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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9640 vote 0 2006.02.21 (00:10:57)

제목 없음

● 게임의 지배자가 되라 -히딩크
● 일점포격 후 종심돌파에 이은 각개격파 - 나폴레옹
● 선수(先手)야 말로 병법의 첫째 가는 길 - 미야모도 무사시의 오륜서
● 병법의 기본은 신속한 공격에 의한 정면돌파 - 오자병법의 오기(吳起)
● 천재는 99프로의 노력과 1프로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 - 에디슨

각기 다르게 보이지만 실로 하나를 말하고 있다. 이는 ‘주변부의 단결된 소수가 중심부의 분열된 다수를 치는 것이 기나긴 역사의 본질적인 모습이다’는 필자의 견해와 맥이 닿아있다.

문제는 ‘가능한가’이다. 오기의 정면돌파는 가능한가? 무사시의 선수잡기, 나폴레옹의 종심돌파, 히딩크식 게임의 지배 그리고 에디슨의 ‘1프로의 영감’은 가능한가? 정답 - 주변부의 단결된 소수가 있다면 가능하다.

전국시대의 명장 ‘오기’는 76전을 싸워 64승 12무를 기록한 불패의 사나이다. 무사시 또한 60여회의 결투에서 전승하고 있다. 나폴레옹이나 히딩크도 에디슨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승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주변부의 단결된 소수가 최적화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낼 때 그것은 가능하다. 신속한 의사결정에 따른 행동통일이야 말로 단결된 소수의 강점이다. 그것은 서프라이즈의 핵심역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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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 무사시, 나폴레옹, 히딩크, 에디슨.. 이들의 말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철두철미 이해하는 사람은 잘 없다. 말이 쉬울 뿐 ‘핵심역량’이 없으면 이들의 가르침을 달달 외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에디슨에 속아서 안 된다. 에디슨이 99프로의 노력 덕분에 성공했다고 믿는다면 대착각이다. 방법을 모르면 에디슨 열배를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

에디슨은 단지 노력한 것이 아니라.. 그 노력을 본질이 되는 하나의 타켓에 집중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모르면 노력이야말로 시간낭비에 불과하다.

● ‘개혁하자. 개혁만이 살길이다.’ ≪- 이런 사람은 절대 개혁 못한다.
● ‘개혁의 방해물은 이것. 이거 하나만 제거하면 된다.’ ≪- 이 사람 성공한다.

정치를 해도 그렇다. 막연하게 개혁을 외치는 사람은 실패한다. 만가지 문제를 하나에 집약시켜 놓고 ‘내 임기동안 이것 하나만 해결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길을 알고 가는 사람과 모르고 가는 사람은 이렇듯 차이가 있다.

방법은 분명히 있다. 방법을 모르면 선수를 잡을 수 없다. 종심을 돌파할 수 없고, 게임을 지배할 수 없다. 신속하게 공격하다가 적의 함정에 빠지고, 99프로의 노력을 1프로의 영감에 담아내지 못한다.

보통은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고 그 다음에 가서 내 행동을 결정하겠다고 한다. 이런 김근태로는 백전백패.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는지와 상관없이 내 행동은 사전에 결정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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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라고 하면 카레를 연상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인도에 가보니 카레가 없더라는 말도 있다.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는 이름의 책이 서점가에 나와있을 정도다.

도대체 카레가 뭘까? 카레의 본고장인 인도에서 답을 구하기로 한다면 어떨까? 인도의 내노라 하는 지식인과 요리 전문가가 총동원 되어도 답을 얻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3분 만에 카레가 뭔지 알아낼 수 있다.

이건 우스개다. 그러나 중대한 함의가 있다.

어떤 흐름이 A에서 B로 이동할 때 두 ‘계’의 바운더리가 마주치는 경계면을 통과하게 되며.. 이는 곧 주변부이고.. 이 지점에서 핵심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 곁가지는 모두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있다.

일본이 축소지향으로 성공한 것이나 한국이 반도체로 성공한 것이나 그 핵심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사의 경험칙에서 보듯이 선발주자는 항상 그 핵심을 잡는데 실패한다. 항상 후발주자가 그 핵심을 잡아 승리한다. 역사가 순환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문명이 그 핵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주변부의 단결된 소수가 중심부의 분열된 다수를 이기는 이치 또한 이 때문이다.  

예컨대.. 인도의 복잡한 이론불교가 중국에서 불립문자, 교외별전, 직지인심, 견성성불의 핵심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떨어져 나간 예가 그러하다. 바로 달마조사의 선종불교다.

중국의 복잡한 유교가 한국에서 성리학의 정수만 남긴 예가 그러하다. 유대교에서 랍비들의 복잡한 이론이 주변부로 확장하면서 기독교로 발전하되 구원이라는 핵심개념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버려진 예가 그러하다.  

항상 처음에는 클래식의 완벽주의가 작동하여 복잡한 형식과 이론이 생겨나지만 후대로 갈수록 매너리즘 현상이 나타나며 어떤 핵심 하나만 점점 연장되는 현상이 모든 문학예술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초기의 석탑 - 형식과 이론이 완벽한 3층석탑
● 후대의 석탑 - 키 크기 경쟁이 벌어져 고려와 조선의 다층석탑으로 발전한다. 이때 다른 요소들은 무시된다.

왜 후발주자인 독일이 선발주자인 영국을 따라잡았는가? 왜 후발주자인 홍콩영화가 헐리우드영화를 거의 따라잡았는가? 왜 선진국인 프랑스영화는 흥행이 망하고 철학이 빈곤한 헐리우드가 먹는가?

정답 - 본질로 승부했기 때문이다.

자동차라면 어떨까? 증기기관을 최초 발명한 선발주자 영국에서 보면 자동차는 마차에 엔진을 얹은 것이다. 여기서 자동차는 마차의 발전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부셔야 하는데 그러한 고정관념 깨기에 실패한 것이 문제로 된다.

뒤늦게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독일에서 보자면 자동차는 그냥 쇳덩이다. 마차를 머리속에서 지워버리고 오직 쇳덩이의 논리에 충실하다. 영국인이 마차에 엔진을 얹으려고 애를 쓸 때 독일인들은 오로지 쇠를 깎고 쇠를 담금질 하는데 충실했다. 딴 생각 안하고 본질 하나만으로 승부했던 것이다.

영화도 그렇다. 80년대 국산영화가 망한 이유의 상당은 평론가들 때문이다. 그들은 영화에서 주제의식을 찾고, 작품성을 요구하는 건 영국인이 자동차를 마차로 착각하듯이 영화를 소설로 착각한 것이다.

반면 피아노줄 액션으로 성공한 홍콩영화는 영화가 시각효과라는 본질에 충실하고 있었다. 스필버그도 마찬가지다. 조스가 관객을 향하여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드는 거나 쥬리기 공원에서 벨로시 렙터가 달려드는 거나 같다.

유럽에서 후기 인상파에 영향을 미친 일본의 우끼요에나 실루엣기법을 적용한 툴루즈 로트렉의 포스터나, 마릴린 몬로의 이미지를 대량복제한 앤디 워홀이나 공통적으로 시각효과에 주목하고 있는 점도 그러하다.

요즘 미술계에서 민화가 각광받고 있는 것도 그렇다. 민화는 수백년간 백성들의 안목에 의해서 걸러진 것이다. 민화는 이론에 안맞지만 시각효과라는 본질에 충실하고 있기 때문에 깊은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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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뢰침을 발명한 프랭클린은 전기를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가 피뢰침을 발명했다는 소식을 듣고 따라하던 과학자 여러명이 전기구이로 변했다. 마찬가지로 에디슨은 전기를 이용해 많은 발명을 했지만 그 자신은 전기를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헛간에서 바늘을 잃어버렸다 치자. 그 헛간의 지푸라기를 일일이 손으로 헤쳐서 바늘을 찾는 사람이 있다. 그 미련한 사람의 이름은 에디슨이다.”

교류전기를 발명하여 직류를 고집한 에디슨과 싸운 테슬라의 말이다. 에디슨의 ‘천재는 99프로의 노력과 1프로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은 테슬라의 비난에 대한 그의 변명이었다.

그렇다면 에디슨은 어떻게 99프로의 노력을 할 수 있었을까? 그는 남들이 하루 24시간을 살 때, 하루에 240시간을 살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간단하다. 그에게는 수많은 부하직원이 있었다.

테슬라가 헛간에서 잃어버린 바늘을 찾기 위해서는 일단 집으로 돌아가서 자석을 가져와야 한다. 그가 이론을 만들고 공식을 찾아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에디슨은 그가 거느린 직원 3000명을 동원에 순식간에 문제를 해결해 버린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건 순수기술과 응용기술의 차이점에 관한 것이다. 히딩크, 무사시, 오기, 나폴레옹, 에디슨은 공통적으로 순수기술과 응용기술의 차이를 알고 있었던 사람이다.

순수기술에는 클래식의 이론적 난해함이 있고 응용기술에는 팝적인 울림과 떨림이 있다. 대박을 내는 것은 클래식이 아니라 팝이다. 클래식이 질서를 찾는다면 팝은 그 질서를 인간에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이 자동차공업에서 영국을 이긴 것도 그렇고, 미국이 전기가 아닌 전자로 앞서나간 것도 그렇고, 일본이 축소지향으로 한때 시장을 평정한 것도 그렇고 한국이 반도체로 길을 연 것도 그렇다.

하나의 자동차를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다. 그 중 핵심이 되는 하나를 찾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독일은 자동차=철강의 공식에서 일본은 전자=축소의 공식에서 한국은 컴퓨터=반도체의 공식에서 그 하나를 찾았던 것이다.

● 영화의 본질은 시각효과다. - 스필버그
● 미술의 본질은 '인상'에 있다. - 고흐
● 깨달음의 본질은 직지인심이다. - 달마
● 자동차의 본질은 철과의 승부다. - 독일
● 현대의 본질은 포드시스템이다. - 포드
● 발명의 본질은 대량실험이다. - 에디슨

에디슨이 성공한 이유는 남들이 책상머리에서 머리를 쥐어 뜯으며 공식을 구하고 이론을 파고들 때 물량공세 하나로 승부를 본데 있다. 어느날 그는 3개월 안에 전구를 발명하겠다고 선언했다.

에디슨 회사의 주식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그러나 약속한 3개월이 지나도 발명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없었다. 주가는 다시 폭락하고 있었다. 그때 한 기자가 연구소 주변을 지나다니면서 창가에 계속 불이 켜져 있는 현상을 목격했다.

다음날 에디슨이 발명에 성공했다고 특종을 때려버렸다. 발칵 뒤집어진 것이다. 특종을 놓친 기자들이 떼로 몰려와서 에디슨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에디슨 “내가 전구를 발명했다니 무슨 소리야?”

문제의 기자 “내가 어제부터 밤새 지켜보고 있는데 저 창가의 전구가 59시간 동안이나 켜져 있었소. 그러니 발명한 거 맞잖소.”

에디슨 “어 그렇군. 내가 전구를 발명했군.”

그는 직원들에게 실험을 맡겨놓고 딴짓하며 놀고 있었던 것이다. 에디슨의 발명은 이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는 무식한 방법을 사용했다. 모든 소재를 다 모아와서 하나하나 실험해 보는 것이다. 안되면 될 때까지.

약속한 3개월은 넘겼지만 그는 결국 발명에 성공했다. 왜? 그에게는 실험을 대행할 직원이 많았으니까.

에디슨에게 수 많은 부하직원이 없었다면 그는 전구발명에 실패했을 것이다. 어떤 소재로 필라멘트를 만들어야 하는지 알아내려면 무한정 반복해서 실험하는 수 밖에 없다.

남들이 이론에서 구할 때 그는 미련하게 반복실험을 강행했다. 무식한 방법이지만 에디슨은 어쨌든 숯으로 필라멘트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나는 황우석의 경우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황우석은 연구원의 손기술이야말로 그 핵심이라고 생각했던듯 하다.

● 황까들의 생각 - 머리칼을 쥐어뜯으며 이론을 연구하는 사람이 진정한 과학자다.

● 황빠들의 생각 - 핵심을 잡은 다음 연구원과 실험에 필요한 물량을 대량으로 동원하는 것이 비결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를 잘해야 한다.(에디슨도 실험은 직원들에게 맡겨놓고 실험환경을 제공해주기 위해 정치를 뛰었다.)

흔히 기초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기초과학 하다가 망한 나라가 러시아다. 러시아의 그 많은 기초기술은 전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기초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초에 투자한 나라들은 역사적으로 남좋은 일 했다.

미국도 응용기술 하나로 버티고 있다. 문제는 응용기술이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응용에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물량의 대량투입이 필요하다. 이것도 상당한 노하우가 축적되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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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일본의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은 망원경 하나 들고 밤새 별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소행성을 발견했지만 요즘 천문학자들은 간단한 컴퓨터 계산으로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 있다. 컴퓨터 덕분에 천문학의 르네상스가 시작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어떤 본질적인 하나가 존재하며.. 그 하나는 좁은 관문이 되어 난공불락의 요새로 버티고 있다. 그 핵심을 먼저 돌파하는 자가 승리하게 되어 있다. 그 관문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핵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나폴레옹의 일점포격과도 같다. 한 점에 최고도로 집중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방법으로 초기 세팅을 잘해야 한다. 최적화된 의사결정 구조를 얻어내야 하는데 이는 안전한 주변부에서 가능하다.  

징기스칸이 우연히 강해진 것은 결코 아니다. 몽골인들은 분열이 주특기다. 사고쳐 놓고 도망가 버리면 그 넓은 몽골 고원에서 찾아낼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몽골 고원의 여러 부족은 수천년 동안 분열해서 동족상잔의 비극을 되풀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징기스칸은 그것을 역으로 되짚었다. 역참제도를 동원하여 방대한 정보망을 건설한 것이다. 그 넓은 초원 어디로 도망가도 끝까지 추적할 수 있는 정교한 시스템을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징기스칸은 무수히 실패했다. 그는 이곳저곳으로 쫓겨 다니면서 고락을 같이한 동료를 중심으로 단단한 의사소통의 핵을 건설하는데 성공했고 한번 그 핵의 결성에 성공하자 이후로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늘 그렇듯이 주변부의 단결된 소수가 중심부의 분열된 다수를 이기는 이치는 단결된 소수가 선택과 집중을 통하여 핵심역량을 기른 결과로 그 본질이 되는 하나를 얻어내는데 성공하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그것은 의사소통이며 최적화된 의사결정 구조를 창안하여 신속한 의사결정과 이심전심에 의한 행동통일에 성공하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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