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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나쁜 일은
꼴보기 싫은 사람을 계속 봐야만 하는 일이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일은
보고 싶은 사람을 매일 보는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보기 싫은 사람은 되도록 피하고,
보고 싶은 사람은 살펴서 찾는다는 것이 마땅히 우리의 전략이 되어야 한다.

신대륙이 발견된다. 용기있는 사람들이 그 대륙으로 간다.
절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

그곳에서는 보고 싶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점차 더 많은 사람들이 신대륙으로 몰려온다.

비겁자도 오고 멍청이도 오고 얼간이도 온다.
물은 갈수록 나빠진다. 더 이상 신대륙은 매력적인 곳이 아니다.

처음 인터넷은 별천지였다.
모험심으로 충만한 용기있는 사람들, 선량한 사람들, 슬기로운 사람들,

높은 이상을 가진 사람들이 그곳으로 모였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인터넷은 별천지가 아니다.

찌질이도 오고 수구꼴통도 온다. 점차 오염되고 만다.
인터넷은 점차 쓰레기장이 되어가고 있다.

요즘 포털사이트 댓글들은 가관이다.
옛날에는 이러지 않았다. 낙관주의가 있었고 자부심이 있었다.

어떤 교착된 상황도 타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나빠졌다. 다들 콤플렉스 덩어리가 되었다.

비관주의가 지배한다.
무슨 까니 무슨 빠니 하는 그룹들이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강한 개인은 가고 약한 군중들의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다.
가장 늦게온 비겁자들이 뒤늦게 불평불만을 늘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알맹이는 먼저 온 사람들이 이미 다 차지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온 주제에 쭉정이도 과분하지 왜 불만이 그리들 많은가 말이다.

월드컵을 맞아 이런 경향은 노골화 된다.
월드컵은 세계무대다. 큰 무대에 서면 초라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촌넘들의 자기비하가 시작된다.
문제는 이 현상이 다른 나라에 없는 한국 특유의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화 될 위험이 있다는 거다.
왜인가? 북으로 막힌 한반도가 점차 섬으로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이런 종류의 자학증세는 일본인들의 것이었다.
일본의 베스트셀러는 대개 일본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일본넘들은 안돼!’ <- 이렇게만 제목을 붙이면 일단 책이
기본 10만권은 나가준다. 왜인가? 일본은 고립된 섬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립된 섬에 처박혀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남들이 자기네를 어떻게 보는지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일본인들은 스스로 자신을 왕따시키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방송들은 늘 외국인을 출연시켜 놓고 질문한다.

“일본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외국인은 말한다. “일본 원더풀!” 똑같은 장면이 몇 십년째 반복된다.

외국에 나가있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현지인들 앞에서
지나치게 비굴한 행동을 보인다. 그들은 지나치게 자신을 낮춰보는 습관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한국에도 오염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들도 외국인이 한국을 어떻게 보는지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유럽은 그렇지 않다. 그곳에는 많은 나라들이 있고 나라마다 개성이 있다.
그들은 우열로 논하지 않고 각자의 개성으로 논한다.

독일인이 비교적 질서를 잘시키는 것은 독일인의 개성이다.
무질서한 이탈리아인 기죽을 일 아니다. 이탈리아인들 꿋꿋하게 버텨준다.

영국이 신사의 나라라거나
혹은 프랑스인이 예술적인 감각이 있다거나 하는 것은

우월하거나 열등하다는 증거가 아니다. 개성일 뿐이다.
신사의 나라 영국인이 훌리건은 세계 일등인 것도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그 또한 영국의 개성일 뿐이다. 모든 나라에는 양면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은 어떤가? 개성은 없고 오직 우열로만 논하려 든다.

그들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비웃지나 않을까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그들이 우리를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온 현자로 보거나

혹은 악착같이 달려드는 독종으로 보거나는 한국의 개성일 뿐이다.
영국이 신사와 훌리건의 양면성을 가지듯이

이태리가 무질서와 열정의 양면성을 가지듯이 한국 역시 양면성이 있는 것이다.
왜 우리는 아직도 외국인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는가?

왜 때늦은 인정투쟁을 벌이는가? 이건 너무나 초딩스러운 태도가 아닌가?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어느 나라를 가도 그 나라의 위는 매너있고 아래는 지저분하다.
다 신사가 아니고 다 훌리건이 아니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상종하지 말아야 할 인간은 인도에 여행다녀 와서

삐끼 비난으로 일관하는 인간이다.
인도에 갔으면 인도의 최고를 보고와야 한다.

그런데 그 인간의 수준이 삐끼 수준이니 인도를 여행하고 와서
삐끼체험담 밖에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중국 다녀 와서 중국인 욕하는 사람과도 상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중국에 좋은 것이 많은데 그런 것만 눈에 띄었다는 것은

그 사람 문제있다는 증거다.
조중동을 상종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걸핏하면

어느 나라를 배워야 한다는 식으로 칼럼을 쓰기 때문이다.
한국도 이제는 그 수준 졸업해야 한다.

독일에 가서 질서를 배우고 영국에 가서 신사를 배우고
프랑스에 가서 낭만을 배우고 하는 식의 촌사람 사고방식이 문제인 거다.

왜 우리는 늘 앞서가는 선진국을 배워야만 하는가?
그 70년대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배우겠다는 수준으로는 그 나라의 진수를 보지 못한다.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대등하게 친구가 되어야 한다. 소통해야 한다.

배우겠다는 태도로는 영국에서 영국을 즐기지 못하고
독일에서 독일을 즐기지 못하고 프랑스에서 프랑스를 즐기지 못한다.

가르쳐 주고 와야 한다. 당신이 한국의 상위 1프로라면 가르쳐 주고 올 것이다.
당신이 한국의 하위 50프로라면 언제나 배우고 올 것이다.

가르쳐 주지 못하는 이유는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한국인이면서도 한국을 모르니 한국을 알려줄 수가 없다.

한국에 대해서 고추장과 김치 빼고 아는 것이 없는 인간 말이다.
상종하지 말아야 할 인간들은 더 있다.

외국숭배하는 찌질이들 있다. 말끝마다 빨갱이 타령하는 수구꼴통들 있다.
입만 뗏다 하면 먹고사니즘 타령이나 하는 타고난 거지들 있다.

걸핏하면 엽전 운운하며 한국비하 하는 쓰레기들 있다.
짱깨나 쪽바리를 입에 달고 사는 외국비하의 콤플렉스 덩어리들 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사로잡혀 있는 초딩들 있다.
이런 인간들과는 대화하지 말라. 수준 떨어진다.

오지의 가난한 원주민들 얼굴에서도 너털웃음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악다구니 쓰며 달려드는 삐끼들에게서도 숨은 역동성을 볼 수 있어야 한다.

피해망상증을 버려야 한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한차원 위에서 사태를 장악하고 상황을 리드하며

도리어 상대를 갖고 놀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끝끝내 유머와 여유와 자유로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

현명한 상위 1프로는 그렇게 한다.
삐끼의 나라에 가서 삐끼체험을 즐기고 지저분한 나라에가서 분방함을 즐긴다.

나는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정해놓은 답답한 아저씨들 있다.
그들은 자기와는 다른 외국의 방식과 굳이 마찰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껍질을 벗어던져야 한다.
자기류의 규칙을 던져버리고 현지의 분위기에 동화되어야 한다.

월드컵에 대한 한국 네티즌들의 태도는
촌넘들이 갑작스레 세계무대에 나와서 어쩔줄 몰라하며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우왕좌왕 하고 있는거다.  
왜 강하지 못한가? 왜 남의 눈치를 보는가? 왜 적응하려고만 드는가?

남들이야 뭐라하든 우리는 우리의 애초 계획대로 일관되게 나아갈 일이다.
드물지만 좋은 사람들은 있다. 말이 통하는 사람들 있다.

대화가 되는 사람들 있다. 소통이 가능한 사람들이 있다.
더 높은 가치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은 있다.

이상주의를 가슴속에 품은 사람들이 있다.
99프로 보다는 100프로의 완벽을 추구하는 센스쟁이들 있다.

영적인 가치를 아는 멋쟁이들 있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즐길줄 아는 사람들 있다.

어차피 대화가 되는 인간들은 상위 1프로다. 어느 나라를 가도 마찬가지다.
그 1프로가 귀하다. 그 귀한 인간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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