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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385 vote 0 2004.10.28 (20:14:05)

김용옥이 카운터 펀치 한방으로 헌재를 일곱 난장이로 만들어버렸다. 개혁진영에 천군만마를 몰고 온 셈이다. 비로소 진용이 갖춰지고 있는 느낌이다. 조짐이 좋다. 이 기세로 화끈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이해찬의 연타석 홈런도 좋다. 이렇게 가야 한다. 조동의 코치를 받는 한 한나라당은 국정 파트너로서의 야당이 아니다. 이제는 조동이 독재정권에 부역한 죄를 정면으로 거론할 때가 되었다. 다 그들이 자초한 일이다.

조동 해직기자 전원복직 및 밀린 임금과 상여금 전액지급.. 파산하지 않을까? 법원이 제정신이라면 이런 판결이 나와줘야 한다. 정의는 아직도 요원하다.

『칠조어른 납시었다. 일곱 난쟁이 다 덤벼!』

부국강병론에 맞서는 이념이 필요
왜 김용옥인가? 필자가 누누이 강조해온 바 우리가 몰리고 있는 이유는 ‘이념의 빈곤’ 때문이다.(오해 마시길, 여기서 말하는 이념이 곧 마르크스의 언설을 의미하지는 않음.)

이념이란 무엇인가? 이상주의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이상이 필요한 것이다. 왜인가? 적들의 이상이 완강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무엇인가? 박정희의 이상이다. 잘살아 보세의 꿈, ‘부국강병 프로젝트’다.

여기에 맞서서 우리도 뭔가 그럴듯한 것을 내놓아야 한다. 일각에서 말하는 ‘강소국 전략’ 따위를 제시한다 해봤자 게임이 안된다. ‘동북아 중심국가 전략’ 이런건 말해봤자 ‘박정희 파시즘’의 아류 밖에 안된다.

일찍이 백범은 ‘문화국가의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 방향에서 답이 나와야 한다. 문제는 그 문화국가의 비전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또 기층민중이 그 비전에 어떤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다. 이걸 말해줘야 한다.

‘강소국전략’ 말고 조금 더 그럴듯한 거
필자는 최근의 흐름에서 몇 가지 가능성을 본다. 첫째는 서태지 신드롬이다. 서태지가 잘났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서태지는 그냥 하나의 성공사례일 뿐이다. 그 이면에서 작용하고 있는 그 무엇을 말하려는 것이다.

둘째는 인터넷 강국의 성공사례다. 요는 왜 한국에서 특별히 인터넷이 강하게 되었는가이다. 그 저변에서 작용하고 있는 에너지가 무엇인가이다.

근래 중국인 장홍지에(張宏杰)가 쓴 『중국인이 한국인에 비해 부족한 게 무엇인가』(中國人比韓國人少什么)에 의하면..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국가는 하나의 가정’과도 같아서 모든 한국인들이 나라의 일을 마치 자기 집안 일이라도 되는 듯이 걱정하고 있더라고 한다.

中國人比韓國人少什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국가의 일에 관심도 없다는 말인가? 아마 그럴 것이다. 일본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우리의 과도한 내셔널리즘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환경이 다르고 배경이 다르다.

유럽만 해도 그렇다. 독일이 싫으면 프랑스에 가서 살면 된다. 프랑스가 싫으면 네덜란드로 옮겨 살면 된다. 국경이 그다지 의미가 없다. 한국은 다르다. 이 나라 벗어나면 서럽다. 그리 만만한 곳이 흔치 않다.

왜 한국인들이 인터넷에 집중하는가? 또한 그럴 만한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환경과, 지정학적인 배경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인터넷에 열심인 이유는 2002년 월드컵의 길거리 응원처럼, 또 지난해의 촛불시위 처럼, 올해의 탄핵반대운동처럼 네티즌의 참여를 추동하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한류열풍의 성공사례다. 일시적인 붐이 아니다. 다 이유가 있다. 한국문화 안에 내재한 어떤 보편성이 그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한국인 특유의 진지함이 있다. 일본만 해도 시니컬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은 다르다.  

대만이나 홍콩만 해도 그들은 숙명적으로 중국의 일부이다. 중국이 성공해야 성공하는 것이다. 대만이나 싱가포르만의 단독성공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중국인들도 그렇다. 그들에게 있어 중국은 국가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다. 너무 범위가 커서 적정 규모의 성공모델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그들에게 국가는 중화인민공화국이 아니라 자신이 소속한 가문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진지해질 수 없다.

유럽 여러나라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동유럽까지 합해서 인구 20억의 거대한 세계 안에 갇혀 있다. 세계를 설득하기 앞서 유럽을 먼저 설득해야 하는데 그 일이 만만치 않다. 미국인들은 아예 미국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도 없다.

오직 한국이 아세아와 서구라는 천칭의 두 날개를 동시에 지배하는 중심 축이 되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매우 진지하며 열정적이다. 그들은 냉소적이지 않다.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한국도 15년 후에는 일본처럼 된다. 인구의 절반이 노인이 된다. 불과 15년이 남았다.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반짝할 수 있는 찬스는 지금이다. 두번 다시 오지 않는 기회이다. 이 기회에 데뷔하지 못하면 영원히 낙오하고 만다.

(뜬 구름 잡는 소리라구요?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카페'에 에 책 한권 분량으로 쓰고 있는 중이니 궁금하신 분은 참고하기 바랍니다.)

문화국가의 비전이 필요하다
무엇인가?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성공사례는 왜 우리가 박정희의 부국강병 모델이 아닌 백범의 문화국가 모델에서 우리의 이상을 찾아야 하는지를 논증하고 있다.

누구나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일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세계무대에 명함을 내밀기 위해서는 주특기를 살려야 한다. 우리의 경쟁력이 그쪽이 아닌 이쪽에 있기 때문이다.

왜 김용옥인가? 앞에서 말한 세가지 성공사례의 연장선 상에 김용옥의 네 번째 성공사례가 있다. 문화국가의 비전을 위해서는 대중이 참여해야 한다. 어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가 나와서, 혹은 어떤 뛰어난 화가가 나와서.. 이런건 안쳐주는 거다.

백범이 말한 『일언이폐지하면 대한사람 모두 성인(聖人)을 만드는 데 있다. 대한 사람이라면 간 데마다 신용을 받고 대접을 받아야 한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천재적인 스타가 나와서 노벨상을 받아줄 일이 아니라 한국인 개개인이 강해야 한다.  

가능한가? 가능하다. 우리에겐 그러한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성공사례가 있다. 우리 스스로는 비하하고 있지만.. 조선왕조는 인류역사상 최초로.. 국왕의 강제가 아닌.. 선비들이 공론을 창출하여 국정을 이끌어가는 민주적인 시스템을.. 혁명과 같은 폭력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창안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에서 천주교가 선교사의 포교에 의해서가 아닌, 자발적인 방법으로 일어났듯이 한국에만 있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례가 몇 가지 있다. 이런 점을 과소평가 해서 안된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라 문화적인 토양이라는 그만한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지식인이 아닌 대중이 강해야 한다. 문화국가의 비전을 위해서는 한국인 개개인이 깨어나야 한다. 학자가 강단으로 도피하지 않고 대중과 직접 소통해주어야 한다.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한 예는 김용옥이 처음이다.

물론 이전에도 함석헌이 있었고 강준만이 있었지만 다르다. 도산 안창호, 남강 이승훈, 설산 장덕수, 백범 김구, 몽양 여운형 등이 명웅변가의 계보를 이어왔던 웅변가들의 전성시대가 가고 난 후 대중은 학계와 멀어졌다.

왜 대중은 학계와 멀어졌는가? 박정희의 우민화정책 때문이다. 박정희 이후 역사가 거꾸로 되어서 웅변가는 사라지고 학자들은 대중들 앞에서는 말을 안하는 것이 맞는 걸로 되었다. 그걸 깨부수고 대중의 눈높이에서 대중이 알아듣게 발언한 사람은 김용옥이 최초다.

어쩌면 그 일은 김용옥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육조 혜능을 넘어 칠조를 자처한 바 있는 김용옥만이 그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기 때문이다.(육조 혜능은 남종선을 일으켜 선종불교의 대중화를 실현한 인물)

우리에게는 칠조가 필요하다
김용옥이 노무현 대통령의 단점을 지적했듯이, 필자도 김용옥의 단점을 지적할까 한다. 김수환 추기경이나 달라이라마나 혹은 틱낫한 따위를 쫓아다닌 일은 솔직히 웃겼다.

훌륭한 스승은 뛰어한 제자에 의해 이루어진다. 플라톤이 아니었으면 소크라테스는 잊혀졌을 것이다. 맹자가 아니었다면 공자는 잊혀졌을 터.(공자가 잊혀지고 양주, 묵적이 유행하던 세태에 맹자가 분노했던 사실) 장자가 아니었으면 노자도 잊혀졌을 터.

김용옥의 학문은 김용옥 보다 더 위의 사람에 의해 ‘인가’되는 것이 아니다. 김용옥의 후학들에 의해 떠받들어지는 것이다. 김용옥보다 낮은 곳에서 제 2의 김용옥, 제 3의 김용옥을 발굴하지 못하면 대략 낭패.  

일찍이 김용옥과 이문열이 있었다. 출발은 비슷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전 이문열은 타락하여 정치판을 기웃거렸고 김용옥은 명사들을 찾아다니며 웃기고 있었다.(이문열의 '오딧세이아 서울'은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

10년 후 이문열은 썩었고 김용옥은 날로 상승하고 있다. 그 차이는? 철학이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다. 책 팔아주는 독자 숫자 많아봤자 의미없다. 그 시대와 호흡을 일치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덧글.. 할 이야기 많지만 길어졌으므로 이쯤에서 접기로.. 왜 그렇게 되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위에서 언급한 다음 카페 ‘달마는 어디쯤 가고 있는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김용옥님께 완패 당했소이다(오마이뉴스 원고료 1200만원 돌파.)  자발적 구독료이든 원고료이든 후원금이든 아무래도 좋소. 기회는 오늘과 내일 이틀 뿐. 이번에는 성님이 쏠 차례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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