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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2729 vote 0 2004.08.16 (13: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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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독자들과 접촉을 늘리면서 느낀 점인데, 최근의 정치환경을 불안해 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본질을 보아야 한다. 요즘 전반적인 정치상황은 매우 좋다.
 
등급을 매긴다면 ‘A+’로 ‘안정적’이다.
 
구도는 완벽하다. 한나라당이 승리하는 방법은 단 하나 뿐이다. 여권의 분열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을 보면 여권은 갈수록 통합이 공고해지고 있고 반대로 내부모순에 직면한 한나라당이 분열하게 생겼다.
 
사실이지.. 한나라당과 그 추종세력이 여야가 총력을 기울인 진검승부에서 여권의 분열에 의존하지 않고 자력으로 승리한 예가 단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없다. 그들은 늘 우리 쪽의 분열에 힘입어 승리하곤 했다.
 
늘 그렇듯이..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는 왜 늘 분열했을까? 범개혁세력의 총체적 역량이 분열을 극복할 수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단순히 정치 지도자 개인의 판단 미스로 돌린다면 잘못이다.
 
87년 DJ와 YS가 분열한 이유는? 두 사람의 판단미스, 혹은 지도자의 자질문제로 돌린다면 얕은 생각이다. 밑바닥에서 에너지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 역사의 흐름 말이다. 자유당 출신의 YS는 원래 아군이 아니었다.
 
대통합의 시대가 왔다
역사가 결정한다. 지구촌 문명의 흐름이 결정한다. 정치의 전반적인 흐름이 분열로 가는가 아니면 통합으로 가는가를 살펴야 한다. 흐름이 분열로 가면 망하고 통합으로 가면 흥한다.
 
무엇인가? 유신공주 박근혜의 전면등장, 연이어 폭로되고 있는 친일파의 본색, 잇따라 발굴되는 독립지사의 사료들, 드러나는 정수장학회의 비리, 행정수도 이전 등이 모두 거대한 통합의 흐름이다.
 
이는 우리의 의지가 아니라 자연적인 역사의 흐름이다. 대통령의 815 경축사도 의도된 바 책략이 아니라 그 자연스런 흐름을 따른 결과일 뿐이다. 그 흐름을 남보다 한발짝 먼저 읽고 대응하는 자가 승리한다.
 
역사는 지금 한국인들에게 대통합을 주문하고 있다. 박근혜 한 사람을 꺾기 위해 친일을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사 때가 온 것이다. 오매불망 기다려 왔던 그 때가 기어이 왔다는 조짐이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조중동은 거꾸로 말한다. 우리의 과거청산 주장이 분열을 조장한다고 말한다. 천만에! 이것이 대통합의 전조임을 알아채야 한다.
 
너른 시야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인류문명사 차원에서 보면 답이 나온다. EU가 통합된 것은 미테랑의 아이디어가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멀리서 미국의 원심력이 작용한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대륙문명과 해양문명의 대결
유럽이 상대적으로 대륙문명에 가깝다면, 영국과 미국은 해양문명에 가깝다. 그러나 미국의 패권이 커져서 미국도 점차 대륙문명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그 결과로 중국과 러시아에 있던 대륙문명의 중심 축이 유럽쪽으로 이동해 간 것이다.
 
한국의 분열은 본질에서 미국과 러시아간 냉전의 부산물이다. 냉전해소의 여파가 서서히 한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만 해도 그렇다. 미국과 러시아의 각축이 소멸한 대신, 일본과 중국의 대결이 불거지고 있다. 큰 덩치가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자 작은 어깨들이 활보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러시아의 원심력에 의해 분열되었던 한국이, 냉전해소로 그 원심력이 약화되면서 내부 구심력에 의해 통합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중국의 도발이 남북한의 통합을 촉구하는 한편, 남한 내의 통합도 촉구한다는 점이다.
 
조중동은 말한다. 우리끼리 과거문제 가지고 싸울 일이 아니라고. 그러나 역사는 촉구한다. 중국의 패권에 대항하려면 우리의 과거부터 청산하라고. 중국은 과거를 들고 싸움을 걸어오는데 우리는 과거를 버리고 무장해제 해?
 
우리의 과거부터 청산해야.. 과거를 들고 싸움을 걸어오는 중국의 도발에 맞설 수 있다. 지금 야당 일부도 여당의 과거청산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여야가 힘을 합쳐야 중, 일의 도발에 맞설 수 있다. 남북한이 힘을 합쳐야 중국과 미국의 고래싸움에 버텨낼 수 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국민들도 결국은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싸움 오래가면 우리가 반드시 승리한다.
 
문명사 차원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로마가 지중해를 제패한 시점, 곧 해양문명의 성격을 가졌을 때는 흥했지만 게르만을 먹고 파르티아를 접수한 이후.. 점차 대륙문명의 성격이 강해져서 망하고 말았다. 문명의 중심 축이 더 내륙으로 옮아갔기 때문이다.
 
로마인들이 스스로의 손으로 라인강과 다뉴브강의 밀림지대라는 자연장벽을 허물어 게르만의 이동로를 열어준 것이다. 로마의 힘은 아피아가도를 비롯한 도로망과 선박을 이용한 앞선 항해술에서 나왔다.
 
그러나 흉노족의 말과 그들의 주무기인 단궁의 화살이 더 빨랐다. 게르만족의 대이동을 촉발한 흉노족(훈족)의 등자(말 발걸이)가 전해지면서 속도전에 의존하는 로마문명의 잇점을 소멸시킨 것이다. 이러한 본질을 알아야 한다.
 
문명의 본질은 이동이다. 그 이동은 야금기술의 이동, 전쟁기술의 이동, 사상과 종교의 이동. 농사기술의 이동, 문화예술의 이동, 상품거래의 이동이다. 로마가 흥한 것은 지중해 시대 모든 물류와 이동의 중심에 로마가 위치했기 때문이다.
 
로마가 망한 것은 대륙문명의 성격이 강해져서 그 모든 이동의 중심 축에서 로마가 벗어났기 때문이다. 더 이상 사상과 종교와 상품과 농사기술과 야금기술과 문화예술과 전쟁기술이 로마를 항구로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왜? 흉노족이 가져다 준 등자로 해서 게르만의 말이 그 이동수단을 대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KTX가 뜨면 대구공항이 지는 것과 같이 자연법칙이다. 백명의 카이사르가 나온다 해도 이 거대한 흐름을 뒤집을 수는 없다.
 
위대한 한국의 아침이 밝아온다
지금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냉전의 해체가 가져온 역사의 거대한 흐름이다. 미국이 해양문명에서 대륙문명으로 점차 문명의 성격을 바꾸어 가면서 거대한 판구조의 지각변동을 가져오고 있다.
 
한국은 본래 대륙문명의 한 변방이었다. 이차대전 이후 해양문명에 속하는 미국의 전진기지가 되었다. 그러나 미국이 점차 대륙화 하면서 한국의 역할은 약해졌다. 이제는 한국이 독자적인 이동의 중심 축을 형성해 가고 있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사상과, 철학과, 인터넷과, 물류와, 종교와, 문화와, 예술과, 상품과, 산업이동의 중심 축을 형성해 가고 있다. 그야말로 동북아 중심기지가 되어가고 있다.
 
문명사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 통일 후 수도를 북으로 옮겨 대륙문명의 일부로 중국에 종속될 것인가, 아니면 수도를 남쪽으로 옮겨 새로운 해양문명의 중심으로 떠오를 것인가 판단해야 한다.
 
지구촌 문명이 한국에 새로운 해양문명의 축을 건설하고자 한다. 역사는 우리에게 대통합을 요구한다. 통합을 위해 과거부터 짚고 넘어가라고 말한다. 누구도 이 거대한 흐름에 맞서서 이길 수 없다.
 
(문명의 이동과 그 원리에 대해서는 참으로 할말이 많지만 글이 길어졌으므로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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