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593 vote 0 2020.03.18 (12:35:21)

      

    마이너스의 방향성


    '종이 나뉘는 일은 있어도 합쳐지는 일은 없다.'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 나오는 말이다. 구조론의 마이너스 원리와 통한다. 세상은 한 방향으로 간다. 개와 늑대가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서 분화하는 일은 있어도 말과 당나귀가 합쳐서 같은 종이 되는 일은 없다.


    만약 종을 합치려면 전 세계의 모든 말과 모든 당나귀를 동시에 같은 장소에 모아놓고 외계인이 무슨 광선을 쏘아준다거나 하는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 한날한시에 모두 모여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 동시에 동일한 변이를 일으켜야 한다. 자연에서 저절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세상의 모든 것은 갈라질 뿐 합쳐지지 않는다. 이 하나의 원리만 알아도 인생사의 고빗길에서 50점은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물을 합치려면 컵이 필요하다. 컵은 물 바깥에 있다. 자연에 합쳐지는 것도 있고 갈라지는 것도 있지만 모든 합쳐지는 것은 외부의 힘에 의지한다.


    내부에서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갈라지는 것뿐이다. 이것이 에너지의 방향성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내부의 갈라지는 부분만 잘 통제하면 된다. 야구선수라면 투수는 허리와 어깨와 팔꿈치와 손목의 힘이 갈라지는 부분만 잘 통제하면 된다. 그럴 때 에너지는 저절로 공에 전부 모인다. 


    수순이 있다. 먼저 갈라지고 다음 합친다. 앞부분을 통제해야 한다. 위에서 갈라지고 아래에서 합친다. 그러므로 항상 위를 통제해야 한다. 상부구조에서 해결해야 한다. 엎질러진 물은 엎지르기 전에 조치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이 양쪽 다 잘못했다면? 먼저 부모부터 통제해야 한다. 


    머리와 꼬리가 둘 다 잘못했다면? 머리를 통제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이 같이 잘못했다면? 정부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회사와 노동자가 같이 잘못했다면? 회사가 먼저 조치를 해야 한다. 합쳐지는 부분은 통제하기 어렵다. 상부구조로 올라갔다가 내려와야 하며 다섯 배로 힘이 든다. 


    갈라지는 부분을 통제하면 결과적으로 합쳐지는 부분도 통제가 된다. 부부가 합치려면 먼저 마마보이를 해결해야 한다. 잘 갈라져야 잘 합쳐진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힘을 합치는 부분보다 의견이 갈리는 부분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 억지로 봉합하면 나중에 반드시 덧나게 된다.


    유발 하라리의 인지혁명은 세상의 모든 사피엔스가 한날 한자리에 모여서 모종의 조치로 지력을 상승시켰다는 말인데 헛소리다. 환경변화로 사피엔스가 소금호수를 발견하고 지구력을 강화시켰다거나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환경변화의 적응과정에 인지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동물의 지능은 나트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식물은 뇌가 없으므로 나트륨을 소비하지 않는다. 삼투압은 항상 한 방향으로 이동한다. 하나의 사건 안에서 세상은 모두 한 방향으로 이동하며 양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은 여러 가지 사건이 얽힌 것이다. 낱낱이 분리해보면 한 방향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3]kilian

2020.03.19 (13:44:40)

"내부에서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갈라지는 것 뿐이다. 이것이 에너지의 방향성이다."

- http://gujoron.com/xe/1180524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6318 나는 분권형대통령제를 지지한다. image 김동렬 2002-11-29 16155
6317 생물의 진화 자본의 증식 2 김동렬 2010-01-14 16152
6316 문규현의 호통과 추미애의 매질 image 김동렬 2003-08-01 16152
6315 촛불은 올리고 깃발은 내려라! image 김동렬 2003-01-01 16151
6314 선암마을의 지형 image 2 김동렬 2010-07-30 16146
6313 조선일보의 기이한 오보 image 김동렬 2003-04-17 16138
6312 행정수도 이전 대박이다 김동렬 2002-10-04 16133
6311 이계진 지구를 떠나거라 김동렬 2006-03-16 16130
6310 구조론적 센스 김동렬 2010-05-10 16129
6309 대철이형 어리버리 하다가 지뢰 밟았지! image 김동렬 2003-07-12 16129
6308 사회의 IQ가 진보한다. 1 김동렬 2010-02-09 16125
6307 CEO를 위한 중국보고서 image 김동렬 2003-08-14 16121
6306 시사저널 - 한인옥 10억원 받았다나. 김동렬 2002-11-06 16117
6305 펌 만화, 효순아 미선아 황인채 2002-12-03 16116
6304 전쟁의 법칙 image 김동렬 2011-01-18 16113
6303 정치란 무엇인가? 4 김동렬 2010-05-19 16112
6302 대통령의 아르빌방문 김동렬 2004-12-08 16106
6301 쥑이는 노래 : 아빠의 말씀 (또한번 디벼짐다) 관운장 2002-12-10 16099
6300 김경재 박범진의 라디오대담 김동렬 2002-11-12 16098
6299 집중력이란 무엇인가? 김동렬 2008-05-03 16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