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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038 vote 0 2004.08.18 (22:03:11)

제목 없음 강준만이 그간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인물과 사상 9월호에 ‘조중동의 음모’ 운운하며 썼는데 내용은 방대하지만 핵심은 단순하다. 요약하면 이렇다.
 
“논공행상이 잘못됐다. 어문 넘이 먹었다. 내 몫은 없더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나 또한 참여정부의 논공행상이 썩 잘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천하의 강준만이 논공행상 따위에 집착하고 있다는 데 있다.
 
왜 그 문제가 지금 이 시점에 우리의 관심사가 되어야 하지? 대선 끝난지가 언젠데?
 
앞장서서 변화를 주도할 생각은 안하고 뒤에서 구시렁거리고나 있는 것이다. 왜인가? 강준만의 그릇이 그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못났다. 인간이 못났다.
 
강준만의 천하는 무엇인가?
슬프다. 강준만의 그릇이 고작 그 정도였다는 말인가? 누가 무슨 자리를 하고 못하고가 왜 그대의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고작 그 정도가 강준만의 천하였더란 말인가?
 
개혁세력이 대한민국호의 브릿지를 장악한 지금, 겨레를 위한 원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고작 한다는 소리가 그거란 말인가?
 
실수다. 지금 김용옥의 입에서 나오고 있는 소리가 그대의 입에서 나오길 기대했었으니 실수다. 백범의 외침, 함석헌의 외침, 장준하의 외침이 강준만의 입에서 나오길 기대했으니 나의 실수가 분명하다.
 
천하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정치란 무엇인가?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되는 법이다. 어른 싸움이 집단 간의 패싸움으로 발전되고, 급기야는 국가간의 전쟁으로 비화된다.
 
이렇게 싸움의 규모를 단계적으로 키워가는 것이 정치다. 더 나아가서 기어이 천하대란으로 발전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다. 그리하여 마침내 천하대란이 일어나면?
 
‘역사’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한다. 이른바 ‘시대정신’이 개입한다. 그렇게 ‘역사의 필연성’을 드러내는 것이 맡은 바 우리의 소명이다.
 
거기서 비전을 얻고, 거기서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우리의 이상을 닦아가는 것이다. 그 방법으로 안으로는 겨레의 생존을 도모하고 밖으로는 세계 인문주의의 이상을 세워가는 것이다.
 
노무현은 처음 이인제와 싸웠다. 곧이어 후단협과 싸우고 정몽준과 싸웠다. 또 이회창과 싸웠다. 이 때만 해도 싸움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쟁투에 불과했다. 전투는 정치판이라는 링 안에서 벌어졌고 국민은 소극적인 관전자에 지나지 않았다.
 
탄핵이 무엇인가? 바야흐로 천하대란이 벌어진 것이다. 정치판의 불똥이 사회일반으로 옮겨붙었다. 노무현 한 사람이 세상 그 모두와 싸워야 했다. 거기서 우리는 ‘노무현의 천하’를 엿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우리는 그를 위해 촛불을 들었던 것이다. 인간 노무현을 위해서가 아니라, 21세기라는 한 시대의 역사와, 그 역사의 조류가 담보하는 바 시대정신이 뒤를 봐주고 있는 노무현의 천하를 위해서 말이다.
 
역사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손
그 모든 싸움에서 노무현이 이겼다. 왜 노무현은 싸움마다 승리했는가? 노무현의 타고난 싸움실력 때문에? 천만에!
 
노무현이 천하의 고수라서? 천만에! 그는 대단한 고수가 아니다. 열성 지지자들 때문에? 천만에! 우리는 별로 잘나지 않았다. 노빠들의 극성 때문에? 천만에! 우리에게 대단한 힘이 있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의 마키아벨리즘이 먹혀들어서? 천만에! 만약 그런 정도로 저차원에서 생각한다면 강준만 당신은 바보다. 네가 알고 내가 알듯이, 또한 하늘이 알고 땅이 알듯이 그 차원에서는 애초에 가능하지 않다.
 
제갈공명 할배가 와도 가능하지 않다. 전쟁론의 클라우제비츠가 와도 가능하지 않다. 알렉산더와 나폴레옹과 징기스칸이 한꺼번에 덤벼도 가능하지 않다. 그 모든 싸움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역사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하고 있다. 역사는 늘 노무현의 편을 들어주었다. 왜인가?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다. 본질에서의 변화가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뿔사! 노무현이 세상을 바꾸기 전에 세상이 먼저 변했던 것이다. 먼저 진도를 저만치 나가있는 세상이 뒤처져 있는 우리를 향해 손짓을 한다. 어서 뒤쫓아 오라고. 제발 진도 좀 나가자고.
 
무엇이 변했나? 첫째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졌다. 둘째 언론환경이 변했다. 인터넷이라는 신무기가 등장한 것이다. 세째 국제정세가 변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세상을 보는 국민의 안목이 한차원 올라서버린 것이다.
 
그러한 작은 변화들의 집합이 곧 역사다. 그리고 그 역사가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승부에서 연거푸 노무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왜 그러한 밑바닥에서의 변화를 보지 못하는가? 노무현이 마키아벨리즘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노무현을 이용할 뿐이다.   
 
낡은 것이 가고 새것이 온다
100년 전이라면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개화세상이다. 뒷집에서 머슴일 하던 막둥이도 기회를 잡았다. 머슴일 그만두고 정미소 차렸다. 김진사네 종노릇 하던 웃마실 덕배도 기회를 잡았다. 종노릇 그만두고 생선가게 차렸다.
 
모두가 기회를 잡았다. 강준만 입장에서 보면 그들 모두가 기회주의자이다.
 
환경이 변한 것이다.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은? 도태된다. 민주당만 망가진 것이 아니다. 한나라당도 깨졌다. 우리당도 깨졌다. 추미애만 간 것이 아니다. 강금원도 가고, 안희정도 가고, 신기남도 갔다.
 
최병렬만 간 것이 아니다. 조순형만 간 것이 아니다. 이상수도 가고, 정대철도 가고, 이재정도 갔다. 죄가 있어서 간 것은 아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간 것이다.  
 
개화다. 개명시대다. 구질서가 무너지고 신질서가 도래한다. 변혁에 공이 있는 공신들이라 해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반드시 죽는다.
 
적응하면 산다. 갖바치도 살고, 백정도 살고, 북청 물장수도 산다. 적응하지 못하면 죽는다. 혁명가도 죽고, 의인도 죽고, 양반도 죽고, 상놈도 죽는다. 선한 자도 죽고 악한 자도 죽는다. 잘난 자도 죽고 못난 자도 죽는다.
 
반칙의 시대가 가고 경쟁력의 시대가 온다
민주화다. 언론의 자유가 주어졌다. 조중동이 먼저 그 변화의 혜택을 본다. 옛날같으면 내란선동의 죄로 처형되었을 서정갑, 지만원, 신혜식들이 혜택을 본다. 이는 언뜻 모순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각하라!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워왔던가?
 
선한 자가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이 있는 자가 혜택을 보는 것이다. 양반이 죽고 상놈이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에 먼저 적응하는 자가 혜택을 보는 것이다.
 
동유럽의 민주화라도 그러하다. 자본주의에 먼저 적응하는 자가 혜택을 본다. 마피아가 먼저 적응하면 마피아가 혜택을 본다. 공산당 관료가 먼저 적응하면 공산당 관료가 혜택을 본다.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못 가진 자에게 나눠주자는 것이 아니다. 못가진 자들에게도 경쟁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민초들의 시대가 온다. 민초들의 입에 거저 떠먹여 주겠다는 말이 아니다. 알고보니 민초들에게도 경쟁력이 있더라는 말이다. 기득권의 반칙을 금지하니 민초들도 제 실력을 발휘하더라는 말이다.
 
민주당이 도태된 이유는?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안희정 등이 도태된 이유는? 죄가 있어서가 아니다.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신기남이 도태된 이유는? 그 역시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구질서가 가고 새질서가 온다. 반칙하는 자는 죽고 실력을 발휘하는 자는 산다.
 
누구라도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앉아서 홍시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자는 도태될 뿐이다. 경쟁력이 없는 자는 누구라도 죽는다. 이제사 강준만이 맥을 못 쓰는 이유는? 변화된 환경에서는 그 역시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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