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마광수는 마음이 아니라 얼굴 보고 반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얼굴과 마음이 뗄 수 있는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얼굴은 표정을 담고 있다. 표정은 마음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얼굴은 마음을 담고 있는 것이며 그 얼굴에서 그 마음을 읽지 못한다면 문제 있는 것이다.

###

부부는 닮는다는 말도 있는데 실제로 많은 커플들은 얼굴이 닮았다. 다만 젊었을 때는 그 점이 두드러지지 않을 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약간 중성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닮은 점이 드러나는 것이다.

얼굴이 닮았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읽는다는 것이다. 마음은 표정에 나타나는 법, 누구든 어린 시절에 가족의 얼굴을 보고 표정을 읽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며 많은 커플들은 그러한 마음읽기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얼굴보고 반한다는건 허튼소리다. 마음보고 반하는 것이 맞다. 이는 여성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다. 여성들은 남성의 얼굴이 아닌 표정 보고 반한다.

그 마음은 표정에 나타난다. 대부분의 사랑은 얼굴 때문이 아니라 그 얼굴에 나타난 표정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표정은 마음의 반영이다.(마광수의 견해는 여성의 입장을 무시하고 있다. 남성이 얼굴 보고 반한다면 여성 역시 얼굴보고 반해야 한다.)

###

서구인들은 황인종의 얼굴을 두고 무표정한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서구인 혹은 아랍인, 또는 흑인의 얼굴이 대개 닮았다고 여긴다.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같은 한국인끼리는 표정을 보고 구분하지만 다른 인종은 피부색을 보고 구분하려드는 것이다.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피부색이 다른 인종의 얼굴에서 표정을 읽어내는 연습을 해야한다. 잘 살펴보면 사우디 왕자 300명의 얼굴에 제각각 다른 표정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은 이성의 표정을 읽는 연습을 더 해야한다.

###

사랑의 의미는 동기부여에 있다. 식욕이나 성욕 따위 욕구들은 일시적이고 산만한 것이다. 일관되게 가는 것은 사랑 밖에 없다.

사람들은 귀찮아서 밥을 굶기도 하고, 귀찮아서 세수를 거르기도 한다. 때로 욕구는 귀차니즘을 이기지 못한다. 그러므로 생리적인 욕구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들어서는 안된다.

사람들은 열심히 일해서 벌은 돈을 순식간에 탕진해 버리기도 한다. 일시적인 충동에 사로잡혀 공들여 세운 계획을 포기하기도 한다.

인간으로 하여금 귀찮아도 밥을 먹게 하고, 귀찮아도 세수를 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삶에 있어서 일관성과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으로 하여금 힘들여 번 돈을 탕진하지 않게 하는 것은? 우발적인 충동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은? 그것은 사랑이다.

인간의 행동은 욕구에 지배되지만 사랑이 없다면 그 욕구는 무수히 변덕을 일으키고 마는 것이다. 그 욕구에 일관성과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은 사랑이다.

필요한 것은 동기부여다. 그 모든 욕구를 하나의 주제에 비추어 일관되게 관리하게 하는 것, 때로는 배가 고파도 참게 하는 것, 충동이 있어도 견디게 하는 것!

###

반한다는건 자기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음악에 반하는 것도, 보석에 반하는 것도, 돈에 반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아기에게 반한다. 아기는 엄마에게 반한다. 얼굴보고 반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보고 반하는 것이다. 엄마에게는 아기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 아기에게는 엄마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

얼굴 보고 반한다는건 그 마음을 읽는 능력이 없다는 거다. 묻고 싶다. 당신은 표정을 보고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이 있는가?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432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은 이기는 노무현식 정치 2005-09-19 13297
1431 맥아더의 동상을 철거하라 2005-09-17 19142
1430 고이즈미의 성공을 어떻게 볼까? 2005-09-15 13299
1429 노무현 대통령과 지식인의 불협화음 2005-09-12 15852
1428 퇴계와 율곡의 비교 한번 더 2005-09-08 13336
1427 회담결렬 좋아하시네 2005-09-08 16075
1426 연정드라이브 확실한 효과 2005-09-07 14760
1425 퇴계는 넘치나 율곡은 없다 2005-09-06 17198
1424 지식인의 견제와 노무현의 도전 2005-09-06 17968
1423 지만원은 솔직한 조선일보 2005-09-06 15897
1422 유시민과 정혜신 2005-09-05 14831
1421 한국의 북해유전은 어디에? 2005-09-05 16312
1420 최장집과 노무현 2005-09-05 15333
1419 소리 지르는 자 2005-09-02 17806
1418 오마이뉴스는 그렇게 까불다가 언제 한번 된통 혼날 것이다. 2005-09-01 12616
1417 우리당 일각의 내각제설에 대하여 2005-08-31 17649
1416 노무현, 그리고 진정한 사랑 2005-08-31 15129
1415 대를 이어 친일하는 박근혜 2005-08-30 14163
1414 경주 남산의 세가지 보배 image 2005-08-30 17022
1413 노무현식 산파정치(아제님 글입니다) 2005-08-28 13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