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민병두가 프레시안에 잘 요약해놓고 있다. 유럽식이냐 미국식이냐. 유럽식은 틀렸고 미국식이 옳으므로, 유시민의 기간당원제 주장은 틀렸고 당권파의 실용주의가 옳다는 이야기다.

의원내각제가 아닌 대통령 중심제를 하는 한 미국식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1년 전에 말한 사람은 조기숙이다. 민병두 말은 1년 전 조기숙 발언을 재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조기숙 왈, 대통령제 하에서는 여소야대가 될 수 밖에 없으므로 미국식 실용정당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여소야대면 대통령이 야당을 맨투맨으로 설득하는 상생정치를 해야 하므로 진보-보수 없는 중도정당을 해야 한다고.)

나는 조기숙의 이 말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인터넷의 등장 때문이다. 유럽식 책임정당은 노조에 기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조가 약하다. 우리나라에서 노조가 정권을 내는 일은 앞으로 영원히 없을 것으로 본다.

유럽의 계급문화가 우리나라에는 없기 때문이다. 유럽은 아직도 계급의식이 강하고 귀족문화의 잔재가 상당히 남아있지만 우리나라는 식민지와 내전을 거치면서 양반상놈 구분이 안된지 오래다.

그렇다면 유럽에서 노조가 하는 역할을 대신하여줄 그 무엇은? 인터넷이다. 인터넷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유럽식 기간당원제로 갈 수 있다. 유럽식 의원내각제를 안해도 여소야대를 막을 수 있다.

제 1당을 한나라당에 내주지만 않으면 된다. 명계남식 뻘짓만 않으면 제 1당의 위치를 한나라당에 뺏길 일은 없다. 1당만 사수하면 민노당과 연대해서 무리없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두 차례의 연이은 승리로 입증하고 있듯이 말이다.(우리에게 노무현이 있는 한 조기숙이 우려하는 여소야대는 없다.)

조기숙은 우리나라에 유럽식 사민주의가 정착할 수 없으므로 책임정당은 안된다는 것이며, 민병두의 기간당원제 불가론도 같은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유럽의 사민주의는 사회주의 이념에 기반하고 있는데, 우리당에는 사회주의 이념이 없으므로 이념이 아닌, 인물 중심으로 가고 있고 그래서 안된다는 주장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 기간당원제는 인물이 아닌 이념 중심이어야 한다.
● 우리나라는 사회주의 이념이 없고 인물이 중심이라서 기간당원제는 안된다.

틀렸다. 인물 중심이 아니라 인터넷 중심이다. 노빠니 유빠니 하는 말은 저쪽에서 지어낸 말이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나 유시민 얼굴 보고 글 쓴 적 없다. 우리는 노무현 이전에도 있었고 유시민 이후에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산이나 강처럼 존재하여 있을 것이다.
왜 역사의 필연을 보지 못하는가?

분명히 말한다. 노무현은 보이는데 DJ는 보이지 않는다는 명계남류는 사이비다. DJ는 보이는데 장준하도, 백범도 보이지 않는다는 남프라이즈들도 사이비다. 그들은 진짜가 아니다.

노무현이 보이는데 DJ가 보이지 않을 리 없다. DJ가 보이는데 노무현이 보이지 않을 리 없다. DJ와 노무현이 보인다면 유시민도 보여야 한다.

DJ가 보이는데..
노무현이 보이는데..
장준하와 백범이 보이지 않을 리 또한 없다.

'진보+민족'의 결합이라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이 있는 것이며, 그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자는 진짜가 아니다. 그들은 끝까지 함께 갈 사람이 아니다.

흔히 유빠라 하지만, 우리가 유시민 개인을 지지하여 모인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유빠가 아니라 인터넷 세력이다. 인터넷 자체가 유럽의 사민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계급+노조’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말이다.

흔히 사회주의 이념을 말하는데 틀렸다. 전통적인 사회주의는 20세기 유물이다. 이념이란 이념적 동질성과 연속성의 확보를 통한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이 우리의 동질성을 담보하는가? 인터넷이다. 인터넷 직접 민주주의가 우리의 이념적 정체성을 보장한다.

그렇다면 변신할 수 있어야 한다.
역사가 우리에게 내미는 그 손을 지금 잡아야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 인터넷과 친숙한 20대들.. 20년 후면 그들이 40세가 된다. 20년 후를 생각하라. 네티즌 아닌 사람이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상전이 벽해된다. 왜 20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가?

지금 386 정치인 중에 인터넷 제대로 아는 사람 있나? 없다. 유시민도 겨우 감이나 잡고 있을 뿐 인터넷을 정확히 모른다. 지금 인터넷 직접 민주정치는 하나의 추상적인 개념에 불과하다.

안개 자욱한 가운데, 희미하게 윤곽을 보고 더듬더듬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다. 혹은 넘어지기도 하고 혹은 샛길로 빠지기도 하면서 말이다. 부단한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이 따라야 한다. 그러한 시행착오를 겁낼 거 없다.

그러나 보라.
인터넷에 익숙한 지금의 20대가 40대가 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우리나라가 인터넷 직접 민주정치의 최고 선진국이 되기를 두려워 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는 충분히 강하다. 왜 우리 자신을 믿지 못하는가?

지난 번에 말한 바 있지만 우리나라는 당분간 진보주의+민족주의가 대세를 장악하게 되어 있다. 이는 필연적인 역사의 흐름이다. 고이즈미의 망언이 우연히 일어난 일은 결코 아니다.

중국의 강성, 러시아의 발호, 미국의 압박, 일본의 잔머리.. 이 난국에 우리나라는 고도의 항해술을 가진 지성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나게 되어 있고, 이는 필연적으로 진보+민족의 결합을 요구한다.

아슬아슬한 항해는 계속된다.
어느 한쪽에 올인해놓고 대박 터지기를 기다리는 우파성향의 겁쟁이들은 도태된다.

진보 성향의 정치인이 열강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찾아가며 아슬아슬한 항해를 할 수 있다. 민족주의가 동북아 균형자로서 믿음직한 균형추가 될 수 있다.

왜 나는 명계남들에 반대하는가? 유시민의 방식이 인터넷세대의 방식이고 명계남의 방식, 정확히는 연청의 방식은 시대에 뒤떨어진 20세기의 낡은 유물이기 때문이다. 새 술을 헌 부대에 담지 말란 말이다.

우리의 힘은 아직도 미약하다. 길은 두 갈래다. 우리당을 인터넷으로 끌어오면 우리가 이기고, 인터넷이 우리당에 흡수되면 우리가 진다. 우리당을 인터넷으로 끌어오는 전략은 장기전이고 인터넷이 우리당에 쳐들어가는 전략은 단기전이다.

왜 큰 그림을 그려놓고 장기전을 꾀하지 못하는가? 역사가 우리편인데 무엇이 두렵다는 말인가? 왜 조바심 내고 아직은 때가 아닌데 오바질을 하는가?

인터넷세력은 우리당에 올인하지 않은 독립세력이다. 유시민그룹은 인터넷세력이 우리당에 침투시켜 놓은 하나의 교두보다. 우리가 배후지의 역할을 맡아줄 때 유시민그룹이 우리당 안에서 활개칠 수 있다.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려면, 100년 가는 로드맵을 짜야한다. 겁쟁이가 폭주하다가 대오에서 이탈한다. 용기있는 자가 끝까지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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