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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1936 vote 0 2006.04.18 (20:04:00)


원래는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한 순간에 맛이 가버렸다. 최근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고.. 한 1년 전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뭔가 시원치 않았다. 진작부터 맛이 갈 조짐이 있었던 것이다.

처음 대통령도 바라볼 인물에서 서울시장급으로 낮춰지더니.. 지금은 저격수 수준에서 놀고 있다. 그는 왜 바보같이 스스로를 자꾸만 강등시키는 것일까?

김한길이 이번에 우리당 서울시장 경선에 나왔다면 강금실과 경쟁하며 재미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는 지난해 우리당 지도부 경선때부터 하겠다던 서울시장을 팽개쳤을까? 누가 그를 말렸을까?

나는 이 양반이 너무 순하다고 생각한다. 내부에 굳센 심지가 없다. 거친 정치판에서 살아남기에는 대가 약하다. 그는 서울시장 경선에 져서 창피를 당하느니 포기하는게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윗선에서의 조정이 있었다고 본다. 배후에서 뭔가 작용한 것이다. 소속 계보에서 서울시장 후보까지 독식하면 안 된다는 논리. 큰 거 먹기 위해 작은 거 양보하라고 오더가 내려간 거.

 

김한길 주저앉힌 배후의 큰손은?

그는 원래 스타였다. 소설가에 방송인에 칼럼리스트였다. 어느 시점부터 스타의 처신을 포기하고 정치인의 소임에 충실하였다. 계보의 사람이 되더니 지금은 조직의 하수인이 되어 버렸다.

당에서 그를 영입한 것은 스타로 보고 영입한 것이다. 스타의 상품성이 소멸한 시점에서 왕따가 시작된다. 유시민처럼 두들겨 맞느니.. 노무현처럼 고생을 하느니.. 조직의 보호를 받는 편한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조직을 위해 서울시장을 양보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전투가 두려워서 회피한 것이다. 악착같이 싸워야 했는데.. 정치판에서는 모질어야 하는데.. 순박한 사람.. 그는 점점 작아졌다.

김한길 외에도 순둥이들 많다. 닝기리, 임종석, 우상호 등이 맛이 간 이유도 조직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 인간들도 알고보면 순둥이다. 유시민 하나를 무서워 해서 쩔쩔 매는 바보재기들.

사람이 너무 순해서 정치가 무섭고.. 그래서 안전한 조직에 몸을 의탁하고.. 그런데 조직에서 인정받으려면 한 번은 자객질을 하고와야 하고.. 그렇게 3류 정치인이 되어간다.

이들보다 더한 순둥이들이 있다. 오세훈, 원희룡, 고진화들이다. 운동권 출신 많은 우리당에서 아귀다툼을 하느니.. 범생이 집단인 한나라당으로 튄 것이다. 거기선 희소가치를 인정받으니 경쟁자가 없어서 좋다. 겁쟁이들!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라

명계남, 이기명, 김두관도 마찬가지다. 너무 싼값에 자신을 팔아서 안 된다. 현실 정치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조직에 몸담지 말고.. 조직의 생리를 따라가지 말고.. 독립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원로처럼 행세해야 한다. 현안에 일일이 대응하지 말고.. 최후의 순간에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 그렇게 혼자서 고고하게 놀다가 우리당에서 왕따 당하면? 정치판에서 발을 빼면 된다.

애당심을 줄이고.. 우리당에 올인하지 말고.. 자유인이 되어야 한다.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강한 개인이 되어야 한다. 우리당 소속원 입장에서 한나라당을 바라보지 말고 국민의 시선으로 여야를 동시에 보아야 한다.

정치판 전체를 껌으로 보고 씹어줄 수 있어야 한다.

강금실과 오세훈이 적절한 시점에 발을 빼서 재미 본 경우라면.. 김한길은 발을 빼야 할 시점에 빼지 못하고.. 왕따 되기를 두려워 하다가 맛이 간 경우가 되겠다. 노무현, 유시민은 왕따를 견뎠는데 말이다.

 

서프는 독립세력이 되어야 한다

서프라이즈도 마찬가지다. 우리당에 올인하면 안 된다. 우리는 조금 더 고고해져야 한다. 조금 더 비싸게 굴어야 한다. 정치현안에 일희일비 해서 안 된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보면 시야가 넓어진다.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고 보면.. 어느 쪽이든 장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의 장점은 활용할 수 있어서 좋고, 약점은 역이용할 수 있어서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는 이번 선거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이기면 여세로 밀어붙여서 승리할 수 있고.. 지면 한나라당이 오만해 질테니 큰 승부에서 두 배로 갚아줄 수 있다. 매번 이길 수는 없지만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게임은 잡는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반미와 친미.. 이런 지엽적인 논리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통 크게 문명사 차원에서 보고, 역사의 큰 줄기를 꿰뚫어 보고, 대한민국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

그렇게 시야를 넓혀서 보면.. 찌질대는 조중동도 정부를 잘 감시해주니 오히려 귀엽다. 조중동은 더욱 두들겨 패서 정부 감시 더 열심히 하게 하고.. 이렇게 역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FTA도 그렇다. 반대해 주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이쪽의 끝과 저쪽의 끝을 동시에 보고 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지만 있을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최선의 시나리오를 짤 수 있다.

그렇게 열린 시선으로 보면.. 수구도 우리의 밥이고 좌파도 우리의 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변방에서.. 진보와 보수, 여당과 야당을 동시에 아우르는 새로운 기운이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산업화에서 정보화로 간다. 정보화 시대는 집단의 의사결정 속도가 승부를 결정한다. 신문명이 신산업을 낳고, 신산업이 신기술을 낳고, 신기술이 신인류를 낳고, 신인류가 신세력을 낳고, 신세력이 신질서를 만들어 간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세력이어야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우리에겐 장기판의 말에 불과하다. 우리는 우리당과 딴나라당을 이리저리 배치해서 우리 세력이 활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렇게 정치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냉정하고 영리해져야 한다. 역사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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