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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501 vote 0 2006.02.28 (16:18:25)


참여정부 3년의 공과가 뭔지 다들 한 마디씩 하는 분위기다. 뭐 필자는 애초에 기대하는 것이 소박했다고 말하고 싶다. 당선되어 준 걸로 만족하고 판을 갈아준 걸로 만족한다.

처음 대통령에 당선되어 노사모를 만났을 때의 일이다.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면 노사모 여러분들은 뭐 하겠느냐고 물었다. 노사모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감시! 감시!”

이제 권력자가 되었으니 뒤로 한발짝 물러나 감시나 하겠다는 거다. 대통령은 이 말을 듣고 크게 실망했다고 하다. 노사모들의 안이하기 짝이 없는 인식이라니. 그때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일년 안에 죽어서 청와대를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정국은 대통령의 예견대로 되었다. 탄핵을 당한 것이다. 대통령이 3년 동안 무엇을 바꾸었냐고 따지는 사람들이 많다. 대통령은 판을 바꾸었다. 그걸로 대통령은 역할을 다한 것이다.

바뀐 판에서 내는 성적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필자는 다만 대통령이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어 주어서 고맙다. 3년이 지났는데 아직 죽어 나오지 않았으니 대성공이다.

조급한 마음을 버려야 하다. 역사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의연하게 나아가야 한다. 대통령이 해 주기를 바라지 말고 대통령이 바꿔준 판 안에서 우리의 실력을 떨쳐보여야 한다. 이제부터는 우리의 게임이다.

청와대가 잘못한 것은 둘이다. 하나는 측근 인사다. 대통령이 일년 안에 죽어서 나올 수도 있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는데도 참모들은 하나같이 나사가 풀려서 권력놀음에 뻘짓을 하고 있다.

대통령이 측근을 강하게 질책하지 않는 것은 인재를 아낀다는 점을 보여서 널리 새 인물을 구하자는 뜻에서이지 결코 그들이 귀여워서가 아니다. 대통령은 아직도 젊다. 본 게임은 퇴임 이후에 시작될 것이다.

그때 측근들은 진짜 경쟁에 노출될 것이다. 이광재, 안희정, 명계남, 이기명을 비롯한 푼수들.. 그때 가서 뭐 하는지 보자. 그들이 새 권력을 쫓아 다른 둥지로 튀면 그 빈자리를 누가 메우겠는가?

둘은 홍보를 잘못한 것이다. 민주당에서 우리당으로 당을 갈면서 홍보팀이 와해되었다. 그 결과로 이 정권이 누구의 정권인지가 애매해졌다. 잘한게 있어도 자부심을 가지고 실적을 자랑할 그룹이 없어졌다.

우리당이라는 이름부터가 그렇다. 권력주체인 ‘내’가 없으니 다국적군연합이 되어서 ‘우리’가 된 것이다. 누가 그 우리에 속하는지가 불분명하다.

국민의 정부 때 금모으기 운동이나 신지식인 운동을 한 것은 누가 우리편인지를 끊임없이 각성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참여정부도 끊임없이 누가 그 우리에 속하는지를 일러주어야 한다.

그 우리는 이념에서 찾지 말고 스타일에서 찾아야 한다. 이념에서 우리를 찾으면 좌파와 우파가 세분화 되어 점차 우리는 작아지고 만다. 쫄아들고 만다. 예컨대 지금 좌파들은 민노당 조차 우파로 단정하고 있다.

그들의 기준에 의하면 자민련과 김용갑들은 극극극우, 한나라당 주류는 극극우, 우리당은 극우, 서프는 우파, 민노당은 중도우파, 한 줌도 아닌 자기네는 정통좌파. 이런 식의 말장난이다.

이념으로 논쟁하면 이렇듯 점점 쪼그라들어서 참여정부에 참여할 사람이 하나도 남아나지 않게 된다. 결국 참여정부는 고립되고 만다. 그러므로 이념이 아닌 스타일로 확 갈아야 한다.

진보냐 보수냐를 논쟁할 것이 아니라 젊고 역동적이고 진취적이고 성공을 추구하고 모험을 좋아하고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 우리편이요 낡고, 패배주의에 찌들어 있고, 이죽거리기 잘하고, 모험을 회피하고, 기득권에 집착하는 자들은 우리의 적이다.

아군 - 젊다. 역동적이다. 사랑한다. 모험을 즐긴다. 도전정신을 가졌다. 진지하다. 대안을 낸다. 성공사례를 발굴하고 모범을 전파한다. 그 성공이 월드컵이든 쇼트트랙이든 여자골프든 엘리트의 성공이든 부자의 성공이든 민초들이 성공이든, 대한민국의 성공이든 가릴것 없이 모든 성공, 모든 상승을 지지한다.  

적군 - 낡았다. 수동적이다. 증오한다. 모험을 회피한다. 도전하지 않는다. 냉소주의에 패배주의다. 대안이 없다. 남 잘되는걸 배아파 한다. 참여하지 않는다. 비아냥과 이죽거리기로 날밤을 새운다. 절망을 전파하고 우울증을 유포한다. 심심하면 오징어로 사람을 팬다.

이건 스타일의 차이다. 스타일은 이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에서 나온다. 역사의 새롭게 상승하는 기운이 그들을 한꺼번에 일으켜 세우는 거다. 이들은 자영업자일 수도 있고 주식투자자일 수도 있고 백수일 수도 있고 농민일 수도 있고 회사원일 수도 있다.

이들은 각자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고 있다. 자기 분야의 극점을 찍고 온 고수요 달인이요 명인이요 전문가들이다. 그들은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성공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들이 우리의 주력부대다.

결론적으로 청와대는 첫째 측근기용에 실패했고, 둘째 개혁주체를 분명히 하는데 실패했다. 그리고 홍보와 기획을 못하고 있다. 홍보팀부터 재구성해야 한다.

원래 참모가 기획하면 대통령이 홍보를 하고 영업을 뛰어야 하는데 거꾸로 되어서 지금 대통령이 기획서나 쓰고 있다. 말단은 놀고 있고 사장이 기획안 내는 이런 회사가 세상에 어딨냐?

홍보수석들은 차례로 청와대 들어가더니 뭘 홍보했냐? 홍보수석은 뭘 홍보해야 하는지 알기나 하는가? 청와대의 실적을 홍보한다고? 바보같은 소리 하고 있네. 청와대 업적 자랑은 자화자찬에 불과하다.

정부의 홍보는 청와대 홍보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홍보여야 한다. 한국 국민들 잘하고 있다. 수출 잘하고 한류 잘하고 금메달 잘한다. 으샤으샤 해보자! 이렇게 해야 국민이 신바람을 내는 거다.

국민을 격려하지 않고, 국민을 응원하지 않고, 국민을 밀어주지 않고, 기껏 한다는 소리가 청와대 잘하고 있다고 자화자찬이나 하면 국민이 등돌릴 밖에.

정부는 국민이 자발적으로 일어나서, 으샤으샤 해서 성공한 사례를 수집하고 그 성공의 원인을 분석하여 잘하는건 잘한다고 칭찬하고, 계속 힘내라고 박수를 치고 훈장을 주고 격려를 해주어야 한다. 그게 정권 홍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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