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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660 vote 0 2005.12.25 (22:06:46)

제목 없음


앤디 시에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가 중국과 인도에 주목했지만 2005년은 결국 한국의 해였다고 평가했다. (중략)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의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원화 강세도 돋보였다"면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성공적인 이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시에는 1997년~1998년의 외환 위기 이후 정치, 금융, 기업 부문 모두에서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이뤄내 이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판단했다.


시에는 "정치시스템은 민주적이고 안정적으로 정착됐으며 금융시스템은 맹목적인 고정투자에 몰두하던 전형적인 개발도상국형에서 수익과 위험을 동시에 고려하게 됐다"면서 "기업은 몸집 키우기에서 벗어나 경쟁력과 장기 수익성을 높이는데 우선순위를 두는 쪽으로 변모했다"고 말했다.(중략)


시에는 스스로도 "5년 전부터 나는 한국의 미래가 걱정스러웠다"고 인정할 만큼 한국 경제에 관해 비관론을 펴왔었다.


시에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일본은 고도기술에 초점을 맞춘 구조조정을 하면서 한국은 둘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홍콩에서 벌어진 한국 농민들의 시위를 보고 생각을 바꿨다"고 고백했다.


시에는 "이번 농민 시위는 탁월한 조직력과 응집력으로 이뤄진 문화를 어느 정도 보여줬다"면서 "한국 기업들은 실제로 이런 조직화와 같은 강점으로 중국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격해 왔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세계화는 대세다. 한국 농민들은 홍콩에서의 반 세계화 시위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한국인의 한 가지 특징이기 때문이다.


"왜 포기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무엇을? 최선의 가능성을."


'엔디 시에'가 이건희의 성공사례가 아닌 농민의 실패사례에 더 주목한 사실이 눈에 뜨인다. 한국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던 그가 새로이 발견한 것은 탁월한 조직력과 응집력으로 이루어진 한국인의 문화였다.


그 문화가 우리의 자산으로 남아 있는 한 우리 희망을 가져도 좋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의 소중한 진짜이기 때문이다.


이건희의 성공사례는 정부의 지원, 노동자의 희생, 오너의 리더십, 일본의 혼미 등 안밖의 조건들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바 행운의 플러스 알파가 작용한 결과다. 그것은 몇 퍼센트의 성공확률로 계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농민들의 그것은 진짜배기다. 그것은 부단히 꺾이고 넘어지고 실패하면서도 다시 일어서서 계속 가게 하는 것이다.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언제라도 ‘최선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한 번 기세가 꺾였다 해서 서둘러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 2002년 우리가 정몽준이라는 절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이라는 최선의 카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듯이.


아마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옳지 않았던 부분도 크다는 점을 겸허히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대안에 대한 가능성’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언제인가.. 수구세력을 박살내는 또 한번의 큰 싸움판이 꾸려질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이번에 보여준 탁월한 조직력과 응집력으로 이루어진 문화를 끝끝내 유지한다면.. 앞으로도 많은 좌절이 있을 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낙담하지 않고 그 에너지의 맥을 이어가기에 성공한다면 또 한번 기적의 드라마를 엮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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