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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1610 vote 0 2006.05.14 (11:57:54)

보편성과 특수성의 짝이 있고 일반성과 다양성의 짝이 있다.

본래 아는 것이라곤 없는 필자가.. 넷에서 이른바 ‘글쓰기’라는 것을 하게 된 데는.. 또한 계기가 있다. 분노 때문이다. 속에 쌓인 것이 있는데.. 이걸 토해내야지만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것 같다.

분노는 첫째 식민지 잔재에 대한 분노, 둘째 분단에 대한 분노, 셋째 독재에 대한 분노였다. 이건 분명 잘못된 것이고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초등학교 때다. 길을 가다가 오후 6시가 되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란다. 국기에 대한 맹세도 하란다. 바보같다. 돌부처 앞에 절하는 불교신도들은 이해가 되는데 이건 이해가 안된다.

하란다고 한다.
인간들이 대략 그렇다.
바보아냐?

어이구.
멍청이들 같으니라구.
하란다고 하냐?

다 하는데.. 나혼자 안하려니 그것도 이상하다. 그래서 나도 길 가다가 섰다. 전봇대처럼 섰다. 우두커니 섰다. 암만 생각해도 이건 바보짓이다.

어색하고 불편하다. 떳떳하지가 않고 마땅하지가 않다. 언제까지 이런 멍청한 꼭두각시 짓을 해야하지? 속에서 울컥 하는 것이 있다. 참을 수가 없다.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통쾌하게 웃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식민지 잔재는 청산되어야 한다. 분단은 극복되어야 한다. 독재는 타도되어야 한다. 미국은 꺼져야 한다. 그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그들이 우리를 부자연스럽게 하고 못마땅하게 하고 신경쓰이게 하고 짜증나게 한다.

왜 우리는 통쾌하게 웃을 수 없는가? 왜 우리는 떳떳할 수 없는가? 왜 우리는 자부심을 가질 수 없는가? 왜 우리는 자연스러울 수 없는가? 왜 우리는 늘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가?

사방에서 소곤소곤 들려오는 소리.

“말 한마디라도 잘못 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가는 수가 있어.”

왜 우리는 주눅들어 있어야 하고, 왜 우리는 늘 몸을 움츠려야 하고 왜 우리는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가? 왜 우리는 내나라 내땅 내집에서 큰소리 치고 활보할 수 없는가?

할아버지의 굽은 등은 언제 펴지고 아버지의 움츠린 어깨는 언제 펴지는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도 필요하지만 기상과 패기가 더 필요한 법이다. 성정이 불같았다는 백범 부친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가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호지의 호걸들처럼..!

분노와 패기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문제의 핵심을 찌르는 것은 분노인 때가 많다. 소박한 농부의 직관이다. 오염된 정치인들의 검은 마음으로는 결코 본질을 짚어내지 못한다.

급시우 송강에게는 전략이 필요하지만.. 화화승 노지심, 흑선풍 이규에게는 전략이고 나발이고 필요없다. 조낸 패주면 된다.

내나라 내땅 내집에서 어깨 펴고 사는 것, 유쾌하게 웃는 것, 떳떳하고 마땅하고 자연스러운 것, 흐르는 냇물에 발 담그고 막걸리 한 잔 하는데 아무런 마음의 거리낌도 없는 것.. 그것이 내가 원하는 바다.

민중의 마음과 함께 하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잘난 지식인들은 분노가 없다. 그들은 언제나 우월감을 맛보고 산다. 본인이 잘났기 때문이다. 그들은 식민지 치하에서도 그들은 중간계급으로 출세할 수 있다. 불만없다.

독재치하에서도 그들은 테크노크라트로 출세할 수 있다. 잘도 적응한다. 뭉어리돌처럼 툭 불거져 나오지 아니하고 곰삭은 똥물처럼 잘도 스며든다.

그들은 나라에 어떤 시련이 닥치더라도 건수를 잡아서 우쭐댈 수 있고 잘난척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데 성공하고야 만다. 그들에게는 그런 재주가 있다.

그리고 2006년 5월 이 시점에서.. 민주화가 상당히 진전되었다. 이제는 좀 큰소리 치고 살 수 있게 되었다. 아직도 조중동의 갈굼질이 있지만 그 바보들의 헛소리가 더 이상 우리를 기죽일 수는 없다.

어떤 희망이 필요한가? DJ의 당선 때 정말 기뻤다. 노무현의 당선 때 더 기뻤다. 그리고 유시민과 강금실을 발굴하고 있다. 손석희를 데려올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어쨌든 박근혜만 막으면 수치를 덜어낼 수 있다.

나의 희망과 기대는 소박하다. 그래서 나는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정치중독자가 아니다. 나는 정당원도 아니고 노사모도 아니고 어떤 조직과 집단과 단체에도 소속해 있지 않다.

정당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 의해 과거 개혁당과 같은 것이 만들어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우리의 작은 힘은 분산되었다. 깃발을 들고 총대를 매줄 한 사람의 리더가 없다.

그래도 글줄이나 읽었고 벼슬 식이나 했다는 표자두 임충, 청면수 양지, 탁탑천왕 조개가 아니면 안 된다. 화화상 노지심, 흑선풍 이규, 적발귀 유당 이런 애들 데리고는 무슨 일을 도모할 재주가 없다.

서프에 인재가 있다하나.. 대개 노지심이 아니면 이규에 유당, 주귀, 무송 이런 변두리 호걸들이다. 이들만으로는 핵을 형성하지 못한다. 좀 안다는 사람들은 저 잘난척 하기 바쁘다. 그들은 민중과 소통하지 못한다.

그들은 민중들이 진정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모른다. 그들은 민중의 소박한 욕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세상을 원하지? 북유럽 모델? 아니다. 우리는 활력있고 역동적인 모델을 원한다. 우리는 성대한 축제를 원한다.

전원에서 꽃이나 가꾸고 독서나 하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바보냐? 그걸로는 민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그러나 이 나라의 좀 안다는 인간들은 대개 얼빠진 생각에 빠져 있다. 기껏해야 시골에 땅이나 좀 장만해 놓고 유기농이니 무공해니 생명이니 이딴 소리나 하고 있다. 그런 것으로 민중의 마음을 유혹할 수 있을까?

당신은 그런 세상을 원하는가? 바보같은.. 정신차려! 그건 당신의 유아적인 취미일 뿐이라구.

우리나라는 도시국가와 같아서.. 모든 사람이 주말용 별장을 가질 수 있는 정도의 .. 땅이 넓은 나라가 아니라구. 그딴 것은 우리의 비전이 될 수 없어.

나는 다른 모델의 이상주의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민중의 마음과 하나 되어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이다. 이 모델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분야든 극점을 찍고 와야 한다. 끝까지 가봐야 한다. 정상을 보고 와야 한다.

하늘 아래 너가 있고 내가 있다. 그리고 이 무대가 주어졌다. 대한민국이라는 무대.. 뭔가 해보라는 거다. 이 무대 위에서 재주껏 펼쳐 보이란 말이다.

식민지, 분단, 전쟁, 독재, 외세... 그 시련들로 하여 그대와 나는 단련되었다. 그렇다면? 뭘해야 하지?

김어준은 해외여행을 많이 했다는데.. 그가 거기서 얻은 결론은 인간은 어디를 가도 다 거기서 거기까지라는 거다. 그러므로 기죽을거 없고, 알아서 길거 없고, 주눅들거 없고.. 당당하게 나가면 된다는 거다.

나는 해외로 나가본 적이 없지마는 김어준의 생각에 동의한다. 인간은 다 거기서 거기까지다. 이 나라가 바로가지 못하는 것은 민초들이 기죽어서 그런 것이다. 왜놈들 설치고 짱깨넘들 밀고내려오고, 러시아넘에 미국넘들까지 칼찬넘들 총든넘들 코큰넘들이 겁을 주었지만 그거 별거 아니다.

조선일보.. 그게 다 뭔가? 부시가 삐치기라도 하면.. 네오콘이 심통이라도 나면 한국은 큰일난다. 중국넘들 무섭다. 일본놈들 대단하다. 러시아를 만만히 보지 마라.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인들 기죽이는 내용이다.

한겨레라서 다른가?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인들 기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바깥 세계는 무섭고, 서구는 대단하고, 미국은 사탄과도 같고, 중국은 조낸 인해전술이고 웃긴 소리.. 그런게 어딨냐? 바보아냐.

오마이뉴스는 또 어떤가? 기껏 한다는 소리가.. 시골에서 유기농 채소나 재배하며 무공해 어쩌구.. 귀뚜라미가 도롱뇽 뒷다리를 물었어요. 도롱뇽이 아파요 엉엉엉. 우끼고 자빠졌네. 장난하나. 이건 여섯살 꼬마 소꿉놀이다.

오마이뉴스에는 결정적으로 호연지기가 없다. 수호지의 호걸들 처럼 당찬 기개가 없다. 온통 죽는 소리, 아우성 소리, 비명 소리, 우는 소리 뿐이다. 미국 무섭다 미국 무섭다 미국 무섭다 이걸로 도배를 한다.

그렇게 인간이 좁쌀이냐. 바보냐? 찌질이냐? 초딩이냐?

프레시안은 아주 공포소설을 쓴다. 부시와 네오콘의 지구정복 음모다. 부시가 외계인과 결탁하여 지구를 초토화시키려고 한다. 오오! 신이여 지구를 구해주소서. 아아 불쌍한 한국.. 독수리 오형제는 이미 전사하고.. 이러고 있다. 돌았냐.

나는 정말이지 신물이 난다.
외세에 주눅들어 겁먹고 쫄아서 헛소리 하는 조중동도 싫고
소꿉장난에 본부놀이 한겨레도 싫고
초딩놀이 찌질이놀이 오마이뉴스도 싫고
대가리에 총맞은 사이코 프레시안이 더욱 싫다.
나는 그 인간들이 바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독재에 순치되고, 미제에 겁먹고, 중국에 쫄고 일본에 주눅든 나머지 바보가 된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한 번도 정상에 서 보지 않았다. 그들은 천하를 아우르는 ‘큰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들은 2차대전 쇼크로 겁먹고 위축되어 성장이 정지된 양철북의 어린아이가 되었다.

이흥규 할아버지처럼 보이지 않는 마음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어 버렸다. "애들은 가라." 이 말을 하고 싶었다. 하여간 아닌 것들은 조낸 박살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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