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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500 vote 0 2006.03.27 (13:44:15)

1969년에 존 케네디 툴은 ‘바보들의 결탁’이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의 제목은 조너선 스위프트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착상된 것이다.

“어떤 진정한 천재가 이 세상에 나타났음은 바보들이 단결해서 그에 맞서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쥐의 똥꾸멍을 꿰멘 여공’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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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권 등장 이후 ‘바보들의 결탁’이 빈번해졌다. 첫 번째 결탁은 물론 딴잔련이 동맹한 탄핵사태다. 대한민국의 내노라 하는 바보들이 일제히 단결하여 딴잔연대를 결성하고 헌정을 유린하려 들었던 것이다.

두 번째 바보들의 결탁은 우리당 안에서 일어났다. 우리당 안밖의 내노라 하는 바보들이 일제히 단결하여 유시민 왕따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닝기리바보, 김현미바보, 국물연바보 등의 활약이 돋보였다.

올 7월에 임기가 종료되는 카이스트 총장 러플린의 연임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해프닝도 바보들의 결탁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무려 교수들의 89프로가 연임을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히딩크'인 줄 알았는데 '제2의 황우석'이네"  프레시안 [사회] 강양구 기자

빌어먹을 강양구 작품이다. 걍양구까지 멍멍거리고 나섰다면 이거 장난이 아닌 거다. 이 나라의 힘깨나 쓴다는 바보들이 우리들 모르게 지하조직이라도 결성한 것일까?

황우석은 희생양일 뿐이다. 세상이 변한다는 조짐을 느끼고.. 위기의식을 가지고 뭔가 한 건 크게 터뜨려서 '쟤네들 좀 눌러줘야 하는거 아냐?' 하고 이심전심 눈치신호를 주고받던 바보들이 만만한 먹잇감으로 황우석을 발견한 것이다.

황우석을 조지고 러플린을 조지고 유시민을 조지고 노무현을 무력화 시키면.. 노빠세력을 해체하고 네티즌을 침묵시키면.. 그래서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들이 없어지고 모든 것이 조용해지면..

대한민국이 특유의 역동성을 잃고 월드컵 4강의 열기를 잊고 일제히 침묵모드로 들어가면 그들은 비로소 안심할 것이다.

“러플린 총장 연임 반대” KAIST 학과장 20명 일괄사퇴 통보 [쿠키뉴스 사회]

교수들이 머리띠 매고 거리로 몰려나올 기세다. 교수사회를 이 정도로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하다. 교수들이 제 발로 제 밥그릇을 차려고 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 사건의 본질이 ‘밥그릇 문제’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자기 가슴에 달린 금뺏지를 집어던져서라도 노무현 대통령 얼굴에 어떻게 한번 명중시켜 보려고 시도했던 탄핵오적들의 망동을 연상시키는 행태가 아닌가. 결국 그때 그 인간들은 금뺏지 내놓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러플린은 오만하다. 독단적이다. 해외에서 말을 함부로 했다. 교수들 사이에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를 내세운다. 노무현과 유시민을 비토하던 바로 그 논리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이 갈라치기에 편가르기를 한다고 우겨대는 조중동의 논리와 판박이가 아닌가?

결국 바보들은 항상 문화의 문제, 스타일의 문제를 내세우고 있는 거다. 이건 결국 의사소통의 문제다. 뭔가 자기네들과 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누차에 걸쳐 말했듯이.. 이제는 스타일로 간다. 필자가 강금실을 거론하는 이유도 스타일 때문이다. 왜 스타일인가? 스타일이야 말로 이심전심으로 의사소통을 유발하는 촉매제이기 때문이다.

무엇인가? 썩은 것을 뽑아내고 판갈이하기 위해서는 그들끼리 차고치는 그들만의 의사소통방법을 박살내야 한다. 지난번 글에 썼듯이.. 여성의원의 숫자를 늘려서 남자들끼리 밀실에서 시시덕거리며 배맞추는 의사소통방법 -오고가는 뇌물속에 싹트는 우정- 의 오붓한 분위기를 엎어야 하는 것이다.   

김영배, '노무현은 설렁탕 한그릇이 없더라' [후단협통신 2002년]

무엇인가? 새로운 의사소통의 핵이 등장하니 낡은 의사소통 구조를 고수하려는 구질서가 의사소통의 문제를 내세워서 일제히 반격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룸살롱에서 폭탄주 돌리는 낡은 의사소통, 박근혜가 동아일보 기자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낡은 의사소통을 박살내고.. 민중과 함께 하고, 네티즌과 함께 하는 열린 소통의 구조를 건설해야 한다. 지난 23일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인터넷 대화도 그런 뜻에서이다.  

노무현, 유시민, 황우석, 러플린, 그리고 강금실

왜 참여정부 들어 이런 일이 거듭 일어나는 것일까? 구질서에서 신질서로 교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DJ가 깃발을 꽂고 방향을 제시한데 이어 노무현이 실행을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이런 일은 계속 일어나게 되어 있다.

무엇인가? 진정한 리더의 출현을 막고 카이사르의 등장을 막는 것이 바보들의 결탁 목적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리더가 출현하면 사회는 갑자기 의사소통의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그 이전에는 문제가 제기되어도 탁상공론에 머물다가 유야무야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이후에는 실제로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방폐장 건설 문제다.

노무현은 실제로 해결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니 바보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결탁한다. 변방에서 새로운 의사소통의 핵이 형성되어 구질서가 밀려나고 신질서가 도래하면 자기들 밥그릇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한 바보들의 단결로부터 리더를 구하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이다.

물은 휘저어 봐야 그 바닥에 어떤 것이 가라앉아 있는지 알 수 있다. 비록 흙탕물이 되더라도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썩은 것들을 모두 떠오르게 해야지만 청소가 된다. 노무현도 그렇고 유시민도 그렇고 러플린도 그렇다.

휘저어 놓은 것이다. 러플린의 잘못도 물론 있겠지만 그 정도는 총장의 재량권 범위에 속하는 즉 필요한 절차로 본다. 시행착오 없이 성공하는 경우란 역사에 없으니까.  

개혁 제 3 기의 과제는 무엇인가?

필자가 러플린을 옹호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법을 바꾸고 제도를 고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민주주의를 하자고 하니.. 특권귀족세력이 민중을 배제하고 자기네들끼리 민주적으로 나눠먹는 밀실야합 민주주의를 하려고 한다. 의원은 의원대로, 관료는 관료대로, 교수는 교수끼리, 조중동은 조중동끼리 오붓하게 해먹으려는 것이다.

이걸 깨기 위해서는 의사소통 방식을 바꿔야 하는데 그 경우 ‘독단이다, 오만하다, 말을 함부로 한다’ 등의 욕을 먹게 되어 있다. 일련의 사태들은 개혁 제 3기에 반드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정된 시나리오로 가고 있다는 말이다.

개혁 1기 - 기초체력 확보, 요소 투입량을 늘리는 부국강병형 개혁.. 기초교육의 대량보급, 농민을 대거 도시 노동자로 전환.. 물적 인적 인프라 건설에 치중한다. 건물의 터를 다지는 단계.

개혁 2기 - 제도개선, 법률개폐를 통한 시스템 위주의 개혁, 재벌개혁과 금융개혁도 중요하다.. 건물의 뼈대를 세우는 단계.

개혁 3기 - 의사소통 구조 개혁, 문화개혁, 스타일 위주, 양에서 질로 전환, 자원의 질을 개선하여 신인류를 사회에 공급한다. 인테리어의 단계.

하여간 러플린은 교수들 사회에 자극을 준 것만으로도 밥값을 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살롱 ‘바보들의 결탁’에서 사회를 본다는 ‘악의 축’ 강양구가 벌써 냄새를 맡고 낑낑거리는 것만 봐도 대략 알 수 있다.

우리는 왜 싸워야만 하는가?

역사상의 모든 위대한 리더들은 다 한번씩 이러한 시련의 과정을 거쳤다. 우리가 그들을 지켜줘야 한다.

다른건 그렇다 치고 적어도.. '독단, 오만, 말실수, 분열을 조장'.. 이런 것이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건 기세 싸움이다. 여기서 밀리면 앞으로도 계속 피곤해진다.

그들의 진짜 목적은 '기어오르지 못하게 한 번 밟아주는 데'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본때를 보여서 민초들 기죽여 놔야 하는데.. 하고 벼르다가 만만한 먹잇감으로 황우석을 발견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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