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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516 vote 0 2004.08.02 (13:13:11)

필요한건 이념이다. 당의 정체성은 곧 이념에서 찾아진다. 이념은 일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념이 빈곤하니 일관성이 없다. 좋은 정책은 많은데 그것이 한 줄에 꿰어지지 않고 이곳저곳에서 돌출한다.
 
한쪽에서는 이른바 당 대표라는 이가 친일분자의 딸과 면담하기 위해 애걸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그이의 비리를 뒷조사한다. 이렇듯 중구난방이니 친일청산이라는 시대적과제가 국민들의 눈에는 정치적 협잡으로 오해되고 있다.
 
왜 지난 총선 때는 친일청산을 공약하지 못했던가? 대표였던 시절 정동영이 박근혜를 향해 지었던 그 똥 마려운 표정의 미소를 기억하는가? 신기남의 박근혜를 향한 분별없는 구애행각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그들은 장차 유신세력과의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도무지 정치인의 기본이 되어있지 않은 안이하기 짝이 없는 자세라 할 것이다. 위에서 부터 이러하니 당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이념을 바로 세워야 한다. 이념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만사를 한 줄에 꿰는 것이다. 일관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친일청산, 독재청산의 구호가 1회용의 정치공세가 아니라, 내외에 천명된 바 당연한 수순이어야 한다.
 
왜 우리당의 정체성이.. 멀리는 동학민중항쟁, 광주학생의거와 3.1만세운동, 상해임시정부와 4.19혁명, 광주5월항쟁과 6월시민혁명의 전통에 서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가? 왜 우리당은 김구와 장준하의 당이라고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는가?
 
왜 그 반대편에.. 조선시대 양반특권세력의 압제, 친일매국노의 반역, 516의 군사쿠데타와 1212의 세친구쿠데타, 3당야합세력의 난동이 그 역시 역사적 일관성을 가지고 자리매김 하고 있다고 큰소리로 말하지 못하는가?
 
왜 전두환의 아들 전재용과 박정희의 딸 박근혜는 역사적 맥락에서 일란성 쌍생아와 같다고 외쳐 말하지 못하는가?
 
역사란 무엇인가? 박근혜가 우리 국민들에게 용인될 수 있다면 전재용도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역사다. 박근혜가 수용될 수 있다면 김정일도 받아들여져야 한다. 내가 알고 네가 알듯이 박근혜, 전재용, 김정일은 동일한 역사적 인과의 범주에 속한다.
 
바로 이러한 사실을 규명할 책임이 역사가들에게 있다. 그 역사가들에게 깨우쳐 촉구할 책임이 우리당의 지도부에 있다. 입이 있다면 왜 말하지 못하는가? 친일과 파쇼는 동일한 역사적 인과의 범주에 속한다고.
 
왜 이것이 역사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깨닫지 못하니 감히 비전을 말할 수 없다. 친일청산의 비전, 독재청산의 비전, 행정수도이전의 비전, 햇볕정책의 비전, 남북통일의 비전, 자주국가의 비전, 문화국가의 비전, 복지국가의 비전을 말해야 한다.
 
그런데 말하지 못한다. 아무도 말하지 못한다. 입이 있으나 속으로 웅얼거릴 뿐 내놓고 말하지 못한다. 왜?
 
우리 속에 우리 아닌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조기숙 따위가 우리당 주위에 얼씬거리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런 거다. 필자는 7월 22일 다음과 같은 내용의 칼럼을 쓴 바 있다. 부분발췌 편집인용하면..
 
『국가는 하나의 가정과 같다. 남편이 있는가 하면 아내도 있다. 바깥일을 챙기는 것은 우리당 남편의 역할이고 안에서 내조를 하는 것은 한나라당 주부의 역할이다. 엄한 호랑이할아버지의 역할이 있는가 하면 자상한 할머니의 역할도 있다.
  
그러나 정당이 이렇게 역할을 가지면 곧 망한다. 그 역할에 안주하면 반드시 망한다. 그 역할을 적극 배척해야 한다. 남편노릇, 아내노릇, 귀염둥이 손주노릇 하지 말아야 한다.』
 
여러 정당들을 하나의 가족으로 보고.. 봉건적 가부장제 논리에 기초한 역할게임을 벌이면 반드시 망한다는 이야기다. 한나라당이 바가지 긁는 아내의 역할을 맡으려 하므로 한나라당이 망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근간에 알려진 조기숙의 수필 ‘한지붕 5정당’ 이야기가 무엇인가?
 
비유하면 우리당은 초보운전의 아내이고, 한나라당은 면허박탈의 남편이며, 민노당은 큰아들이고, 민주당은 둘째아들, 자민련은 시어미란다. 비유는 그런대로 재미있다. 읽어줄만한 수필이 된다. 그러나 이런 사고는 위험하다.  
    
신문기사를 부분 인용하면..
 
『조 교수는 "우리 정당도 작은 일로 싸우고 큰 일에서는 화합하여 비약적인 국가의 발전을 앞당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는 기대섞인 반문으로 글을 맺었다.』
 
이런 한심한 발상을 하는 개념없는 사람이 끼면 당이 망한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유시민이 우울증에 걸리지 않겠는가?
 
친일과 자주는 공존할 수 없다. 독재와 민주는 공존할 수 없다. 김정일과 박근혜와 전재용 그리고 이완용들의 정치유산을 상속한 조동과는 결코 공존할 수 없다. 한지붕 아래에서 공존을 꾀하면 반드시 망한다.
 
적은 타도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말살의 대상일 뿐 상생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가 김정일과 일전(一戰)하지 않는 것은 북한 민중의 입장을 고려한 즉 고도의 정치적인 판단에 따른 결과이지, 결코 파쇼를 용인해서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박근혜들을, 조동들을 단칼에 베지 않는 것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결과일 뿐, 그들이 떳떳한 대한민국의 일원이이서가 아니다. 그들은 반역자와 그 잔당들이다. 응징하지 않으면 우리의 후손들에게 그 해가 미치게 된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가 고통을 겪고 있는 이유는 우리의 선배 세대들이 그들을 제압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절치부심, 와신상담은 은인자중 때를 기다리자는 것이지 결코 적당히 빌붙어 살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충분히 강하다. 그렇다면 해치워야 한다.
 
끝으로 유시민에게 당부한다면.. 당신이 원하는 정당혁명은 부단한 싸움걸기를 통하여 투쟁과정에서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이지 어떤 아이디어맨이 기획서 한장 달랑 써던져서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지금 싸움걸기를 멈추고 무엇하자는 말인가?
 
싸워라! 싸워야 그 모든 것이 얻어진다. 싸워야 위기를 느끼고, 우리당이 위기를 느껴야 아이디어가 나온다. 회의석상에서, 혹은 토론회에서, 혹은 책상머리에서 참된 것이 얻어지는 일은 역사적으로 없다.
 
당신이 혼자 고민하겠다는  골방에서,  혹은 초선들이 모였다는 참여정치연구회에서 그 진실된 것이 얻어질 확률은 정확하게 0 이다. 네가 알고 내가 알 듯이.. 또 역사가 증명하듯이 싸우지 않고 가능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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