년대 조선왕 정주영의 신화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정주영 주변에 유능한 원칙가 참모가 있었다면 실패했을 것이다. 원칙가는 조선의 ABC도 모르는 정주영에게 '조선이란 무엇인가?', '선박의 종류엔 어떤 것이 있는가?’ 등등 쓸데없는 정보로 융단폭격하여 정주영을 질리게 만드는데 성공한다.
 
다행히도 당시 정주영 주변에는 먹물 제대로 먹은 엘리트 참모(깐깐하기 짝이 없는 민노당 애들이 그렇듯이)가 없었다. 그것이 정주영의 성공비결이라면 성공비결이다.
 
둘은 외인구단이다. 80년대 프로야구 초창기의 일이다. 양복입은 혹은 상투 틀고 고무신에 한복입은 선수가 머리띠 동여매고 나타나서 감독에게 매달리는 사건이 발생하곤 했다. 어느 외딴 섬에서 홀로 정진하여 생전 처음보는 마구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겹게 따라붙는다. 귀찮아진 감독이 연습투구를 시켜본다. 물론 양복에 고무신 선수가 던지는 공이 포수의 미트까지 날아오는 일은 없다. 하여간 이런 코미디는 상당기간 계속되어 간간이 소프츠면의 한 귀퉁이를 장식하곤 한다.
 
프로씨름 창설 때의 일이다. 이번에는 '꾀씨름'이라는 것이 나타났다. 동네씨름에서 기기묘묘한 반칙기술을 익혔다는 시골장사들이 나타난다. 자신을 씨름팀 감독 시켜주면 연전연승을 일구겠다는 것이다. 물론 꾀씨름이 이만기를 이긴 일은 없다.
 
필자는 두가지 종류의 고질을 말하고자 한다. 하나는 ‘정도를 걷는다’는 좌파 엘리트 먹물의 문제다. 그들은 원칙을 꼼꼼히 따지는 방법으로 정주영에게 조선소 건설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300가지 이유를 설명하는데 성공해내곤 한다. 반드시 퇴치해야 한다.
 
둘은 외인구단류 괴짜 아웃사이더들이다. 그들은 황당한 주장을 내세워 분위기를 흐리는 약방의 감초 역할을 맡는다. 이들은 보통 이상한 아이디어를 내세워 일시적인 주목을 받은 다음 트집을 잡아 강짜를 부리고 판을 깨려든다.
 
이들에게는.. 초기에는 과격하게 급진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금방 극우로 돌아선다는 공통점이 있다. (누구라고 말은 안하겠지만 과거 서프에도 많이 있었지요. 그중 상당은 서프를 떠나갔고요.)
 
이들 역시 예의 주시하고 있다가 이분들이 판을 깨려고 팔을 걷어부치는 조짐을 보이면 즉각 퇴치해야 한다. 그러나 초기에 잘 길들여 놓으면 뜻밖에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해줄 때도 있다.
 
예의 두 종류의 방해자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최적화된 형태의 의사결정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이런 저런 외풍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내부에 강력한 구심점이 안전장치로 버티고 있어줘야 한다.
 
강력한 핵(내부 구심점)의 활동을 위해서는 충분한 정도의 배후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 공간벌리기를 위한 의도적인 역할분담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역할분담을 위해서는 또한 다양성이 갖추어져야 한다.  
 
두가지 삿된 길을 조심하라
최적화된 의사결정구조와 강력한 내부구심점의 형성을 위해서는 두가지 삿된 길을 조심해야 한다. 하나는 매사에 있어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죽도 밥도 안되는 어중간한 태도를 주장하는 중도파의 삿된 길이다.
 
흔히 침묵하는 다수라 지칭되는 중간파 경계해야 한다. 침묵하는 다수는 계속 침묵하게 놔두어야 한다. 열혈분자를 중심으로 핵을 형성하지 않으면 판은 백프로 깨진다.
 
중도파가 얼핏 보기엔 왼쪽과 오른쪽의 고른 지지를 받을 것 처럼 보이지만 중도해서 성공한 예는 역사적으로 없다. 좌든 우든 한편에 서서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왜? 집단의 의사결정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신속한 의사결정이야 말로 조직의 생명이다. 중도파가 득세하면 왼쪽과 오른쪽이 균형을 맞추어 꼼짝없이 묶여버린다. 이 경우 리더의 재량권과 카리스마는 죽어버린다. 리더가 죽으면? 당연히 조직도 죽는다.
 
리더의 재량권에 기반한 유연한 정책결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돌격대가 앞장서서 굳세게 나아가며 앞에서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런데 중도를 표방해 버리면 우선 그 돌격대가 소멸하고 그 경우 리더의 재량에 위임되어야 할 협상카드의 획득을 위한 공간의 확보가 안된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반드시 한쪽에 치우쳐 비빌 언덕이 되는 근거지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사모와 같은 강경파 열혈분자를 중심으로 핵을 형성하는데 성공해야 한다. 그 강경파 열혈분자가 주장하는 명분과 현실이 주장하는 간극의 크기만큼 리더의 재량권과 카리스마가 성립하는 것이다.
 
● 정리하자! 중도의 길을 가면? 열혈분자 중심의 핵이 소멸한다. 열혈분자 돌격대가 앞장서서 공간을 벌려주지 않으면? 리더의 재량권과 카리스마가 소멸한다. 이 경우 리더가 약해진 결과로 조직이 죽는다.
 
왜인가? 노사모처럼 날뛰는 강경파를 제압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 바로 리더이며, 리더의 카리스마란 '리더가 강경파를 단속할 수 있는 힘'을 의미하며, 리더의 재량권이란 ‘강경파가 리더의 체면을 봐서 양보한다’는 식으로 '리더와 강경파 사이에 형성된 이심전심의 신뢰'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삿된 길은 위의 중도파의 위험을 지나치게 의식하여 어느 한쪽 구석에 극단적으로 치우치다가 틈새정당이 되고마는 민노당병이다. 민노감기도 조심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완벽하게 민주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경우 리더의 재량권이 없다. 리더의 재량권이 없으므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므로 사전에 결정되어 있는 강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
 
결정되어 있는 강령을 따르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미리 이념에 치우쳐 현실성 없는 극단적인 강령을 채택해 놓을 수 밖에 없다. 강령이 어중간할 경우 반드시 반론을 내세우며 이의를 제기하는 훼방꾼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도자의 리더십이 죽는다. 지도자의 재량권도 카리스마도 없다. 틈새정당 혹은 식물정당으로 포말하고 만다.
 
총정리하자.
● 거사가 성공하려면 먼저 두가지 방해자를 조심해야 한다.
 
1) 좌파 엘리트 먹물 원칙가의 시시콜콜한 딴지걸기를 조심하라.
2) 좌파로 위장한 극우파 괴짜 아이디어맨의 떼쓰기를 조심하라.
 
● 강력한 리더십에 기반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서 두가지 삿된 길을 극복해야 한다.
 
1) 좌우가 50 대 50으로 팽팽해져서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중도노선의 위험을 극복하라.(중도병 걸린 정치사이트 치고 안망한 예가 없다. 노빠가 되든 아니면 반노가 되든 반드시 한우물을 파야 한다.)
 
2) 강령을 앞세우고 지도부의 재량권을 없애서 결과적으로 지도부의 리더십을 죽이는 좌파 틈새정당의 위험을 극복하라.(민노당이 등원했지만 벌써 식물정당 되었다는 말 나오는 것이 우연이 아니다. 민노당은 당을 의원에 앞세운 결과 의원도 죽고 당도 죽는다.)
 
최고의 황금률은 무엇인가?
열혈분자를 중심으로 노사모와 같은 돌격대를 양성해야 한다. 돌격대는 왼쪽으로 5보 전진하여 리더가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을 벌려주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돌격대와 리더는 신뢰의 끈으로 굳건히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한 방법으로 의제를 선점하고 명분을 획득한 다음, 리더가 강력한 재량권을 행사하여 예의 축적된 명분을 실리와 교환하는 방법으로 양동작전을 펴는 것이 정치에 있어서의 황금률이다.
 
덧글.. 일부 수정하기는 했으나 원문은 2002년 대선을 전후로 한 시점에 개혁당을 위하여 쓴 글이므로 지금 상황에는 맞지 않는 거친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양해 있으시기 바랍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27 박근혜의 애걸 김동렬 2004-10-26 14471
1226 피의 숙청이 필요하다 김동렬 2004-10-25 12519
1225 노회찬 입수부리를 때려줘야 김동렬 2004-10-22 13755
1224 김대중 전 대통령 CBS창사 50주년 대담 김동렬 2004-10-22 18478
1223 막가는 헌재 김동렬 2004-10-21 14231
1222 조중동을 제끼는 수 밖에 김동렬 2004-10-21 13388
1221 전여옥, 파블로프의 개 맞네 image 김동렬 2004-10-20 13953
1220 정치하는 원숭이들 image 김동렬 2004-10-19 13211
1219 김기덕의 빈집을 본 특별한 소수인 당신을 위하여 김동렬 2004-10-18 11910
1218 영자의 전성시대 김동렬 2004-10-16 13604
1217 우리당의 물로 가는 자동차 김동렬 2004-10-15 13458
1216 네이버 싸울 준비는 돼 있겠지 image 김동렬 2004-10-14 13742
1215 먹물의 가면님께 감사를 전하며 김동렬 2004-10-12 13583
1214 한나라당 지지율 곤두박질한다 image 김동렬 2004-10-08 12938
1213 노사모 새 집행부를 환영하며 김동렬 2004-10-07 12798
1212 갑제옹 박근혜를 치다 김동렬 2004-10-05 12941
1211 케리가 이긴다 김동렬 2004-10-04 14642
1210 노무현은 무엇으로 사는가? 김동렬 2004-10-02 12602
1209 최근여론조사 분석 김동렬 2004-09-30 12652
1208 노사모는 선거중 김동렬 2004-09-28 12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