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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영화잡지에서 이르기를.. 명계남이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민노당의 박찬욱을 비판하자 한때 대표적인 안티조선 논객이었던 진아무개, 변아무개 콤비가 명계남과 서프라이즈를 두루 씹어서 조선일보를 기쁘게 하였다고 한다.
 
콤비의 주장에 의하면.. 안티조선은 본래의 순수성을 잃었으며, 박찬욱의 발언내용에 문제가 없는데 단지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비판한다면 지나치다는 말이다.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요까지만 하고.. 한편..
 
요즘 프레시안은 파병반대에 올인하고 있다. 잘 하고 있다. 뿐인가? 남프라이즈도(요즘 안가봐서 잘 모르지만) 예전부터 파병반대에 열심이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민주당의 파병반대에 진정성이 있다고는 생각 안하지만 어쨌든.)
 
각설하고.. 남프들은 왜 성급하게 반노에 올인했을까? 그것이 단기적인 목표가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절치부심 실력을 닦아 장기전을 도모하기 보다는 당장 뭔가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는 단기전에 주력하겠다는 태도이다.
 
그러나 역사이래 이런 식의 로또전술로 성공한 예는 잘 없다. 장기전으로 가야 승리한다. 남프라이즈가 살려면 이념과, 철학과, 가치관을 정립하는 일 부터 서둘러야 한다. ‘대통령을 끌어내린다’는 식의 단기적인 도박은 자해행위일 뿐이다.
 
파병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를 압박하여 한건 올려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뛰어든다면 위험천만이다. 참여정부가 국민참여를 주장하며 여론을 존중하겠다니까 개나 소나 다 달려들어 한건주의 실적올리기로 뽐을 내겠다는 태도라면 문제있다.
 
이념과, 철학과, 가치관의 공유가 중요하다. 코드의 일치를 통한 개혁세력의 구심점 형성이 더욱 중요하다. 파병을 반대하는 방법으로 개혁세력의 새로운 구심점을 만들어 2라운드를 대비하겠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전략적 태도가 요청된다.
 
무슨 이야기인가? 우리가 안티조선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이다. 두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단기전이다. 수구는 많고 한나라당은 크고 조선은 작다. 그 중에서 제일 만만하고 힘없는 조선을 두들겨 패주자는 생각이다. 이런 작전은 원래 실패한다.
 
그렇다. 안티조선은 실패해 왔다. 조선일보의 판매부수는 줄지 않았다. 여전히 조선일보는 종이신문 중 1위를 고수하고 있고 한겨레는 꼴찌에서 몇등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성공하지도 못하는 안티조선을 왜 하는가?
 
아니다. 우리는 성공했다. 조선일보를 두들겨 팬 결과 대선과 총선에 연이어 승리했다. 무슨 이야기인가? 진씨와 변씨가 놓치고 있는 본질을 보라는 것이다. 착각하지 말라. 이건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이다. 진짜 타켓은 다른 데 있다.
 
진씨와 변씨의 논리는 대개 이렇다.
 
● 조선일보는 오보를 한다. 조선일보는 권력을 휘두른다. 조선일보는 허위 날조를 한다. 그것은 잘못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조선일보를 비판한다. 조선일보의 반대편에 있는 오마이뉴스와 서프라이즈 역시 오보를 하면 안되고, 권력을 휘둘러서 안되며, 허위기사를 써서도 안된다. 언론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안티조선의 목표다.
 
하여간에 나의 주장은 이렇다. 무슨 사업을 같이 하든, 혹은 누구를 친구로 사귀든, 또는 무슨 일을 벌이든 간에.. 바보 하고는 애초에 동업을 하지 않는 것이 좋고.. 아예 상종하지도 않는 것이 좋다. 무슨 이야기인가?
 
진씨와 변씨는 착각하고 있다. 가리켜지는 달을 보지 않고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고 있다. 또한 본질을 보자! 우리가 안티조선을 하는 이유는 단기적으로는 불가능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안티조선은 단기간에 성공할 수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부담없이 조선일보를 두들겨 패주는 것이다. 그래도 모르겠는가? 이 기묘한 역설을!
 
콤비 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착각하고 있는데.. 안티조선은 힘없고 만만한 조선일보 패주기 운동이 아니라 국민계몽운동이다. 우리가 원하는건 상식과 원칙이 존중받는 세상이다. 그런데 국민들에게 상식과 원칙을 설명하기엔 조선일보 만큼 확실한 반면교사가 없다.
 
개혁세력.. “상식과 원칙이 존중받는 사회로 가자.”
국민일반.. “뭔소리여? 시큰둥.. 관심없음”
 
좌파들 방식의 계몽주의로는 도무지 먹히지 않는 것이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하고 선동해 봤자 삽 들고 부역하러 모이는 사람 별로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전술을 바꾸어.
 
개혁세력.. “조선일보가 하는 짓을 보라.”
국민일반.. “옳거니. 무슨 말인지 알겠군!”
 
이렇게 되는 것이다. 즉 우리에게 있어서 안티조선은 만만한 조선일보를 두들겨 패서 당장 신문사 문닫게 만들겠다는 단기전이 아니라.. 그 반대로 최고의 장기전을 꾀하는 것이다. 무엇인가? 국민계몽이다. 적어도 20년 이상 걸린다. 20년 전쟁이다.
 
왜 언론개혁을 하는가? 특정 신문사 문닫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계몽하기 위해서다. 이념과, 철학과, 가치관의 공유를 위해서이다. 우리의 삶이 바뀌고, 문화가 바뀌고, 생활이 바뀌어야 우리의 개혁은 성공한다.
 
왜 박찬욱은 비판되어야 하는가? 조선일보가 오보를 하기 때문에? 아니다. 오보는 오마이뉴스도 하고 한겨레도 한다. 조선일보가 권력화 되었기 때문에? 아니다. 그네들 입장에서 보면 서프라이즈가 권력일 수도 있다.
 
착각하지 말라. 우리는 사기업인 언론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으려는 것이다. 무엇인가?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혁세력의 든든한 구심점을 만들어 2라운드에 대비하는 것이다.
 
왜 우리는 이 길로 가는가?
참여지성의 전범은 오래 전에 만들어졌다. 서구에서는 17세기 계몽사상가로 부터 시작되었다. 루소, 볼테르, 몽테스키, 데타르트 등 알만한 이름들 있다. 근래에 와서는 앙드레 말로, 앙드레 지드, 에밀 졸라,  헤밍웨이, 생텍쥐뻬리 등 일단의 지식인들이 프랑코 독재와 맞서 싸우므로써 참여지성의 모범을 창출한 바 있다.
 
동양에도 있다. 일찌기 주자가 적극적인 현실개입을 선언했고, 조선에서 조광조가 몸소 실천했으며 동서고금의 지성인들에 의해 합의가 되었다. 물론 반대하는 자들도 있다. 이른바 죽림칠현 운운하며 숲속으로 도피하는 자도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1천년 동안 무수한 토론을 통해서 이미 완벽하게 정리가 된 사안이다. 지식인은 은둔해서 안되고, 고립해서 안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연대하여 공론을 창출하고 대의를 위해 희생하므로써 모범이 되어야 한다.
 
박찬욱은 무엇인가? 연대도 싫고, 참여도 싫고, 공론도 싫고, 토론도 싫고, 실천도 싫고 만사 귀찮다는 것이다. 만사 귀찮으니 죽림칠현을 본받아 은둔하며 고고한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것이다.(박찬욱 뿐 아니라 예술가들은 대개 그렇다.)
 
그들은 시장바닥처럼 시끄러운 우리당을 피하여 조용한 민노당의 산골로 피신한다. 물론 예술가 입장에서는 현명한 선택이 된다. 나는 민노당을 지지하기로 한 박찬욱의 결정을 비난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는 명백한 배신이다.
 
지식인의 합의된 바 상식이 아니고, 시민사회의 규범에 따른 원칙이 아니고, 연대의 정신이 아니며, 범개혁세력의 일원으로서 파트너십이 아니다. 참여도 없고, 실천도 없고, 희생도 없는 지식인이 지식인일 수는 없다.
 
진시와 변씨의 변절에 대하여
결론적으로.. 진씨와 변씨 콤비가 한때 안티조선에 참여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기 위해.. 즉 한건 올리기 위해 가담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수년동안 안티조선을 해서 얻은 성과는?
 
없다. 조선일보는 건재하다. 그들은 원하던 한건을 올리지 못했다. 하여 그들은 깨달은 것이다. 조선일보를 때리면 조선일보가 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고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사실을.
 
그런데 안티조선 해서 남 좋은 일 시킬 필요가 있나? 이렇게 된 것이다.
 
맞다. 조선일보를 두들기면 조선일보 신문사가 문을 닫게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깨어나게 되고, 국민이 깨어나면 우리당이 승리한다. 진씨와 변씨가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닫고 텐노조선의 품에 안기는 것이 또한 사필귀정이다.
 
우리 서프앙도 마찬가지다. 특정 신문사 문닫게 하는 것을 안티조선의 목적으로 잘못 아는 사람이 있다. 그렇지 않다. 원래 정치는 자살골 넣기 시합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겉으로 노출된 의도와 목적은 실패로 돌아간다. 성동격서의 전략이다.
 
전략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의도와 목표를 노출시켜서 안된다. 언제나 그렇듯이 국민은 반어법으로만 설득이 된다. 이쪽으로 가자고 유혹하면 아무도 이쪽으로 오지 않는다. 저쪽으로 가지 말라고 말하면 다 이쪽으로 온다. 그것이 원리!
 
정리해보자.
 
장기적인 전략.. 이념과 철학, 가치관의 정립으로 국민계몽.
중기적인 전략.. 개혁세력의 구심점 만들어 2라운드에 대비하기.
단기적인 전략.. 특정 대상을 타격하는 것으로 참여의 기회를 보장.
 
세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단기전략이 없으면 병사가 흩어지고, 중기전략이 없으면 개혁세력이 분열되며, 장기전략이 없으면 개혁세력이 타락한다. 세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법은? 안티조선이다.
 
첫째.. 안티조선은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제공하므로써 단기적으로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
 
둘째.. 안티조선은 일관성 있는 행동으로 신뢰를 얻어 개혁의 구심점을 형성할 수 있다.(왜? 조선일보가 악(惡)으로 일관하므로 안티조선 역시 선(善)으로 일관된다. 우왕좌왕 하지 않는데는 안티조선이 최고다.)
 
세째.. 조선일보의 반대로만 하면 이념과 철학과 가치관이 저절로 얻어져서 국민계몽이 된다. (조선일보는 쉽게 안망하므로 끝없이 전선이 확장된다. 안티조선의 연장선 상에서 친일청산운동이 벌어진 것도 큰 성과.)   
 
안티조선운동은 30년대의 브나르도운동이나 80년대의 농활운동과 같이 민중속으로 침투하는 계몽운동이다. 단지 옛날과 같이 주입식의 계몽방법이 아니라 참여를 유도하는 역설적이고 세련된 방법을 사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
 
덧글.. 오늘도 조선일보는 서프 띄우기에 여념이 없군요. 예전에는 우리가 조선을 두들겨서 일용할 양식으로 삼았는데, 이제는 조선이 서프를 꼬집어서 비듬이나 털어먹겠다는 식입니다. 세상 참 많이 변했네요.
 
조선일보는 오늘도 아침논단을 빌려 박근혜 죽이기에 여념이 없군요.(강혜련, 한나라당과 박근혜의 리더십) 이명박 비판은 보이지도 않고.. 다 이유가 있지요. 조선일보는 죽어도 햇볕정책 반대노선 못 버립니다. 그거 버리면 신문 안팔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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