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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680 vote 0 2006.04.13 (14:26:05)


1920년대 미국에서의 일이다. 낮기온이 36도를 넘은 어느 여름날에 뚱뚱한 귀부인 한 사람이 길에서 쓰러져 죽었다. 모자와 하이힐과 코르셋을 포함하여 그녀가 입은 옷의 무게는 30키로그램을 넘었다고 한다.

옷 입다가 죽은 여자라 하겠다. 옷 입는 일이 목숨을 걸 만큼 중요한 일인가? 그런 시대가 있었다.

러시아혁명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의상혁명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잘 없다. 어느 쪽이 더 많이 세상을 바꿔놓았는가?

조선의 개화는 단발령과 같이 시작되었다. 머리를 깎으면 곧 갓을 벗고, 망건을 벗고, 도포를 벗고, 양복을 입어야 한다. 하나를 바꾸면 결국 전부 다 바뀌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이미지가 중요하다.

머리를 깎는다는 것.. 그것은 하나의 이미지에 불과할 수 있다. 시민운동을 하는 활동가들은 걸핏하면 머리를 깎는다. 단발식을 거행한다. 그것도 이미지다. 이미지가 신호탄이 되는 것이다.  

귀족은 하인보다 뭔가 하나는 더 우월해야 한다. 그런데 실상 하인이나 귀족이나 다른 것이 없다. 차별화 하기 위해 어렵게 찾아낸 것이 참을성이다. 하녀는 간소복을 입는다. 귀족은 아무리 더워도 정장을 벗지 않는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한여름에도 버선을 벗지 않았다. 웃통을 훌렁 벗고 다니는 마당쇠와는 뭔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시대가 있었다. 남 눈치 보고 사는 시대 말이다. 권위주의 시대이다.

 

권위는 가고 개인은 온다

세상이 바뀌었다. 집단의 시대는 가고 개인의 시대가 왔다. 집단의 질서를 강조하는 시대가 가고 개인의 역량을 강조하는 시대가 왔다. 조직력의 일본이 개인기의 한국을 이길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집단의 질서가 가진 장점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권위라는 것이 작동할 공간이 없어졌다.

이제는 남 눈치 안 보고 살아도 된다. 나랏일은 훌륭한 지도자에게 맡겨놓고 각자 자기 일에나 충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각자 책임감을 가지고 국가 일이데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정치가 결정해야 하는 일이 총량에서 늘어났다. 국가의 역할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시대는 지금 강한 개인을 필요로 한다. 새로운 시대에 맞게 옷부터 갈아입어야 한다. 그래서 유시민이 백바지로 등원했던 거다.

 

케네디의 미디어 정치

왜 케네디가 떳을까? 세상이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의상혁명과 같이 서서히 진행되는 변화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TV가 보급되고서야 겨우 알았다.

케네디는 미니 스커트의 시대를 상징한다. 비키니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왜 이미지 정치가 뜨는가?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미디어 정치가 뜨는 것이다. 미디어는 소통이다. 소통의 정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제 남은 것은 명품과 짝퉁을 구분하는 일이다. 이미지가 다 같은 이미지가 아니다. 미디어를 활용하는 이미지여야 한다. 그 미디어를 통하여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에 성공해야 한다.

무엇인가? 국가의 중대사를 권력이 밀실에서 결정하고 그것이 이른바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상층계급 지식계급부터 차례로 하달되어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미지가 소통을 낳는다

DJ는 이미지가 아니라 신념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YS는 바보 이미지를 극복하고 뜬 사람이다.(소식통에 의하면 YS는 실제로 바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노무현은 이미지로 뜬 사람이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이회창도 이미지 하나 외에 없었다. 이회창이 제 갈 길로 간 것은 그의 이미지가 가짜였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대쪽이 아니라 차떼기였다.

이미지 정치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미지를 조작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미지를 조작할 수 있을까? 짐바브웨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의 보는 안목이 높아지면 다르다.

이명박도 불도저 이미지로 떴고 박근혜도 공주 이미지로 떴다. 정동영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얼굴도 잘 생겨야 정치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미지는 이 시대의 대세다. 그러나 명품과 짝퉁은 구분된다.

이미 대세가 된 이미지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명품과 짝퉁을 구분하는 요령을 알려줘야 한다. 그것은 언론이 할 역할이다. 언론이 막연히 이미지 정치를 비난하는 것은 명품과 짝퉁을 구분해줘야 할 언론의 역할을 포기하는 거다.

 

정치는 서비스업이다

왜 이미지가 뜨는가? 정치가 투쟁이 아니라 서비스업이 되었기 때문이다. 쌍방향 정치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권력이 위에서 아래로 하달되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치받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는 정치도 서비스업이다. 얼굴이 못생기면 코미디언은 해도 탈렌트는 할 수 없다. 설사 한다해도 단역 밖에 못한다. 아나운서는 더욱 할 수 없다. 이제는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서비스업의 성공여부는 소통의 질에 달려있다. 고객과의 진실한 소통, 고객과의 밀도있는 소통을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기계의 성능이 좋으면 비싸도 팔렸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공급자 시장이 가고 수요자 시장이 온 것이다. 이 시대에 성공하는 방법은 소비자와의 소통의 밀도를 높이는 거다. 더 농밀한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유권자와 얼굴을 맞대야 한다. 그런 시대가 되었다.

 

이미지로 가면 우리가 이긴다.

이미 세상이 바뀌었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국가가 국민들 담배피는 것 까지 간섭하고 매매춘 까지 감시하는 시대다. 예전처럼 대략 눈 감아주고 그런거 없다. 국가가 100만 파파라치를 양성해서 국민의 일거수 일투족을 간섭한다.

케네디가 뜬 이유는 그 당시 미국에서 실제로 국가와 국민이 서로 마주보고 얼굴붉힐 일이 절대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매일 얼굴을 볼 수밖에 없다면 그 얼굴이 괜찮은 얼굴이어야 한다.

하여간 이 게임에서는 무조건 우리가 이기게 되어 있다. 이미지의 시대에는 명품과 짝퉁을 구분하는 안목이 있는 사람이 먹게 되어 있다. 우리에게는 그 안목이 있고 그들에게는 그 안목이 없다.

오세훈이 화장빨을 세워봤자.. 최연희가 옆에서 똥탕을 튀기고.. 전여옥이 추임새를 넣고.. 김덕룡이 고춧가루를 뿌리고.. 박성범이 침을 뱉어대기 때문에 결국 우리가 승리하게 되어 있다. 무조건 이기는 승부다. 신나게 이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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