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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661 vote 0 2004.11.05 (15:28:04)

민주당의 패배는 큰 충격이다. 이토록 세게 붙었는데도 진다면 당분간은 희망은 없다고 봐야한다. 미국은 이제 끝났다고 본다. 이제 아무도 미국으로 부터 무언가를 배우려 들지 않을 것이다.(미국식 모델이 끝났다는 뜻)
 
어느 나라든 정권은 원래 잘 안바뀌는 것이다. 정권이 바뀐다면 무언가 문제가 있다. 그리고 그 문제는 대부분 인구이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무엇인가? 베이비붐 세대의 상대적인 진보성향이 이제 끝장이 난 것이다.
 
그들은 미국적 보수성의 상징인 먼로주의를 극복하고 세계 곳곳에 평화봉사단을 보낸 프런티어 정신의 후예들이다. 그들이 케네디 대통령의 전성시대를 열었고 오늘날 민주당의 가치를 만들었다.
 
그들은 약간 테크놀로지 숭배교도들이다. 그들은 카터 대통령으로 하여금 UFO 비밀의 공개를 공약하게 했고, 케네디의 우주경쟁에 열광했으며, 클린턴 시대의 인터넷붐에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끝났다.
 
미국은 다시 옛날의 먼로주의로 돌아갔다. 과거에 평화봉사단을 보냈던 곳에 이제는 군대를 보내게 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 UFO에도 우주개발에도 관심이 없다. 인터넷붐도 한물 간 옛날 이야기가 되었다.
 
더 이상 미국인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열광하게 할 이슈가 사라져버렸다.(딱 하나 남은 건수가 있다면 황우석 박사의 생명공학 정도인데 이번에 부각되지 못했다. 별수없는 기독교도들인 미국은 결국 생명공학에도 뒤쳐지게 될 것이다.)
 
무엇인가? 진보주의는 원래 상층계급인 여피족들이 기획을 짜고 하층민 블루칼라들이 가세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은 독립적인 개인들의 수평적 네트워크가 가진 폭발력이다.
 
그러나 지금 여피족들은 더 이상 우드스톡 페스티벌의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고 더 이상 수십만 군중이 함께 행진하는 대형 이벤트를 내놓지 않고, 혼자 숲속에 가서 1인시위하는 곰사냥 반대 따위에나 골몰해 있다.
 
그 사이에 한때 그들 여피족들과 어울려 축제의 장관을 연출했던 더 많은 블루칼라들은 지금 총들고 곰사냥을 하러 떠났다. 무엇인가? 미국의 노쇠화다. 미국은 점점 일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노쇠한 일본에 진보의 젊은 기상이 다시 싹틀 일은 없다. 일본은 100년 이상 이대로 간다. 미국 또한 일본이 되어버린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폭발력을 잃어버렸다. 미국문화 특유의 다이나믹한 특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젖은 화약에 무엇으로 다시 점화할 것인가? 무엇으로 미국인들로 하여금 다시 한번 미쳐보게 할 것인가? 무엇으로 이벤트를 열고 축제를 벌이고 100만 군중으로 하여금 저 거리를 다시금 행진하게 할 것인가?
 
방법이 없다. 이제 그들은 카터의 UFO 공약이 개뻥이었다는 사실을, 케네디의 달 탐사가 공연한 돈낭비였다는 사실을, 고어의 인터넷 발명 주장이 허풍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채버렸다.
 
먹고살만 하게 된 그들은 본래의 착한 기독교도로 돌아간 것이다. 단연코 선언한다. 미국의 공화당 독재는 오래갈 것이다.
 
앞으로 정권이 교체된다면 반드시 대규모의 인구이동을 수반한 국가적인 어떤 용틀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유럽식 사민주의로 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인간을 계몽해놓기 전에 미국이 다시 진보의 가치들을 돌아볼 이유는 없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변혁열기도 상당한 이유가 있다. 7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선배세대들은 평균학력이 고졸이다. 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소위 386세대는 학력이 높다. 지금의 50대는 평균학력이 중졸이다.
 
그러한 차이가 한국사회의 열정을 만들어낸 근본 동인이다. 그와 함께 농촌의 붕괴로 한 대규모의 이농이 변혁의 촉매제가 되었다. 한국도 30년 안에 어떻게 해서든 서구식 사민주의로 가지 않는 한 딱 일본이 된다.
 
미국의 민주당은 중산층 여피족이 말아먹었다. 한국의 우리당을 중산층 노빠들이 말아먹기 전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뭉친 이 열정이 오래 가지는 않는다.
 
방법은 하나 뿐이다. 초등학교 때 부터 전혀 다른 가치관으로 무장한 신인류를 이 사회에 공급하는 것이다. 그 방법 이외에 한국사회가 다시 한번 도약할 길은 없다. 일본은 어제 끝났다. 미국은 오늘 끝났다. 한국은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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