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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2512 vote 0 2004.07.02 (18:17:16)

도둑질도 해본 사람이 합니다. 친구 하나는 방위로 복무했는데, 같은 부대 소속의 고참 한 사람은 소집면제를 두어달 앞두고 부터는 부대에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후임병과 짜고 서류상으로만 출근했던 거죠.
 
이걸 지켜본 친구가 하루는.. ‘나도 한번 땡땡이를 쳐봐야지’ 하고 출근을 안했습니다. 그래도 걱정이 되어서 전화기 옆을 떠나지 못하고 안절부절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부대에서 전화가 걸려오는 겁니다. 대대장 떴으니 당장 들어오라는 거죠.
 
‘3개월에 한번 쯤 뜬다는 대대장이 하필 땡땡이를 치기로 한 날에 뜨다니.. 아 이 짓도 해 본놈이나 할짓이구나.’.. 그 친구는 땡땡이를 포기하고 대한민국 모범방위가 되었다고 합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그 땡땡이 전문 고참은 뭔가 별도의 노하우가 있었다는 거죠.
 
부패를 단절시키려면 막연한 신념과 의지만으로 안되고, 촘촘하게 짜여진 부패의 시스템을 파괴하고.. 그 끼리끼리 배맞추고, 눈맞추고, 진드기 붙고, 껌붙어 먹는 뒷구멍의 노하우의 전승을 단절시켜야 합니다. 그것이 왈 패러다임의 변화입니다.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응하라!
우리당이 날로 우향우를 하고 있지만 저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왜? 서프 독자들도 총선 후 급속하게 보수화되고 있지만 걱정 안합니다. 왜? 파병문제, 북핵문제, 언론개혁, 보안법철폐 해야할 일은 첩첩산중이지만 걱정 안합니다. 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당이 아무리 강남수구꼴통 유권자들에게 아양을 떨어도 그들로 부터는 단 한 표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서프가 보수화 하면 젊고 패기있는 논객이 서프를 떠나게 되고, 그 결과로 사이트가 망한다는 사실을.
 
무슨 말인가? 지난 두차례의 선거로 드러난 것은 대한민국의 프레임이 총체적으로 좌로 5보 옮겨왔다는 점입니다.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성향은 근본 프레임의 문제이며 프레임은 잘 안변하기 때문에 프레임인 것입니다.
 
지난 보선의 경험.. 우리당은 보수표 얻으려다가 피봤습니다. 큰 코를 다쳤으니 이제는 정신을 차리고 정체성을 찾을 것을 저는 믿습니다. 서프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이 났으니 이제 정신을 차리고 제 위치를 찾아가야지요.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응을 해야 합니다.
 
한나라당 만세 부를 일 아니다
한나라당이 말로는 개혁을 외치지만 절대 개혁이 불가능한 이유는? 그 부패의 시스템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고 그 부패의 노하우가 잘도 전승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당은? 부패 시스템이 고장났습니다. 증거는?
 
박창달 체포동의안 부결사태 보세요. 주범은 한나라당이고 우리당은 뒤에서 망이나 봐준거죠. 근데 유권자 반응은 어떻습니까? 도둑놈인 한나라당은 아무도 욕 안합니다. 뒤에서 장물이나 받아준 우리당만 일방적으로 비난을 당하고 있어요.
 
한나라당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겠죠. 도둑질은 지들이 했는데 욕은 우리당이 먹으니 이 얼마나 고소한 일입니까? 그러나 정신차려야 합니다. 그건 한나라당의 차떼기 부패시스템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의미 밖에 안됩니다.
 
욕을 먹어야 합니다. 욕을 먹어야 변하고, 변해야 이깁니다.
 
최근의 사태.. 변명할 이유도 없고 피해갈 이유도 없습니다. 서프는 곧 죽어도 정면 돌파입니다.(최근 문제와 관련해 서프가 정치적인 대응응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저는 반대입니다. 지금은 전시, 전사자는 묻어주고 전투는 계속합니다.)
 
잘못한 일이 있으면 욕을 먹는 것입니다. 생채기 안고 피투성이인 채로 전진하는 것입니다. 문성근, 명계남, 서영석.. 아시다시피 이 사람들 그렇게 잘난 사람들 아닙니다. 훈련된 사람 아닙니다. 도덕군자 아닙니다. 몸으로 때우는 전사(戰士)입니다.
 
사실이지 우리당은 졸라 억울하죠. 도둑질은 한나라당이 했는데 욕은 혼자서 먹으니. 그러나 그 욕을 먹어야 합니다. 우리당의 부패시스템은 붕괴된 겁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꼼짝없이 갖힌 신세죠. 조중동의 맨투맨 밀착감시에, 유권자의 일방적인 비난에.. 우리당은 부패하고 싶어도 부패시스템이 고장나서 못합니다.  
 
그것이 억울하면? 일방적으로 욕먹는게 억울하면? 야당해야죠. 그러나 그 욕 달게 감수하기로 하고 자청하여 여당한 겁니다. 그 난관, 그 고통 다 이겨낼 수 있다고 말입니다.(그 욕먹을 일이 무서워서 고고한 자태 뽐내며 야당하는 사람들이 민노당이죠.)
 
악재가 악재를 덮는 정국에서
연일 악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악재가 악재를 덮는 형국입니다. 그러나 실망할 일은 아닙니다. 패러다임의 교체가 무엇입니까? 선의로 하여 선(善)하는 것이 아니라 악의 실패에 의해 선할 수 밖에 없다는 역사의 필연.
 
왜 우리당은 바른 길로 갈 수 밖에 없는가? 한나라당은 도둑질을 해도 지지도가 올라갑니다. 우리당은 뒤에서 망만 봐줘도 비난이 쏟아집니다. 우리당은 어긋난 길로 가고 싶어도 도무지 갈 수가 없지요.
 
텐노오 조선은 말합니다. ‘그래 니들은 깨끗하냐?’ 사실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잘난 집단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렇게 드러나 버린 거죠. 그러나 희망을 포기하진 않습니다. 우리가 도덕군자인 것은 아니지만 본질인 시스템이 건전하니까요.
 
대안이 없는 자는 희망을 말할 자격이 없다
석기시대에는 돌팔매질을 잘 하는 고수가 승리합니다. 훈련된 사람이 이기는 거지요.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청동기, 철기시대입니다. 누가 승리하는가? 그 청동기를, 혹은 그 철기를 선점한 사람이 무조건 이깁니다.

 
아무리 돌팔매질을 잘하는 '석기의 달인'이라 할지라도 총을 쥔 사람을 이길 수는 없지요. 이것이 시대의 변화입니다. 패러다임의 변화입니다.
 
제가 처음 이 바닥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는 강준만님께 기대를 걸었습니다. 한동안은 진중권이 우리들의 리더였지요. 노혜경, 김정란, 홍세화, 박노자, 고종석, 김동민 등등.. 쟁쟁한 이름들이 우리들의 등불이었구요. 그러나 그 시대는 갔습니다.
 
그 사람들은 교수이거나 혹은 그 주변의 먹물들입니다. 우리들과 달리 충분히 훈련된 사람들이지요. 노무현은? 아닙니다.
 
훈련되지 않은 사람들이 해냈을 때.. 비로소 진짜가 이루어집니다. 훈련된 이회창이 잘해낸다고 해서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
 
이회창과 노무현.. 이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본질을 봐야지요. 무엇이 훈련되지 않은 노무현으로 하여금 훈련된 이회창을 이기게 했는가? 그러한 기가 막히는 역전을 가능케 한 밑바닥에서의 근본적인 동인은? 이것이 바로 패러다임입니다.
 
그렇습니다. 문성근, 명계남, 서영석, .. 그리고 서프라이저들.. 훈련되지 않은 사람들이 과연 훈련된 저들을 능가할 수 있을까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문성근이 고종석보다 나은가, 혹은 명계남이 강준만 보다 나은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네 맞습니다. 사실이지 서영석님은 머리에 든 지식의 면에서, 또 도덕성의 면에서 진중권 보다도 못한 사람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만약에 말입니다. 훈련되지 않은 문성근, 명계남, 서영석이 충분히 훈련된 조중동들, 이회창들, 박근혜들, 진중권들을 이겼다면 그 기가 막히는 대역전극을 가능케 한 밑바닥에서의 동인은 무엇일까요?
 
바로 그것이 패러다임입니다. 역사의 근본 동인이죠. 그들이 '돌팔매의 고수'이고 '석기의 달인'이라면 우리는 청동기와 철기로 승부합니다. 바로 그 때문에 이길 수 있었던 거죠. 우리는 바로 그것을 믿고 싸우는 것입니다.
 
서영석을 믿으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문성근이나 명계남이 더 잘났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싸울 것이며 우리가 마침내 그 싸움에서 승리했다면 그 승리의 원인은 그 서영석, 문성근, 명계남들의 도덕성 때문이 아니라.. 밑바닥에서의 패러다임의 변화 때문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바로 그 변화된 패러다임을 믿어달라는 것입니다. 서프는 지금도 승리하고 있고 앞으로도 승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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