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분당구 정자동에서 유동아이피 쓰는 사람이 저의 이름을 사칭하여 서프라이즈의 내분을 조장하는 글을 올렸더구요. 간밤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걸 사건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이곳저곳에 사발통문 돌린 인간도 있구요.
 
같은 수법의 비슷한 일이 이전에도 여러차례 있었으므로 이런 정도로 오해할 서프라이즈 독자들은 없겠지만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이런 야만의 땅에 우리가 숨쉬고 살아야 한다는 점에서 말이지요.
 
서프라이즈는 프로를 지향한다
아마추어가 있고 프로가 있습니다. 서프라이즈는 프로를 지향합니다. 안티조선 ‘우리모두’ 시절 이야기입니다. 저는 ‘진도 안나간다’고 타박하곤 했죠. ‘진도 좀 나가자’ 이거죠. 근데 여전히 진도 안나가고 있더군요.
 
2002년 여름의 일입니다. 당시 대자보에 참여하고 있던 이름쟁이님이 불렀는데 저는 거절했습니다. 도무지 진도 안나가는 아마추어들 하고는 친구 안한다 했습니다. 아마추어리즘 좋죠. 그러나 곧 죽어도 진도를 나가야죠.
 
그 짓도 한두번이지 언제까지 그러고 있겠습니까?
 
서프라이즈는 현실 사회에 발을 디디고 사는 즉, 프로를 지향하는 사람 중심으로 모였습니다. 하릴없는 시간강사들 모여서 구라 떠는 모모한 사이트와는 그 질이 다르다 이거죠. 진도 나가야죠. 실력으로 조선을 이겨보여야죠.
 
서영석님이 '데일리 서프라이즈'를 창간하신다는군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거 진도 나가는 겁니다. 성공하면 대박이고 실패하면 성공의 어머니가 되는 거죠. 저는 서영석님께 단지 이 한마디를 전했을 따름입니다.
 
“조선일보 보다 월급을 더 많이 주기 전에는 조선일보를 이긴 것이 아니다.”
 
쥐꼬리 박봉주고 참으라 하면서 노조의 파업은 지지하는 모순의 한겨레는 결코 우리의 모범이 아닙니다.(왜 한겨레 기자는 박봉인데도 파업을 안할까? 이런거 좋지 않다.) 박봉으로 때우는 오마이뉴스나 딴지일보도 우리의 모범이 아닙니다.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언론개혁은 이런 것입니다.
 
소수 정예의 스타 기자와 스타 칼럼니스트, 스타 사진가, 그리고 스타 만평가가 실질적인 신문의 주인이 되는, 철저하게 프로들만 모여있는 신문. 사주가 몇몇 스타 기자들에게 쩔쩔매며 끌려다니는 신문.
 
스타 만평가와 스타 기자, 스타 사진가, 스타 칼럼니스트가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서 사주와 연봉 계약을 하는 신문. 이게 진짜입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신문이 기자를 죽입니다. 편집부 데스크가 기자를 지배해요. 이건 아닙니다.   
 
(실제로 다른 나라에서는 유력한 칼럼니스트와 만평가가 우월한 위치에서 여러 신문들과 계약하여 동시 게재합니다. 같은 칼럼이나 만평을 천개도 넘는 지방신문에서 볼 수 있지요.)
 
저는 이 단계 까지 진도를 나가야지만 진정한 언론개혁이라고 믿습니다. 예컨대 김용옥님이 여전히 신문기자라 치고.. 그 정도 수준의 기자와 칼럼니스트, 사진가, 만평가 열명이 의기투합하면 조중동 이깁니다. 이게 진짜에요.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예를 들어보죠. 문득 6, 70년대 홍콩영화의 흥망사가 작금의 우리 언론환경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철과 왕우의 시대는 가고
6, 70년대 홍콩 무협영화의 전성기라면 어떻습니까? 한칼 쓰던 장철과 왕우가 있었고 또 호금전이 있었지요. 한마디로 ‘쇼브라더스’의 전성시대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습니까?
 
쇼브라더스는 결국 이소룡과 성룡을 잡지 못했습니다. 스타라는 스타는 다 긁어모았지요. 완벽한 스타시스템을 구축한 겁니다. 시스템 자체는 완벽했어요. 조중동처럼 말이지요. 그러나 그들에겐 이소룡과 성룡이 없었습니다.
 
왜?
 
결과는 어떻습니까? 이소룡과 성룡을 앞세운 추문회의 골든하베스트가 먹었습니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으니 쇼브라더스는 80년대 이후로도 간헐적으로 안타를 치긴 했지만 전성시대의 기백은 사라지고 말았지요.
 
비교하면 이런 것입니다.
 
● 장철과 왕우를 앞세운 호금전과 쇼브라더스의 전성시대.. 청나라 지배의 현실을 부정하고 명나라의 과거에 집착한다.
 
● 이소룡과 성룡을 앞세운 추문회의 골든하베스트.. 황비홍과 정무문의 예에서 보듯이 청나라 지배의 현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기풍을 받아들인다.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조중동과 서프라이즈 만큼이나 큰 차이입니다. 장철과 왕우에게 이연걸처럼 변발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는 겁니다. 그들은 변발이 싫어서 차라리 빡빡머리의 소림사로 도피했지요.
 
결론이 뭡니까? 쇼브라더스의 모든 스타들을 합쳐도 결국 이소룡과 성룡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프로가 뭐냐구요? 이런 이치를 아는 사람이 프로입니다.
 
아마추어 한겨레가 하는 방식은 청나라의 현실을 부정하고 명나라에 집착하여 장철과 왕우에게 변발을 요구하지 못하는 쇼브라더스의 입장과 같은 겁니다. 과감하게 변화된 현실을 인정해야지요.
 
스타시스템의 제왕 조중동이 하는 방식은 시스템의 완벽성에만 의존하여 그 시스템의 분위기를 깨고, 팀의 화합을 깨고 팀 분위기에 물을 흐리는 이소룡과 성룡을 배척한 쇼브라더스의 실수와 같은 겁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 성룡 한 명이 나머지 모든 스타를 합친것 만큼의 몫을 해내지요.
 
이 정도로 말씀드리면 제가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지 대강은 눈치 채셨을 겁니다. 최고의 개혁은 최적화된 시스템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말빨로 조지는 어설픈 명분, 아마추어적 이상 이런거 아니에요.
 
하여간 저는 곧 죽어도 벤처하는 사람입니다. 시장원리를 존중한다 이거죠. 어설픈 시간강사 마인드 가진 아마추어들 하고는 친구 안합니다.
 
어쩌면 ‘쿠로자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가 또 적절한 비유가 되겠다 싶어서 인용합니다. ‘키네’님의 영화평 한 자락을 끌어들이면.
 

7인의 사무라이
무사도는 퇴색한지 오래. 돈과 명성을 탐하는 가짜 사무라이들이 판치는 세상. 이런 때 ‘진정한 사무라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한 의로운 무사에 의해 7인의 사무라이가 조직되었으니.
 
그들은 보리쌀 몇 말을 받기로 하고 그들의 힘과 지략을 농민들에게 빌려준다. ‘약한자를 구하고, 참 사무라이의 길로 한 번 나아가보자’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그들은 마적단에 맞서 목숨을 버리며 농민들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처절한 전투가 진행되는 와중에, 어린 사무라이 한 명이 마을 처녀와 사랑에 빠진다. 물론 그 처녀의 아비는 연애를 반대한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사무라이와 사귀지 마라’는.. 젊은 무사의 염장을 지르는 소리를 한다.
 
자신들은 그들을 구하려고 목숨을 걸고 있는데도.. 어쩔 수 없는 농민들은 무지하고, 겁 많고, 표리부동 하기까지 하다.
 
의로운 사무라이들은 하나 둘 죽어가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무라이들은 전투에서 승리한다. 농민들은 축제를 벌이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동시에 이제는 문제 해결됐으니까 얼른 마을을 떠나달라고 요구한다.
 
 “이런 싸가지 없는..! 우리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인데..”
 
젊은 사무라이가 분노를 터뜨린다. 농민들은 사무라이들을 외면한 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농요를 부르며 모내기를 한다. 이때 길을 떠나는 늙은 사무라이 왈
 
“진짜 승리자는 저들이군…”
 
바로 이 지점에서 어떤 씁쓸함을 느꼈을 것이다. ‘진짜 사무라이가 되려고.. 내가 행한 행동에 한때 우쭐했었나?’ 진정한 사무라이는 약한 자를 돕다가 아무런 대가없이 죽어주는 것이 도리다.
 
사무라이 정신을 추구하는 무사도에서는 꺼리낌없이 살다가 가는 것이 지상명령. 오히려 그것이 행복이며 영광이다. 그렇게 살고자 했으니까. 구차하게 보릿쌀 몇 섬 같은 건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무사도란 무엇인가?
사무라이를 ‘싸울아비’로 옮기는 허투루 우스개도 있는데.. 사무라이는 봉건 영주의 시종을 의미합니다. 요즘 말로 하면 경호원이죠. 무사도는 경호원의 도입니다.
 
칠인의 사무라이가 추구하는 진정한 무사도는?
 
약자를 돕는다? 아닙니다. 악을 퇴치하고 선을 실천한다? 아닙니다. 정의사회구현? 웃기지 말라 이거죠. 그런 소리는 박정희 아들 전두환이나 하는 겁니다.  
 
불쌍한 농민을 위해 희생한다? 천만에!
 
실력이 없으면 어차피 죽게 되어 있는 것이 이 바닥의 생리. 희생 운운은 실력도 없는 하수들이 하는 소리입니다. 이 바닥에서 실력 없으면 어차피 죽을 것인데, 농민을 위해 죽든 혹은 전설의 미야모도 무사시와 대결하다가 죽든.. 어차피 죽는건 매한가지인데 무슨 얼어죽을 희생?
 
마적단이 마적질을 하는 이유는 실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만만한 농부나 털어먹는 거죠. 결국 프로는 실력으로 말하는 것입니다. 왜 마적을 퇴치하는가? 마적단 보다 강하기 때문입니다. 강한 것이 프로에요.
 
최고의 무사도는 최고로 강해지는 것입니다. 선이 어떻고 악이 어떻고 이런 개똥같은 소리는 실력이 없는 개허접들이 하는 소리입니다.
 
쌍방향 의사소통의 인터넷 시대가 의미하는 것은? 검증입니다. 과거처럼 실력도 없으면서 구라로 때우는건 안쳐준다 이거죠. 실력대결로 가면?
 
● 절차가 어떻고, 명분이 어떻고 시시콜콜 따지기 좋아하는 아마추어리즘은 실력없는 하수들이 패거리 규합할 때나 쓰는 논리.
 
● 조중동식 돈으로 때우고 완력으로 때우는 기계적 시스템은 영화가 시스템에 의존한 즉 인간이 약해져서 도리어 시스템의 최적화에 도달하지 못하므로, 한 때는 잘나갔던 쇼브라더스처럼 서서히 빛 바래어져 갈 것.
 
● 황금비례는 시스템에 4, 인간에 6의 배분, 시스템을 운용하면서도 유기의 방식으로 기계를 극복하고 시스템을 넘어서기.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여 새로운 기풍을 받아들이기. 최고의 실력으로 승부하는 골든 하베스트 방식이 최적화된 유기적 시스템이라는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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