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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당이 진짜 인터넷정당이 되려면 서프라이즈를 본받아야

그동안 개혁당의 진로와 이념과 컨셉이 확정되지 않아서 의견개진을 자제하고 있었습니다. 유시민의 고양 덕양갑 출마를 앞두고 개혁당의 컨셉이 점점 구체화되어 가는 것으로 보여 한마디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개혁당이 인터넷정당 맞기는 맞나?

개혁당의 사이트 구조는 사실이지 토론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생각됩니다. 겉으로는 인터넷정당을 표방하고 있지만, 중앙은 활동이 전혀 없고, 당원들은 지구당 중심으로 모여서 보이지 않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비유하면 개혁당은 '노하우'가 아니라 '노사모'가 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 점은 서프라이즈와 비교해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저는 개혁당이 서프라이즈처럼 중앙에서의 토론이 활성화된 사이트가 되기를 희망했던 것입니다.

쌍방향 토론이 없어도 인터넷정당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당비만 인터넷으로 걷으면 인터넷정당이 되는 것인가요? 현재 개혁당은 반쪽 인터넷정당입니다. 어디 깊은 산중에서 한다는 워크샵이 당의 진로를 결정해도 인터넷정당일 수 있나요? 개혁당이 이렇게 된 이유는 중앙의 일꾼들에게 인터넷마인드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개미 위에 개미없고 개미 밑에 개미 없다

조원봉씨가 어제 덕양갑 지구당 창당대회에서 폭력을 당했다는 글이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군요. 김원웅씨가 대표가 된 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습니다. 소수라도 반대할 만한 근거가 있고 극렬반대세력이 있다면 공직을 맡아서 안됩니다. 민주주의는 원래 만장일치입니다. 만장일치가 안되는 사안은 아예 토의에 붙이지도 말아야 합니다.

다수결의 원칙은 의결에서 패배한 소수가 승복하므로서 결과적으로 만장일치가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 유의미한 것입니다. 김원웅씨 문제는 사실 반대하는 소수가 승복할 수 있는 성격의 사안이 아닙니다. 즉 다수결로 결정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지요.

저는 김원웅씨가 대표직을 맡은 데 대해 굳이 반대할 의사는 없습니다. 문제는 아직 불투명한 개혁당의 진로와 이념과 컨셉인데, 이는 국회에서 논의될 중대선거구제라든가 혹은 비례대표제와 1인 2표제가 어떤 형태로 확정되는가에 따라 정리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덕양갑에서 유시민이 승리하는지 여부도 중요하구요.

개혁당에 당 대표가 왜 존재하는가?

이런 많은 문제들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의미는 없겠지만, 그래도 개혁당의 진로에 대해 개인의견을 개진해 보겠습니다. 우선 개혁당에 대표가 필요한지에 대해서입니다. 유시민대표라는 자리는 개혁당의 이념과 색깔을 선전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개혁당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유시민 이름 석자만 떠올리면 개혁당이 어떤 당인지 대충 감이 왔던 것입니다. 그것이 유시민씨가 대표로서 개혁당에 기여하는 전부였습니다. 일종의 얼굴마담 역할이었지요. 만약 유시민씨가 그 이상의 어떤 역할을 하려했다면 이는 개혁당의 이념에 맞지 않는 월권행위입니다.

그런데 인터넷정당에 대표가 왜 필요합니까? 개혁을 한다면서 왜 보스를 두고 리더를 둡니까? 대표가 개미 위에 군림한다면 그건 이미 개혁이 아니지요. 개미가 주인이고 그 위에 보스도 필요없고 리더도 필요없다는 것이 개혁당의 이념이 아니란 말입니까?

김원웅씨가 대표를 맡음과 동시에 유시민대표가 개혁당의 대표로서 기여하던 상징적인 역할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그러므로 유시민대표가 하던 상징 역할을 김원웅대표가 하지 못하고 있는 작금에 있어서 김원웅대표가 굳이 개혁당에 기여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실무차원에서의 일일 것입니다.

그 실무라는 것이 있다면 보통은 자금조달이지요. 그런데 인터넷정당을 표방하고 당원들의 자발적인 당비로 운영되는 개혁당에 있어서 당 대표가 특별당비 몇억원을 내는 따위의 일은 조금도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개혁당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역할도 없고, 특별당비 몇억원을 가져워서 살림을 책임지는 의미도 없는 김원웅대표의 개혁당 대표 자리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 것입니까? 즉 개혁당에 왜 대표라는 자리가 존재해야 하느냐는 질문입니다.

이거 안됩니다. 당 대표자리 없애야 합니다. 개혁당은 지구당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하고, 각 지구당의 대표들이 총회를 열어서 의결하는 구조로 가야 합니다. 지금 민주당 한나라당 등은 원내정당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내정당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당 사무기구를 전부 없애고, 당 대표도 없애고, 최고위원도 없애고, 총재도 없애고, 의원총회가 당의 최고 의결기구가 되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원내활동이 없는 지금의 개혁당은 지구당위원장들이 의결하는 구조로 가야하는 것 아닙니까?

도대체 지구당위원장도 아닌 중앙의 명망가들이 지들이 뭔데 감투 하나씩 꿰차고 나서는 것입니까? 중앙의 일꾼 여러분 그 자리에 앉아있기가 좀 뻔뻔스럽다는 생각 안드십니까?

명망가의 당인가, 개미들의 당인가?

문제는 컨셉입니다. 개혁당이 명망가 중심의 정당으로 가면 필패입니다. 존재이유가 없는 거에요. 개혁이 아니라 반개혁이기 때문입니다. 개혁당은 곧 죽어도 개미정당입니다. 개미가 자기돈 내고, 개미가 주인이고, 개미가 의결합니다. 당 대표자리 없애야 합니다. 전국위인지 뭔지 다 없애야 합니다. 개혁당은 철저하게 지구당 중심으로 가야 합니다.

지금 개혁당은 주식회사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별당비 몇십억원을 낸 일도 없는 김원웅씨가 뭔데 최대주주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입니까? 개혁당이 몽당입니까? 개혁당이 민국당입니까? 몽당이라면 이해합니다. 돈을 몽이 내니까요. 민국당이라면 이해합니다. 돈을 김윤환이 내니까요.

그러나 개혁당은 몽당이 아니고, 민국당이 아니고, 개미당입니다. 김원웅씨가 특별당비 수십억을 내어 우리에게 월급을 줍니까? 그 반대이지요. 개미들이 자기돈 내어 김원웅씨에게 월급을 줍니다. 개미가 주는 월급은 조도 안받는다고요? 그런데 대표는 왜 하는 것입니까?

당비납부를 지구당에 할 것인지 중앙당에 할 것인지부터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돈은 지구당이 소비하는데 중앙당이 왜 당비를 가져갑니까? 중앙에 돈이 필요하다구요? 인터넷으로 한다면서요? 이름만 내걸고 있는 명망가들 밥 사주는데 돈이 필요하다구요?

의견일치까지가 필요한가?

물론 저의 의견에 찬성보다 반대가 더 많을 것입니다. 개미들이 당을 한다는 것이 좀 우스운 것도 사실이지요. 결국 국회에서 몇석을 얻느냐가 문제일테니까 말입니다. 과연 그런가요? 지구당에 모여서 활동하는 개미 여러분들 과연 국회에서 몇석 얻으면 혹시 보좌관이라도 한자리 떨어질까 해서 거기에 모여있는 것입니까?

아니잖아요. 우리에게 원내 의석 몇석이 중요한거 아니잖아요. 우리의 목적은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를 소통하는 수단을 획득하자는 것이 아닙니까? 이것이 본질 아닙니까? 여러분은 도대체 왜 여기에 모여있는 것입니까?

무엇보다 중요한건 정보전달체계와 의사소통구조입니다. 이것이 정당의 본질입니다. 정당의 목적이 정권의 획득에 있다는건 남의 동네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목적은 정권의 획득이 아니라 신뢰의 창출이 아니었던가요?

신뢰를 얻으면 그만, 대화가 되는 친구를 얻으면 그만,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소통그룹에 가담할 수 있다면 그만이 아니던가요? 도무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도 좀 알고, 나도 그 돌아가는 판에 끼어들어 한마디 의견이라도 개진해 보자는 것이 개미여러분이 개혁당에 가담한 진짜 목적이 아니던가요?

이 모든 것은 지구당활동과 인터넷활동으로 얻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개혁당의 중앙은 거의 죽었고 지구당만 살아있습니다. 지구당 차원에서의 활동으로 개미여러분들이 그토록 소원하던 의사소통구조와 정보공유체계가 얻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중앙은 정보를 거의 전달하지도, 공유하지도, 생산하지도 못하고 있고, 쌍방향 의사소통구조도 완전히 막혀 있습니다. 왜인가요? 그들에게 인터넷마인드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이래서는 반쪽짜리 인터넷정당입니다.

인터넷의 본질은 정보의 무제한적인 공유와 쌍방향 의사소통에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지구당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중앙에 대표가 필요한가요? 하는 일도 없는데?

본질에 충실해야 합니다. 원내에서 몇 석을 얻는 일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입니다.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이 개미의 목적이지, 한자리 해먹는 것이 개미의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 개미는 원내 제 1당 바라지도 안습니다. 이 나라의 저들끼리 짜고치는 고스톱 판에서 그 의사소통구조와 정보전달체계에서 소외되지 않는 것이 우리 개미들의 진짜 목적입니다.

개미는 무엇을 원하는가?

너무 당론을 일치하고 의견을 통일하려 해서 안됩니다. 중구난방이면 중구난방인대로 그대로 가야합니다. 우리가 가진 역량 이상의 것을 바래서 안됩니다. 우리가 의견을 통일 못시키면 그런대로 끌어안고 가야합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집권하느냐가 아니라 소외된 개미들을 어떻게 보듬어안아서 의사소통구조와 정보전달체계 안으로 수렴해내는가입니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인터넷입니다. 인터넷을 버리고 산중에서 한다는 워크샵으로 그 의사소통구조와 정보전달체계가 얻어진다는 말입니까?

진짜는 남기고 가짜는 버려야 합니다. 정치는 진짜가 아닙니다. 진짜는 첫째가 정보의 공유이고 둘째가 의사의 소통이고 셋째가 그 과정에서 친구를 얻는 것입니다. 우리의 목적은 정을 통하고 마음이 통하여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삶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는 것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뭔가를 내려준다는 망상은 버려야 합니다. 중앙이 개미에게 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개미가 스스로 얻어낼 것입니다. 중앙은 그 필요한 것을 얻을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주면 됩니다. 그것은 인터넷화입니다. 현재 개혁당은 사실상 인터넷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이래서 안됩니다.

곧 죽어도 본질에 충실해야 합니다. 개미들에게서 본질은 정보공유체계와 의사소통구조의 획득으로 인한 신뢰의 창출이며 그 밖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몇석 얻어서 정권창출하고 대한민국을 어찌 움직여보겠다는 망상이 있다면 오버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생각을 달리하겠지만 굳이 생각을 통일시키려는 시도가 잘못된 것입니다. 생각이 다르면 생각이 다른데로 가면서 이 본질은 끝끝내 끌어안고 가야 합니다.

덧글 ..

이 글은 개혁당사람들 보라고 쓴 글입니다만 서프당 여러분도 한번쯤 음미해 볼 만한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저는 개혁당의 당원으로 되어있지만, 개혁당의 컨셉이 불투명한 지금 큰 의미는 없습니다.

당이라는 것이 정권획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의 녹색당처럼 정치와 당을 분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이란 것이 별것입니까? 정보공유체계와 의사소통구조를 갖추고 사회로부터 신뢰를 창출하면 그것이 곧 당입니다.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고 바래서도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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