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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2618 vote 0 2004.07.07 (17:04:03)

여러가지로 혼란스럽군요. 그러나 실망할 이유는 없습니다. 김정일이 답방의 결단만 내리면 큰 틀거리에서 정리될 것으로 봅니다. 최근 DJ가 보폭을 넓혀가는 것이 다 이유가 있다는 말이지요.
 
북핵 타결되고, 답방 성사되고, 개성공단 뜨고, 안보불안 해소되어 주가 올라가고.. 대통령 지지도 올라가면.. 그때 가서 진중권류 낯짝없는 참새들은 또 뭐라고 떠들어 댈지 참.(논객이 줄 잘못 서면 평생 고생)
 
하여간 김정일 입장에선 지금이 기회입니다. 케리가 부시보다 더 악질일 수 있지요. 부시는 멍청하지만 케리는 약았거든요.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이냐인데 부시에 대해서는 김정일이 갑이고, 케리에 대해서는 김정일이 을입니다.
 
정권 바뀌면 김정일이 4년을 벼랑끝에서 쇼한 보람이 없지요. 첨 부터 다시.. 노무현대통령도 초기에 깐깐하게 나간 것이 이유가 있지요. 케리도 아마 처음엔 티껍게 나올 것입니다. 누구나 다 그렇게 하죠.
 
일단 튕겨서 상대의 내공을 확인해 보고 난 다음 작업 들어간다. 그러므로 지금이 큰거 하나가 이루어질 찬스.(핵타결과 답방이 이루어질거라는 예상이라기 보다는 돌아가는 주변의 정세가 그 방향이라는 뜻..)
 

 
큰 틀에서 보아야 한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정치문제는 정치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예컨대 파병문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어떻게든 결말이 나기는 나겠죠. 근데 결말이 나고 나면.. 허무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론이 어떻고, 민심이 어떻고, 평화가 어떻고, 전쟁이 어떻고, 석유가 어떻고, 김선일이 어떻고.. 그건 본질이 아니므로 싹 빠져버리고.. 진짜 알갱이만 남게 되거든요. ‘파병은 틀렸다’는 가치판단만 본질로 남습니다.
 
왜 그렇게 되는가? 정치가 위의 ‘큰 틀’에서 결정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큰 틀’이란? 첫째는 냉전세력 대 평화세력의 대결입니다. 둘째는 DJ와, 대통령과, 김정일과, 부시의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입니다. 여기서 결정되는 거에요.
 
찬반의 양쪽에서 각각 동원하고 있는 파병을 해야만 하는, 혹은 하지 말아야만 하는 300가지 이유가 다 무색해 진다는 말입니다. 왜? 한 차원 위의 높은 곳에서 결정되어 버리니까.
 
자기편의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 지나치게 미시적인 접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든 결정이 되고나면 뻘쭘해 집니다. 그러므로 그 큰 틀에서의 과업은 대통령께 맡기고, 우리는 그저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면 됩니다.
 
하여간 가부간에 결정이 되고 나면 ‘아 이게 원래부터 그렇게 결정되게 되어 있었구나’ 하고 알게 될 것입니다.
 
왜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하는가?
‘YS를 감방에 보내야 한다’는 의견에 반론 주신 분도 많은데.. 대개 본질에서 벗어난 이야기로 봅니다. 까놓고 이야기 합시다. 우리 국민 중에 정치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이슈가 터지면 벌집 쑤셔놓은듯 떠들어 대지만 금방 가라앉습니다. 진짜는 20프로도 채 안됩니다. 나머지 80은? 냄비여론은 무시해야 합니다. 그 20이 의제를 설정하고 나머지 80은 소극적으로 따라가는 것입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나머지 80의 비위를 맞춰봐야 소용없지요. 그 핵심인 20을 바꿔놔야 역사가 이루어집니다. PK에 친YS계가 얼마나 되는가, 혹은 YS가 PK에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가 없는가.. 따위의 산술적인 부분은 걍 무시해도 좋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20은 철저하게 정치논리에 따라 움직입니다. 여기서 정치논리란? 한마디로 ‘아군이냐 적군이냐’ 이거죠. 진지가 있으므로 병사가 모이는 법입니다. 종심을 돌파해서 진지를 부숴놓는 거에요. 전쟁이죠.
 
YS가 왜 겁도없이 전두환, 노태우를 감옥으로 보냈겠습니까? ‘하나의 나와바리 안에 태양이 둘 있을 수는 없다’ 이거죠. YS도 그 정도는 본능적으로 압니다. YS가 바보이긴 하지만 정치적인 감은 발달되어 있거든요.
 
PK를 접수하기 위해 부마항쟁의 맥을 이은 민주계와 제휴해야 한다는 주장은, YS가 전두환, 노태우를 감방에 보내지 말고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과 같습니다. 터무니 없는 주장이죠. YS도 그렇게는 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정치에 무관심한 80프로는 복잡한 계산 못합니다. 그 80프로는 단순해요. 미국이 바그다드를 칠 때 맨 먼저 하는 일이 뭡니까? 후세인 동상부터 끌어내리지 않습니까? ‘YS 개망신 주기’가 우선순위 1번입니다. 상징물 제거작업이죠.
 
인간은 단순합니다. 복잡하게 이것저것 눈치보고.. 정치를 모르는 생각입니다. 정치를 논하면서 정치 이외의 요소를 너무 비중있게 고려합니다. 정치는 정치에요. 정치가 뭐냐? 주도권이죠. 주도권은 하나 뿐. 아군 아니면 적군이죠.
 

 
진보가 수구를 퇴치하고 보수를 설득하는 것이 역사
(아래 글은 다른 게시판에서 대화 중에 나온 이야기로 어색한 부분이 있겠지만 양해를..)
 
좌파들이 ‘이게 진보다’ 혹은 ‘저게 보수다’ 하고 규정하기 좋아하는 것은 지네들이 의제를 독점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말을 짜맞추는 거고, 진보냐 보수냐는 ‘큰 틀에서의 역사가 가는 방향’이 결정합니다.
 
역사가 가는 쪽이 진보라 이거죠.(그러므로 역사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가 하는 예측의 차이에 따라 진보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지요. 노회찬이 말하는 진보와 유시민이 말하는 진보가 다를 수 있으며 또 달라야 합니다.)
 
누가 답하는가? 역사가 답합니다. 마르크스가 아무리 ‘이게 진보다’ 하고 규정을 해도 역사가 그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지요. 그러므로 역사에게 물어봐야 진실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역사란? 범인류 차원에서 ‘세계이성의 합의’를 의미합니다. 즉 역사란 것이 제멋대로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내재한 어떤 필연성이 존재하며.. 역사는 때때로 범인류 차원의 ‘보편적 상식의 합의’를 이끌어내곤 한다는 말입니다.
 
역사가 최근에 합의한 것 두가지를 들면.. 1) 러시아 등의 공산주의 실험은 실패했다. 2) 미국의 이라크 침략은 잘못된 개입이다. 여기서 1)번은 확실히 합의가 되었고.. 2)번은 진도를 조금 더 나가봐야 알겠지만 뻔하지요.
 
어느 시대나 그 시대의 정신이 있기 마련입니다. 햇볕정책이나 파병문제가 그 하나의 준거틀이 될수 있지요. 뭐 간단해요. 햇볕정책을 지지하면 진보이고, 햇볕정책을 반대하면 보수입니다.  
 
여기서 규칙은 ‘원님 지나가고 난 뒤에 나팔불기 없다’입니다. 전두환정권 때 독재타도를 외쳐야 진보이지, 독재정권 망하고 난 다음에 전두환 욕하기는 안쳐준다는 말이죠. 마찬가지로 박근혜가 뒤늦게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 선언해봤자 안쳐줍니다.
 
햇볕정책이 시행되기 이전에 햇볕을 주장해야 진보입니다. 지금은 국민의 80프로가 햇볕정책을 지지하지만 97년 정권교체 이전에는 약 30프로 정도만 지지했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진보는 이 나라에 많이 쳐서 30프로 쯤 있습니다.
 
지금은 파병반대가 하나의 준거가 될 수 있는데, 약 30프로가 파병을 반대하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여론조사로는 더 되지만 인류보편적 상식의 합의와 상관없이 뉴스보도에 따라서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은 안쳐줍니다.
 
이념과 철학과 가치관에 기초하여 처음부터 일관되게 파병을 반대해야 진보로 쳐주지 아침에 반대하고 저녁에 찬성하는 식은 안쳐줍니다. 어느 시대나 진보가 한 30쯤 있고, 양쪽을 왔다갔다 하는 중도가 한 30쯤 있고, 고집 피우는 수구꼴통이 한 30 있습니다.
 
보수는? 보수는 원래 없습니다.(의도적인 표현) 왜냐하면 세월이 흘러.. 파병이 철회되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인간들이 뒤늦게 태도를 바꾸어..
 
“내 말이 그말이야. 파병하면 안된다 카이.”
 
요렇게 철판깔고 나오는데.. 굳이 말하자면 그 인간들이 보수입니다. 어떤 정책이든 그래요. 진보가 뭔가 새로운 의제를 던지면.. 예컨대 양심적 병역거부라든가 사형제도 폐지라든가.. 첨엔 반대하다가 나중에 제도를 시행해도 별 이상이 없으면 찬성으로 돌아서는..
 
새로운 것이 정착되고 나면 당연히 자기도 처음부터 지지했던 것처럼 말하는.. 선거 때는 전두환, 노태우 찍어놓고, 독재정권 물러가고 난 다음에는 누구보다 더 열심히 전두환, 노태우 욕하는 군상들 참 많습니다.
 
서프에도 그런 분들 있는데.. 이 분들은 다른건 놔두고 오직 ‘조중동 하나만 치자’고 주장합니다. 왜냐하면 조중동 때리기는 이미 합의된 사항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분들은 기본적으로 고뇌하고, 번민하고, 사색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진보가 뭔가 새로운 제안을 내놓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든가, 호주제 폐지라든가 뭔가 새로운 의제를 던지면.. 괜히 열받아 하며 맹반대를 외치다가, 막상 그 제도를 시행하면 조용해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죠. 외국의 예를 보아도 그렇습니다. 초기에 반대가 많지만 일단 시행하고 나면 다 찬성하는.
 
그런 사람들이 보수입니다. 그러므로 ‘역사는 진보가 수구를 퇴치하며 보수를 설득해 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보수요’ 이 말은 ‘나를 설득해봐라’ 이런 말이죠.
 
제 결론은.. 진보냐 보수냐는.. 어떤 주어진 의제에 대한 찬반만 가지고 따져서 안되며.. 새로운 의제를 제안하고 주도하며 능동적으로 이끌어 가는가 아니면, 단순히 소극적으로 찬반의 태도만을 밝히는가는 다르다는 말입니다.
 
뒷북찬성은 설사 의견이 같더라도 안쳐준다는 말이지요. 서프에도 그런 분들 있습니다. 뒤늦게 서프에 합류해서 서프의 전선을 안티조선 하나에만 딱 붙들어 매놓고 더는 진도 안나가려고 하는 분들 말입니다.
 
특히 민노당에 많습니다. ‘진보는 이거다’ 하고 딱 규정해놓고 그거 하나만 고집스럽게 주장하고, 다른 것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 쇠고집들.(심지어는 인터넷도 단지 새롭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분 있더군요. 그분들이 생뚱맞게 월드컵 4강의 응원열기까지 반대하는 것도 단지 새롭다는 티꺼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무도 안티조선을 말하지 않을 때 광야에서 외치는 사람이 진짜입니다. 이윽고 그 광야에서의 외침이 모두의 지지를 받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게 되면.. 뒷북치는 사람이 나타나서 뒤늦게 열을 올리며.. 다른 것은 말고 오직 이것 하나만 하자고 울타리를 치는데.. 이게 겉으로는 강경하게 진보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본질에서 보수적 태도에요.
 
부단히 모색하고 변신해야 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의제를 발굴하고 진도나가줘야 합니다. 의견충돌이나 토론과정에 스트레스 받지 말아야 합니다.
 
몇해 전만 해도 지하철에서 연인이 다정한 포즈로 있으면 할아버지들이 지팡이를 휘둘렀는데 요즘은 그런 모습 없지요. 세상은 빠르게 변합니다. 세월 흐르고 나서 회상해 보면.. 그때 그시절 별거 아닌 일에 왜 그렇게 흥분했는지 하고 허허 웃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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