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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2628 vote 0 2005.04.04 (15:50:27)

우리는 패배했다. 서영석님, 김정란님을 비롯하여 ‘패배가 아니다’ 혹은 ‘알고보면 압승이다’ 하는데 이분들은 ‘원로’의 입장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다 이루었다. 구경이나 하자’는 입장이다. 우리는 다르다.
우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는 원로가 아니다.
우리는 관전자가 아니라 선수다.

20석이 되더라도 제대로 된 정당을 해보고 싶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을 농담으로 알아들은 세력과 그 말씀을 진담으로 알아들은 세력의 싸움이다. 그들이 이겼고 우리가 졌다.

노무현이 졌으면 진 것이다. 대통령을 탄핵한 난닝구가 노무현을 패배시킨 것이다. 대통령의 통치 기반은 그만큼 약화되었다. 대통령이 눈치봐야 할 대상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문희상은 민주당과의 통합을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다. 그 말은 누구한테 허락받고 하는가? 노무현 맘대로인가 문희상 맘대로인가? 그렇게 통합하고 말거면 왜 당을 깨고 뛰쳐 나왔나?

명계남과 이기명이 대통령을 탄핵한 역적들과 얼싸안고 어깨동무 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한다는 말인가? 그걸 멀뚱하게 지켜보면서 그렇게 우리 스스로도 역적이 되어가야 한다는 말인가?

앞으로 이런 일은 더 늘어날 것이다. 단임제의 숙명이다. 이제는 모두가 어둠 속의 승리자에게 줄을 설 것이다. 보이지 않던 어둠의 권력이 드디어 커밍아웃을 해버린 것이다. 뻔뻔스럽게도 말이다.

우리는 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명계남들의 반역을 보았다. 그들은 등 뒤에서 노무현을 찔렀다. 명계남은 김두관을 추천하기 전에 먼저 제 배를 먼저 째야할 것이다.(양심이 있다면 말이다. 오해하지 말길.. 명계남에게 권하는 말은 아니다. 그에게 양심이 있다고는 보지 않으니까.)

그들은 인형극 처럼 우리들 머리 꼭대기에서 우리를 갖고 논 것이다. 연청이라는 외부의 힘을 빌려 네티즌인 척 사기치면서 말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더 먼 길을, 더 힘들게 더 오랫동안 우회하여 가야 하게 된 것이다.

노무현이 늘 그래왔듯이 말이다.
순례자처럼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손을 뗀 첫 승부

정치는 세력 대 세력의 싸움이다. 지역세력이 개혁세력을 패배시켰다. 그들은 조직되어 있었고 우리는 조직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가 오늘 이 패배를 절반의 패배로, 혹은 절반의 승리로 위조한다면 우리의 패배는 계속될 뿐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승리의 가능성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싸워야 했다. 그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무수히 우리는 싸워야 하고,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지금까지는 그랬다. 싸움마다 이기는 노무현 라운드였다. 우리는 노무현의 뒤에 서 있기만 하면 되었다. 깨지는 것도 노무현이요 얻어맞는 것도 노무현이었다. 뒤에서 응원만 있으면 저절로 승리가 우리에게 굴러떨어졌다.

그리고 이번 싸움.. 노무현 없는 첫 싸움이었다. 노무현은 우리를, 갓난 아기인 우리를 독립시켜 당신의 품에서 떠나보낸 것이다.

“자. 이제 네 힘으로 걸어봐. 넌 할 수 있어.”

우리는 세 걸음도 못 가서 자빠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이 우리를 일으켜 세워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울어봤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할 것이다. 우리 힘으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노무현의 원하는 바라면, 백번이라도 더 깨어지고, 천번이라도 더 쓰러지고 또 만번이라도 더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명계남이 수상하면 장기표를 보라

명계남의 수수께끼.. 왜 공들여서 국참연을 만들어서 연청에 팔아먹었을까? 이해 안되는 분은 장기표를 보면 된다. 장기표는 왜 김윤환의 민국당에 들어갔을까?

장기표 왈.. 본인은 대의원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하부조직을 총동원하면 전당대회를 통하여 민국당을 장악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란다. 웃기는 소리다.

그도 순진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김윤환은 프로인데 장기표는 아마추어였던 것이다.

문제는.. 장기표가 자신이 아마추어라는 사실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왜인가? 그게 더 쪽팔리거든. 순진한 양반이 멋모르고 넘어간 것이 쪽팔려서 마치 자신에게 원대한 비밀계획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아랫사람에게 말하는 것이다.

“내겐 숨겨진 비책이 있지. 날 믿고 따라와봐. ”

그 말 믿고 장기표 뒤를 따라다니던 배일도가.. 알고보니 알쪼였다는 사실을 알고 한나라당으로 간 것이다.

정치판의 경험칙으로 말하면.. 명계남이 정신을 차릴 확률은 장기표가 정신을 차릴 확률과 같다. 0이다. 그는 자신의 아마추어됨을 숨기기 위해 자신에게 원대한 비책이 있었던 것처럼 허황된 연극을 할 것이다.

당장에 드러났다.
명계남의 김두관의 상임위원 추천.. 뭐 하자는 짓인가?

자신이 아마추어라는 사실이 드러날까봐.. 자신의 흉중에 원대한 계획이 있었던 것처럼.. 처음부터 김두관을 상임위원에 올릴 방법이 있었던 것처럼.. 사기를 치려는 것이다.

“날 믿어봐. 개혁도 살고 실용도 사는 방법이 있다니깐.”

그는 이런 짓을 앞으로도 무수히 되풀이 할 것이다. 권순욱의 권고를 받아들여 정치판에서 손을 떼는 것이 그나마 덜 망가지는 길이다만.. 그런 정도를 할 줄 안다면 용하지.. 그러나 대부분의 아마추어들은 그리 용하지 못했다.

용하기는 오히려 정치업자들이 더 용하다.
정치업자들은 그래도 눈치 보다가 이기는 쪽에 줄을 설 줄을 안다.
후단협 하다가 우리당 오는 용기있는(?) 정치업자도 있다.

그러나 장기표 같은,
김동길 같은,
명계남 같은..
타고난 정치업자가 아닌,

명예심을 내세우는 순진빵 얼치기 아마추어들이 최악의 정치를 하는 법.  

‘김동길도 원래는 인간이었는데 왜 저럴까나. 원래는 똑똑한 양반인데 언젠가 정신 차리고 제 위치로 돌아오지 않을까?’(80년대 초 잘나가던 때의 김동길을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의 김동길 모습은 충격적이다.)  

이런 헛된 기대를 하는 사람이 10년 전만 해도 많았다.

드러났듯이 김동길이 제정신 차리기를 바라는 것은.. 이재오, 김문수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한나라당을 안에서 부숴주기를 소원하는 것 만큼이나 허망한 일이다.

어쩌면 원래부터 우리와는 가는 길이 달랐던 것이다.

노무현의 이름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에 침 뱉은 자와 영원한 결별이다.

열린우리당 문희상(文喜相) 의장은 4일 민주당등 여러 정파와의 통합 또는 연합문제와 관련, "대의명분과 투명한 절차 보장이라는조건이 충족된다면 마다하지 않고 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신문기사)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의 수난을 당해가며 만든 우리당을 문희상이 이렇게 팔아먹는다. 통탄할 일이다. 마지막 후단협 문희상.. 후단협질 잘 해봐라.

정신 승리법

져도 이겼다고 생각하는 것이 阿Q의 정신 승리법이다. 루쉰은 중국인 특유의.. 즉, 자신의 현실적인 모습을 직시하지 못한 채 항상 자기 기만으로 현실을 호도하면서 살아가는 아큐의 이른바 ‘정신 승리법’을, 민족적인 위기에 처해 있으면서도 대국의식을 버리지 못하는 낡은 지식인과 중국민들에게서 발견하고 이를 형상화한 것이다. 루쉰이 입버릇처럼 내뱉던 푸념이 아직도 메아리치는 여운으로 남아 있다. “중국인은 누군가가 나서서 말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웹에서 검색)

개혁세력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나서서 말해주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진 것이다. 앞으로도 무수히 더 져야 한다.

지금실에 있는 김개남장군의 가묘 앞에서 필자.

왜 이기지 못했는가?
전봉준은 부친의 복수를 꿈꿨다.
손화중은 도사가 다 되어 비결서나 찾아다녔고
최시형은 포교를 원했고

마지막 까지 싸우려 한 김개남이 진짜였다.

전봉준 왈.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보니 왜와 청이 싸워 한쪽이 이기면 반드시 군사를 옮겨 우리를 칠 것이다. 우리 무리는 숫자만 많지 오합지졸이어서 쉽게 무너질 것이다. 귀화한다는 핑계를 대고 여러 고을에 흩어져 있다가 천천히 변화를 살피자.”

손화중 왈.
“우리가 싸움을 시작한지 반년이 되었지만 이름난 사족이 따르지 않고 재물있는 자가 따르지 않고 선비가 따르지 않는다. 접장이라 부르는 자는 어리석고 천하여 도둑질이나 일삼는 무리다. 세상 인심이 돌아가는 사정을 보니 일이 반드시 성공치 못할 것이다. 사방에 흩어져 목숨을 보존하는 것이 좋겠다.”

김개남 왈.
“대중은 한번 흩어지면 다시 모으기가 어렵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물러서면 다시는 뜻을 펼 기회조차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전봉준은 정치 협상능력이 뛰어났다. 각 지역 농민군 지도자들을 묶어내는 능력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농민 연합군의 총대장이 될 수 있었다. 동학교단 조직의 힘은 손화중이 가장 컸으며 그에 따라 조직을 보존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김개남은 가장 타협을 꺼려했고 원칙에 충실했으며 한결같이 한 방향으로 일을 몰아가는 힘이 컸다. 직접 움직일 수 있는 농민군 수가 전봉준보다 많았다.

무엇인가? 조직이 있는 자는 조직을 보존하려고 한다. 협상력이 있는 자는 정치기술에 맡기려 한다. 틀렸다. 죽창 하나 밖에 가진 것이 없었던 김개남이 가장 진실되다. 지금 우리도 마찬가지다.

유시민이 김개남에 가깝다.
그는 조직도 모르고 협상도 모른다.
그래서 졌다.

그러나 그러므로 ‘우리의 천하’를 위하여 뜻을 같이 할만 하다.

왜 일본은 막부 타도에 성공했는데 우리는 실패했는가? 일본이 성공한건 부단히 싸웠기 때문이다. 그들이 처음부터 반봉건을 목표로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천만에! 사카모토 료마 일파는 전형적인 봉건 사무라이였다. 한때 그는 개화파를 죽이러 다니는 자객노릇도 했다.

그들이 마침내 바르게 진로를 잡고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부단히 싸웠기 때문이다. 싸우는 과정에서 내부경쟁이 있었고, 역사의 흐름을 모르는 아둔한 무리는 그 경쟁 과정에서 도태되었으며.. 그 와중에서 재빠르게 변화를 받아들인 자가 최후까지 살아남았고.

그들은 살기 위해 반봉건이라는 시대적 조류를 받아들인 것이다.
동경만에 진출한 미국의 흑선에 연거푸 얻어맞고 난 다음에 말이다.

무엇인가?

그들은 깨우쳤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싸웠기 때문에 깨우친 것이다.

동학은 왜 실패하였나?
동학이 실패한건 전주화약으로 싸움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경험을 얻을 기회를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얼치기 강단학자들은
동학농민군의 근본적인 한계를 이야기한다.
동학 농민군이 개화도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천만에.

준비된 다음에 싸우는게 아니라
싸우다 보면 그 과정에 내부경쟁이 있고
내부경쟁에서 승리하는 자는 시대의 흐름을 아는 자이며
그들이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다.

알아야 한다.
강해진 다음에 싸우는게 아니라
싸우면서 강해지는 것이다.

이만하면 이룬 것도 많으니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싸움을 멈추자는 자들은 진짜가 아니다. 그들은 이 영광된 싸움에서 끝까지 함께 갈 사람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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