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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228 vote 0 2005.10.30 (18:23:43)


이차대전을 거치면서 급속하게 비대해진 군부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아이젠하워는 군부를 압박하여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군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배신’ 한거다.

(이렇게 써놓으면 또 악착같이 오해하는 인간 나온다. 그들은 오해하기 위해서 이 글을 읽는다. 마음껏 오해하시라.)

노조의 지지를 받았던 케네디는 전설적인 미국 노조의 대부 ‘지미 호파’를 잡아넣었다. 노조를 배신한거다. 한편 케네디는 마피아의 지지도 받았는데 당선후 마피아를 족치다가 마피아의 총탄에 희생되었다는 최근의 설도 있다.

아이젠하워가 군부를 배신했다면, 그것이 배신이라면 케네디는 노조를 배신하고 마피아를 배신한거다. 노무현은 민주당을 배신한거다. 그러나 진정으로 말하면 그것은 배신이 아니다.  

아이젠하워가 군 예산을 줄인것은 그가 군출신으로 군 내부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케네디는 당시 영향력이 커진 노조를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다.

마찬가지로 한국인의 다수가 30년 동안 비토해오던 DJ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배경 중 하나는.. 그가 분노한 대학생과 재야와 운동권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IMF로 분노가 극에 달한 민중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사태를 안정시킬 수 있는 사람은 DJ 외에 없었다. 회창이 당선되었다면 성난 대학생들 때문에 대통령 자리를 유지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상한 비유가 되겠지만 레닌도 그렇고 히틀러도 그렇다.(잘 모르는 사람은 또 오해하겠지만 오해할 목적이라면 악착같이 오해하시라.)

당시 혼란한 러시아의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레닌이었다. 1차대전에 패전하고 실업자가 된 퇴역군인을 끌어모아 매일 같이 시위행진을 벌이던 나치 때문에 어수선해진 정국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히틀러였다.

나치가 선거로 힌덴부르크를 이긴 것은 아니다. 30프로 정도의 지지를 받은 히틀러는 연정참여를 거부하고 독재권을 요구한 것이며 그 이면에는 군부와의 흥정과 야합이 있었던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정치는 ‘이열치열’이고 ‘이이제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봐야 한다. 국민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은 노무현이 유일하게 개혁네티즌 세력을 통제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정치는 제휴이고 제휴에는 제휴의 공식이 있다. 정치는 세력이 없어도 죽고 자신이 그 세력을 통제할 수 없어도 죽는다. 부연하자면 국민이 어떤 정치세력과 제휴하고 그를 대통령으로 밀어올리는 것은 그를 100프로 믿어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기대반 의심반이다.

러시아인 중 일부는 레닌을 추종해서가 아니라, 레닌이 성난 노동자들을 무마해주는 조건을 걸고 레닌과 뒷거래를 할 목적으로 레닌을 조건부 지지했던 것이다. 그들은 군부와 자본가와 구귀족들이었다. 물론 혁명의 진전에 의해 그러한 기대는 무산되었다.

독일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당시 나치당원들은 대개 무식한 하층민 위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프러시아 귀족출신이 상층부를 구성하고 있는 군부가 비토하고 있었던 것이다.

히틀러는 에른스트 룀이 이끌고 있던 나치 돌격대 수백명을 학살하여 군부의 환심을 사는 것으로 실질적인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그 시점에서 히틀러는 자신을 추종하던 나치당을 배신하고 구귀족들에게 팔아먹었다.

본래 사회주의자가 다수를 점하고 있었던 나치 당원들은 히틀러에 이용되었을 뿐 독일의 실질적인 지배자는 여전히 구귀족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히틀러 역시 조상대대로 독일 귀족이었던 군 상층부 엘리트들에게 이용당한 것이다.

이야기가 엇길로 샜는데.. 대문에 올릴 글도 아니므로 일단 가는데 까지 가보기로 하자.

각설하고.. 김근태의 배후세력은 재야파다. 김근태가 재야파를 통제할 수 없다면 그는 죽는다. 미국이 아이젠하워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은 2차대전을 거치면서 지나치게 커진 군부세력을 그가 통제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케네디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은 지나치게 권력화한 노조를 그가 통제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젠하워와 케네디는 그렇게 했다. 그들은 지지자를 배신하고 지지자의 이익이 아닌 미국의 이익에 기여했다.

정치인은 자기 세력이 없어도 죽고 자기 세력을 통제하지 못해도 죽는다. 노무현은 노빠들을 통제하지 못하게 될 때 레임덕이 오고, 박근혜는 조중동에 끌려다닐 때 죽는다.

DJ도 말년에 권노갑들을 통제하지 못하였다. 홍삼들 역시 통제하지 못하였다. 그 시점에서 DJ의 레임덕은 시작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김영삼은 현철을 통제하지 못하면서 레임덕이 찾아온 것이다.

자기 세력 그 중에서 측근세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일 때 죽는다. 그래서 히틀러는 잔인하게도 그를 따르던 충직한 자기 부하 수백명을 학살한 것이다.

유시민은 왜 노무현에게 고개를 숙이는가? 노무현이 노빠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노무현은 왜 그의 이상수, 이재정, 안희정 등 죄 없는 측근들을 대거 구속하였는가? 자기 세력을 통제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김근태는 재야파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적은 내부에 있다. 김근태의 적은 김근태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 정동영 역시 마찬가지다. 김근태와 정동영.. 당신들은 강력하게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시점에 우물쭈물하는 무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난 26일에 필자가 쓴 ‘노무현의 그랜드 디자인’은 어제 상황을 정확히 예견하고 쓴 글이다. 과연 우리당에 몇 명의 노무현주의자가 있을까? 나는 여섯명 정도를 알고 있지만 그 외에도 몇은 더 있다고 믿는다.

정치는 제휴다. 어떤 경우에도 제휴의 중심축은 지금 노무현이다. 이해찬도 있고, 고건도 있고, 강금실도 있는데, 서열이 한참 처지는 김근태, 정동영이 까분대서야 될일인가?

간단하다. 차기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 승리의 공식은 나와 있다. 우리당은 외연을 더 넓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제휴의 강력한 중심축을 만드는 것이다. 핵심세력이 있어야 한다. 둘은 당 내부에 외부에서 비집고 들어올 여유공간이다. 미리 비워두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당은 어땠는가? 정동영계가 중앙에 핵심세력을 형성하고 있고 노무현주의 세력과 재야파가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론은 이러한 구도를 흔들어 버렸다.

어제 사건으로 상황은 변했다. 이제 우리당의 핵심세력은 노무현주의 세력이 되었고 정동영계와 재야파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나쁘지 않은 주변세력으로 전락했다.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

주도권을 잡은 노무현주의 핵심세력은 이제 누구와도 제휴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것이 연정라운드의 본질이다. 여기까지를 계산한 사람은 뭔가를 아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에 다섯명 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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