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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5660 vote 0 2006.06.14 (13:27:28)

돌발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수비의 약점이다. 스위스전이 부담스럽고 팀 내부의 밸런스가 깨진 프랑스팀이 오히려 만만하다. 일단 프랑스전에 올인하고 스위스-토고전의 결과를 보고 스위스전에 대비해야 한다.

프랑스는 월드컵 4경기 연속 무득점 무승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는 본질적인 이유가 있다. 프랑스팀은 그 이유를 모르고 있다. 결론은 감독의 무능이다. 그렇다면 프랑스를 잡을 수 있다.

프랑스는 교과서적인 축구를 한다. 시원한 중거리슛도 없고 코너킥이라든가 세트플레이를 통한 득점 기회도 별로 없다. 완벽한 찬스를 노리기 때문에 세트플레이를 할 기회가 적은 것이다.

경기가 안풀릴 때는 중거리슛이나 기습적인 측면 침투로 상대팀의 수비를 교란해서 우연한 찬스를 얻을 확률을 높여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 프랑스가 그렇게 된 이유는 지단 때문이다.

패싱능력이 뛰어난 지단이 볼배급을 잘하기 때문에 우연한 득점찬스가 잘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팀의 준비된 수비에 막힌다. 프랑스가 난국을 타개하려면 우연성이 개입할 확률을 높여야 한다.

프랑스팀은 거의 흑인이고 발재간이 있는 선수들이다. 뛰어난 공격수가 많은데 비해 이 공격수들에게 볼을 배급할 미드필더들의 빠른 패스나 2선에서의 침투는 약하다. 지단에게 너무 의존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팀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무시하고 유명선수 위주로 팀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 경우 감독의 전술이 먹히지 않게 된다. 프랑스는 사실상 감독없는 축구를 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 병을 앓고 있는데 인기있고 유명한 선수 위주로 팀을 구성하다보니 팀 전체의 어떤 밸런스가 무너져 있다. 일본은 주제도 모르고 개인기 자랑이나 하다가 망한 것이다.

팀의 밸런스는 상대팀과의 궁합에 따라 나타나는 미묘한 특징들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의 팀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플레이를 죽이고 희생할 수 있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교과서적인 축구를 하고서도 이길 수 있는 팀은 현재로서 브라질 뿐이다. 프랑스는 상대팀에 의해 충분히 분석되고 파악된 교과서적인 축구를 버려야 한다. 상대팀이 구조론의 밸런스 원리에 따라 상황을 교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가 강한 것은 체격조건이 좋은 선수들이 개인기에 의존하지 않고 팀플레이를 하기 때문인데 이는 팀의 밸런스가 맞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상대팀과의 궁합에 따라 나타나는 미묘한 특징들에 대응할 수 있다.

앙리 같은 완벽한 플레이를 하는 유명한 선수는 단조로운 공격패턴을 가지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공격패턴을 읽히면 끝이다. 프랑스가 연속 무득점 기록을 깨고 1승을 올리려면 유명선수를 빼고 역동적인 경기를 해야한다.

● 유명선수에 의존하면 팀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 팀의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팀간의 궁합에 따른 기세의 흐름을 타지 못한다.
● 기세의 흐름을 살리지 못하면 우연한 찬스를 살리지 못한다.

호주와 일본의 경우가 특히 기세의 흐름을 타고 우연한 찬스를 살린 것이다. 막판 일본의 집중력이 흐트러졌을 때 이쪽의 기세에 상대의 실수를 일치시켜 우연한 찬스를 확실한 골로 연결시켰다.

프랑스가 교과서적인 축구+스타의존을 고집하면 팀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상대팀과의 궁합에 따라 나타나는 미묘한 기세의 흐름을 살리지 못한다. 그 경우 우연한 찬스가 오지 않으며 찬스가 오더라도 살리지 못한다.
  
지금과 같이 상대의 수비를 하나하나 깨나가는 정석 플레이가 아니라 기세의 흐름을 타고 파상공격을 펼치는 역동적인 확률축구를 해야 무득점 징크스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프로야구도 비슷한데 코리언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는 반드시 미치는 선수가 있다. 그 미친 선수가 뜻밖에 해결사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식 축구를 하면 미친 선수가 끝내 안미쳐서 경기주도권은 잡는데 해결사가 없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프랑스를 잡을 수 있다. 문제는 아드보카트의 능력이다. 미치는 선수가 나타날 여건을 감독이 만들어줘야 하는데 역시 히딩크 만큼은 못하다. 히딩크는 미치는 선수가 나타나게 하는 밸런스의 원리를 안다.

히딩크의 결론은 압박 + 압박이다. 전반에 압박으로 상대팀의 진을 빼놓고 후반 보다 더한 압박으로 승부를 내는 것이다. 이 전술이 먹히기 위해서는 전반에는 득점 보다는 상대팀을 휘저어 진을 빼놓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후반 상대의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 공격수의 숫자를 늘려 다득점을 노리는 것이다. 히딩크의 손을 탄 한국과 호주가 나란히 진귀하다는 후반 역전승을 일구어 내는 것이 우연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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