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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166 vote 0 2004.07.15 (16:18:04)

변혁의 주체는 누구인가? 기획은 지식인의 몫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이를 승인하는 역할은 민중의 권리다. 좌파들이 아무리 그럴듯한 설계도를 제시한다 해도 민중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민노당에는 없고 우리당에는 있는 것, 이회창에게는 없고 노무현에게는 있는 것.. 그것은 대중의 동의를 구할 수 있는 힘이다. 물고기가 물 속에서 놀듯.. 대중 속에서 호흡해 본 이 많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이다. 카리스마다.
 
말로는 민중이라 하지만.. 민중의 이해관계는 참으로 복잡하다. 모두가 민중의 이름을 팔고 있지만 결국 혜택을 받는 집단은 민중들 중의 누군가일 뿐이다. 누군가는 이득을 보고 누군가는 반드시 손해를 본다.
 
민중의 이름으로 민중을 억압하고, 민중의 이익을 위해 민중의 주도권을 앗아가는 속임수는 또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므로 '패키지'로 가야 한다.
 
이해가 상충되는 여러 사안을 묶어서 패키지를 만들 수 있는 능력.. 사안별 대응이 아닌 일괄타결로 묶어낼 수 있는 능력.. 민중들 중 누군가는 손해를 보지만 그 손해조차 감수하고 동의하게 하는 능력.. 그것이 대중적 카리스마다.
 
몽은 없고 노무현은 있다
몽스러운 대중적 인기를 카리스마로 잘못 아는 사람도 많다. 대중적 인기와 카리스마의 간극은 참으로 넓다. 될성부른 나무는 키우고 싹수가 노란 떡잎은 죽인다. 죽이기와 살리기가 찰나에 결정된다.
 
새끼 사자를 절벽에 떨어뜨려 놓고 제 힘으로 기어오르는지 지켜본다는 대중의 변덕스러움이다. 대선 직전 YS 앞에서 시계자랑 했다가 쓰러졌던 노무현을 생각하라. 카리스마 잃으면 한 방에 가는 수가 있다.
 
그리고 지금 박근혜가 그러한 시험에 들었다.
 
카리스마란 무엇인가? 그를 지켜주기 위해 목숨을 거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대중적 인기가 아닌 지도자의 카리스마가 되는 것이다. 카리스마를 얻기 위해서는? ‘운명의 다리’를 한번은 건너가야 한다.
 
운명의 다리를 건넌다는 뜻은? 손에 피를 묻힌다는 말이다. 사선을 넘어야 한다는 말이다. 누군가를 찌르고 와야 한다는 말이다. 쫓기는 입장이 되어야 하다는 말이다. 그래야만 목숨걸고 지켜주려는 세력이 생겨난다.  
 
박근혜가 조동의 물귀신이다
보라! 모두가 박근혜를 죽이려 한다. 노빠들도 죽이려 하고, 조중동도 죽이려 하고, 한나라당도 죽이려 한다. 그러므로 박근혜는 죽는다. 왜? 모두가 그를 희생시키려 하기 때문에. 지금 그를 지켜주고자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조중동이 별것도 아닌 패러디사진을 호재 만났다는 듯이 탑에 내걸고 염병하는 짓이 한마디로 박근혜를 꼭 죽이자는 것이다. 이것들이 똘똘 뭉쳤다. 하긴 물주가 위기에 처했는데도 지켜주지 못하는 용병이 무에 필요하랴.
 
지금 상황은 무엇인가? 뒷배 봐주는 물주 조동이 과거의 친일행각이 탄로나서 노심초사 하던 중 조동의 용병에 불과한 친일 박정희 딸이 근처에 얼씬그려서, 박근혜 때문에 도매금으로 넘어가게 된 상황이 아닌가?
 
조동 친일이야.. 낯짝에 철판깔고 어물쩡 넘어가면 되는데.. 박정희 친일까지 패키지로 엮여서.. 조동이 꼼짝없이 죽게 된 상황이 아닌가?
 
도둑놈 조동이 현장을 들켜서 걸음아 나살려라 도망치는데.. 박정희 장물아비가 ‘나도 같이 도망치자’며 빤쭈 붙잡고 매달려 늘어지니.. 쫓아오는 경찰에 꼼짝없이 잡히게 된 상황이 아닌가?
 
조동의 친일행각.. 원래는 작은 범죄였는데(조동 입장에선 작은 범죄).. 걍 철판깔고 버티면 되는데.. 눈치없이 박근혜가 끼어들어 일을 두배로 튀겨놓은 상황이 아닌가?
 
이렇게 적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있다. 친일 박정희의 딸 박근혜를 떼버려야 개혁세력의 친일응징운동도 약해지겠거니.. 그런 상황이 아닌가 말이다. 그렇다. 조동 입장에선 박근혜가 같이 죽자고 붙들고 늘어지는 물귀신이다.
 
박여사가 사는 법
폭력배가 행인을 구타하고 있다. 행인이 살려달라고 애걸할수록 폭력배는 더욱 흥분해서 광포한 폭력을 휘두를 뿐이다. 약자의 비명소리와 눈물은 폭력배의 야수와도 같은 공격본능을 두배로 자극할 뿐이다.
 
이 상황에서 방법은 하나 뿐이다. 달아나는 것이다.  
 
박근혜가 꼭 죽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사는 길은 하나 뿐이다. 걍 달아나는 것이다. 박정희의 친일범죄에 대해서는 시치미를 뚝 떼고 일체의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박정희의 친일범죄를 사죄하면 빌미를 잡히어 대통령 결격사유가 굳어지고.. 반격을 하면 도리어 매를 번다.. 이런건 적들에게 알려주면 안되는데.. 하긴 알려줘도 못알아 먹겠지만.)  
 
그런데 그냥 침묵하고 있는 것도 어색하다. 박근혜가 일체의 대응을 않으면 대응할 때 까지 공세의 강도를 높여가는 이쪽의 전략이 또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은 걸려들게 된다.
 
박근혜가 온전히 사는 방법은 이 건에 대해서는 일체의 대응을 하지 말고 침묵하면서.. 반대쪽에서 다른 이슈를 발굴하여 공세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다른 문제를 제기하므로서 친일문제가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일반에 인식되게 유도하는 전략이다. 문제는 박근혜가 이 전략을 쓸 수 있는가이다.
 
없다. 박근혜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다. 그의 장점은 공격이 아니라 수비에 있다. 과거 DJ가 지자체선거 관철을 위해 목숨걸고 단식투쟁을 했던 것처럼 공세적인 이슈제기로 정면돌파 해야 하는데 박근혜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다.
 
박근혜가 걸린 세가지 덫
정리해보자. 박근혜는 세가지 덫에 걸려있다. 첫째는 햇볕정책에 대한 태도이다. 정부의 특사로 방북하여 김정일과의 통큰 거래를 성사시킨다면 그에게도 미래가 있겠지만 한나라당이 동의해줄 리가 없다.
 
둘째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태도이다. 정부의 정책에 딴지를 걸면 ‘반기를 든 인물’로 낙인이 찍혀서 영원히 기회가 없다.(국책사업에 대한 반대는 운동권이나 하는 좀스런 짓으로 되어 있다. 국가단위로 놀지 않는 작은 인물로 보이게 한다.)
 
세째는 친일청산에 대한 대응이다. 박정희를 죽여야 박근혜가 산다. 박정희의 친일행각을 통크게 사죄하는 방법으로 불효를 저지르고, 대신 지도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부친을 변호하여 효도하고.. 대신 평범한 야당 정치인으로 남을 것인가다.
 
박근혜는 탄핵범죄를 사과하지 않으므로써 정치인으로서의 한계를 보여준 바 있다. 나는 지금 박근혜가 사는 법 세가지를 말했다. 탄핵까지 포함하면 4가지다. 이 중에 적어도 둘을 해결해야만 대중적 카리스마를 얻을 수 있다.
 
말하자면 목숨을 걸고 운명의 다리를 건너는 격이다. 자신의 한쪽 팔을 자르고 대신 민중의 지지를 얻는 것이다. 카리스마 만들기다. 박근혜에게 그럴 정도의 정치인 자질이 있다면 탄핵범죄를 벌써 사과했지 아직까지 뻗대고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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